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개편 불구 기본 인프라 미비-도민홍보 부족
때이른 도입시기 혼선 우려 "지방선거 포석" 오해까지

민선6기 원희룡 제주도정의 역점 사업으로 오는 26일을 기해 전면 시행되는 제주특별자치도 대중교통체계 개편.

단순한 손질 수준이 아닌 제주도 대중교통시스템의 근간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파격적 혁신으로까지 평가되고 있는 체계 개편은 현재 막바지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그러나, 시행 일주일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도 미비할 뿐더러 냉담한 지역 여론에 대한 설득 작업도 매듭 짓지 못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길게는 수십년을 바라보고 밑바탕을 다져야 할 시점임에도 정책입안 과정부터 도입까지 쉴 틈 없이 진행되는 통에 큰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공교롭게도 내년에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괜한 오해까지 사고 있는 실정이다.

   
▲ 제주 대중교통체계 개편 도입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18일 대중교통 우선차로제 도입을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뉴스제주
   
▲ 제주 대중교통체계 개편 도입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18일 버스의 랩핑이 채 끝마쳐지지 않았다. ⓒ뉴스제주

◆ 일주일 앞둔 대중교통체계 개편...'준비부족' 여실

사실 대중교통이 보편적 복지 인프라라는 차원에서 접근했을 때 제주지역의 대중교통 체계 개편은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기존 대중교통 체계상 민영버스 업체의 경우 수익이 보장되는 노선을 중복 운영할 수 밖에 없었고, 통행량이 적은 외곽지는 공영버스를 투입해 적자를 메꾸는 방식으로 근근히 버텨왔다.

이 같은 악순환은 수십년째 반복됐고, 버스 노선이 개편된 것은 어언 30년이 흘렀다. 제주도도 사안의 시급성을 인지해 왔다.

실제로 원희룡 지사는 취임 이듬해인 지난 2015년 1월 제주시 연두방문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중교통 체계 개편을 첫 손에 꼽기도 했다. 제주도는 이후 관련 용역을 거쳐 올해초 최종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야심차게 준비한 것 치고는 전면시행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곳곳에 미비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자신있게 내걸었던 각 지역 거점별 '복합환승센터' 건설계획은 아직 첫 삽을 뜨지도 못했다. 이번 체계 개편의 핵심인 환승시스템을 원활하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센터의 존재 유무는 큰 의미를 지닌다.

중심 거점이라 할 수 있는 제주국제공항 내 환승센터는 일러도 2020년에야 착공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지역과 서부지역의 거점 센터도 마찬가지고, 지역을 세분화 해 설치키로 했던 '환승정류장'도 간판을 바꿔 단 수준에 그쳤다.

첫 선을 보이는 대중교통 우선차로제도 결국 불안한 출발을 맞게 됐다. 중앙선을 대중교통 전용차로로 이용하는 내용의 중앙가로변 차선은 아직 시설공사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일부 차로의 개통은 두 달 뒤로 미뤘다.

무료 탑승이 가능토록 한 70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제주교통복지카드 발급도 현재 대상 인원의 절반 정도에게만 지급됐다. 

버스의 랩핑도 준비 부족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급행버스는 빨간색, 간선버스는 파란색, 지선버스는 녹색 랩핑을 통해 버스의 색상만으로 구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시했음에도 온전한 색과 형태를 갖추지 못한 버스는 쉽게 눈에 띈다.

멀지 않은 시기에 마무리되는 문제라고 한들 첫 테이프를 끊는 시점에서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혼란을 키울 수 밖에 없다.

◆ 도민사회 혼선 우려 쏟아져..."홍보 너무나 부족"

대중교통체계 개편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지역 여론이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상인회는 공식적으로 이번 버스노선 개편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고, 일부 개인택시 운전사들도 이를 반대하는 집단행동을 전개하고 있다.

애초에 특정 집단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 밖의 일반 도민들의 민원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청 홈페이지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게시란에는 최근 대중교통 체계 개편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시민 이모씨는 "이번 대중교통 체계 개편의 과정을 보면 홍보가 너무 부족하다.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찾아보지 않는 이상 나이가 든 분들은 개편 내용 알고 있기도 힘들 것"이라며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너무 불쾌하고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시민 오모씨는 특정 지역 주민들의 의견만 수렴해 정작 자신의 마을 주민들은 더 큰 불편을 겪게됐다며 "주민의견 수렴 없는 버스개편 노선을 보면서 원칙도 없고 소통도 없는 도정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또 다른 시민 이모씨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확정된지가 언젠데 아직도 시간표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시간표가 제일 중요한데, 지금의 홍보나 행정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단순히 '구심점'이 없다는 이유로 외부적으로 표출되지 않았을 뿐, 승용차를 이용하는 개별 운전자들의 불만이 가중되는 것은 쉽게 예상되는 사안이다.

벌써부터 대중교통 우선차로제 공사로 인한 도로의 병목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를 심심찮케 들을 수 있다.

   
▲ 제주도청 홈페이지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게시판에는 제주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속속 표출되고 있다. ⓒ뉴스제주

◆ "지방선거 염두한 정책 도입?" 공연한 오해까지

현재 표출되는 문제들은 대부분 부족한 시간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충분한 준비 기간을 설정해놓았더라면 보다 쉽게 해결됐을 문제라는 것.

일각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내년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재선 도전이 유력한 시점에서 내세울만한 공을 세우기 위해 도입 시기를 앞당긴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지역정가의 한 인사는 <뉴스제주>와의 인터뷰에서 "원희룡 지사 취임 후 전기차 도입이나 카지노 관리 강화, 임대주택 확대, 제2공항 건설 등 여러 정책들이 추진됐는데, 제대로 마무리지어진 것이 없는 실정"이라며 "원 지사로서는 내세울만한 성과를 찾는데 급급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사실상 대중교통 체계 개편과 같은 민생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정책들은 어느 정도의 비판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데, 만약 대중교통체계 개편 시기를 내년으로 잡았더라면 도정의 입장에서는 선거 직전 밀려드는 반감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원희룡 지사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취임 직후 준비를 시작해 전문가 조사 용역이 1년 걸렸고, 이해 관계자들과 의견조율하는데 1년, 방안을 구체화하는데 1년이 걸렸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원 지사는 "초기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혼란과 수용이 충분히 가능한 요구는 언제든지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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