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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남자' 후 3년만에 '브이아이피'
"국정원 요원인데 승진욕심 큰 회사원"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변화에 대한 욕구보다는 이제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어요. 그런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장동건(45)만큼 변화를 절박하게 좇아온 배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데뷔하자마자 톱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그 자리에 만족하지 않았다. 청춘스타보다 '진짜 배우'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다. 조연도 마다하지 않았고('인정사정 볼 것 없다'), 독립영화로 향했으며('해안선'), 블록버스터 영화로 성공을 거뒀고('태극기 휘날리며'), 이후에는 한국 멜로영화 대가와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위험한 관계').

  장동건은 이제 변화보다 집중을 이야기한다. 그는 "제가 (변화를) 겪어보지 않고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잖아요. 어릴 때는 제 한계를 테스트하고, 도전하는 데 힘을 썼어요. 그런 과정 속에 있을 만한 나이였고요. 이제는 제 한계도 인정하게 돼요. 전 여전히 경험해야 할 게 많지만, 제가 그 모든 걸 다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라고 말했다.

 '우는 남자'(2014) 이후 3년 만의 복귀작인 '브이아이피'(V.I.P)(감독 박훈정)에서도 그는 이런 생각이 반영된 듯한 연기를 한다.

 '기획 귀순'으로 한국에 온 북한 핵심 권력의 외아들인 '김광일'(이종석)이 연쇄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자 국정원은 그를 미국으로 빼돌리려 한다. 그 과정에서 김광일을 체포하려는 경찰과 또 다른 이유로 그에게 접근한 북한 공작원과 맞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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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건은 국정원 요원 '박재혁'을 연기했다. 그는 정의를 위해 혹은 국익을 위해 나서는 인물이 아니라 승진을 목표에 두고 행동하는 인물이다. 장동건은 앞선 작품들에서 보여준 강한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편하게 연기한다.  캐릭터를 연기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 인물을 이해하고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합당한 대사를 내뱉는다. 인상깊게 보이려 하기보다는 정확하게 연기하려 한다. 

 "박재혁은 첩보원이 아니라 공무원이고, 회사원입니다. 그의 관심은 승진에 있어요. 아마도 자기 자신과 가정을 지키기 위한 일일 겁니다. 당연히 특수요원 같은 연기가 아니라 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여야 했던 거죠. 물론 배우에게는 뭔가 더 연기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브이아이피'는 인물이 아니라 사건이 중요한 영화이니까요. 박훈정 감독과 그런 부분에서 합의를 본 거죠."

 그는 "이런 부분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 쿨하고 드라이한 게 '브이아이피'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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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작품은 한편으로는 이종석의 연기 변신으로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이종석은 데뷔 후 최초로 사이코 패스 연쇄 살인마를 연기했다. 그가 이 역할을 위해 직접 박훈정 감독에게 연락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종석 또한 기존의 미소년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을 떼고 있다.

 장동건은 "그런 욕구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저도 경험해봤잖아요. 그 목마른 심정을 저도 잘 알아요. 자신의 약점과 단점을 모두 내보이면서 도전하려고 하잖아요. 도와주고싶고, 응원하는 마음도 생겨요."

 그는 그러면서 자신의 외모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에 많은 분들이 외모가 제 연기에 한계를 만든다고 그랬어요. 그걸 바꿔 생각하면 잘생기지 않은 배우에게도 한계가 있다는 거잖아요. 똑같아요. 그러니까 외모같은 건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다 한계가 있어요. 제 마음이 어떤 작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게 중요한 겁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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