'친절'을 페널티 '공포'로 강요하는 사회, 정상인가
'친절'을 페널티 '공포'로 강요하는 사회, 정상인가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7.08.1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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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치도, 전화 불친절 하위 10명 공직자 근평 감점 추진

제주특별자치도가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전화친절도 조사를 벌여 상위 5명에겐 근평 가점을, 하위 10명에겐 감점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자치도는 최근 1191명의 공직자에 대한 전화 친절도 조사를 벌여 하위 48명에 대한 모니터링 교육을 지난 8월 11일부터 3일간 실시했다고 밝혔다.

   
▲ 제주특별자치도청. ⓒ뉴스제주

제주도는 1차 조사에 이어 직속기관 및 사업소를 대상으로 8월에 2차 친절도 조사를 시행하고, 10월엔 다시 道본청과 직속기관 및 사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2차 조사 대상자는 약 2000명 가량이며, 3차 조사엔 약 3200명의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전화 모니터링이 이뤄진다. 워낙에 많은 수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지는만큼, 조사는 외부업체에 위탁돼 점검 리스트에 맞게 채점이 이뤄진다.

제주자치도는 총 3번에 걸쳐 이뤄진 조사 결과를 합산해 3개 우수부서엔 시상금을 지급하고, 우수 공무원 5명에겐 표창 및 근무평정 가점을 부여할 방침이다. 또한 하위 10명에겐 근무 평정에 감점이 반영될 계획이다.

근평 가점은 연 1회 익년도 4월 근평 시 반영되며, 최우수 1명에겐 0.3점, 우수 2명은 0.2점, 장려 2명에겐 0.1점이 가산된다.

하위 순위 10명까진 총무과에 통보된 후 근평 시 감점된다. 이렇게 되면, 최소 10명은 좋든 싫든 '근평 감점' 페널티를 받아야 한다.

유종성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이번 친절도 조사를 통해 제주자치도의 공직자 친절도 수준을 향상시키고 불친절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해 신뢰받는 도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道 관계자는 <뉴스제주>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친절 평가는 부서단위로가 이뤄져서 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이 때문에 개인간 평가도 이뤄져야 친절도를 더 높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지시가 있어 이러한 방침을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해석'이라는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얼핏 보면 '공포 정치'를 떠올리게 한다.

'친절'은 타인에 의해 강요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타인에 의해 강요된 친절은 오래 갈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기계적인 친절'을 양산할 우려가 오히려 더 높다.

친절은 본디 자신의 말과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난다. 물론 친절 또한 반복된 훈련에 의해 길러질 수 있는 하나의 '소양'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강요'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평가 대상자가 3000명을 넘기 때문에 채점표가 아주 세부적이지 않다면 동점자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채점표에 의해 단지 점수가 낮은 10명을 골라 내야 한다면, 필연적으로 억울한 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만일 근평 감점을 받게 될 공직자가 "친절하게 응대했는데 내가 왜 감점을 받아야 하는 것이냐"고 되물을 경우, 제주자치도는 어떻게 이를 설명할 것인가.

道 관계자는 "부서별 친절도 평가가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는데 그러한 지적에 대해선 공감한다"며 "올해 말 평가결과가 나왔을 때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다른 대안 마련을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페널티 '공포'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가장 손쉬운 방법이긴 하다. 효과가 즉각 나타나지만 공포정치의 역사를 살펴보면 오래 가지 못했다.

   
▲ 김명현 기자. ⓒ뉴스제주

친절함이 부족한 이들에게 적절한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은 그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필요성'을 목적으로 친절을 강압해서 권장되는 사회가 정상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선한 의지'에서 발현되는 '친절'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 중 하나인 '도덕성'의 척도에 기인한다. 도덕성은 강요해서 발현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이는 마치 몇해 전 논란이 됐던, 태극기 게양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발상과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의무화하면 필연적으로 그 '의무'를 저버린 이들은 처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친절'을 공포로 강요해야 하는 현대사회의 양태가 씁쓸해지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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