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법제도개선연구회, '자치조직권-재정권 방안' 토론회
"헌법에 '지방분권국가' 명시 필요...권한 책임질 역량 갖춰야"

   
▲ 22일 제주도의회 법제도개선연구회 주최로 열린 '헌법개정에 즈음한 자치조직권 및 자치재정권 마련 방안' 정책토론회 ⓒ뉴스제주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강화 기조에 맞춰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해 선제적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졌다. 특히 '장밋빛 미래'만을 예상해서는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표출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법제도개선연구회(대표 김명만 의원)는 22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헌법개정에 즈음한 자치조직권 및 자치재정권 마련 방안'을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문재인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획기적인 자치분권 추진'을 내건 가운데, 제주에 맞는 자치분권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헌을 앞둔 시점에서 특별자치도의 위상이 훼손되지 않는 '헌법적 지위' 확보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 22일 제주도의회 법제도개선연구회 주최로 열린 '헌법개정에 즈음한 자치조직권 및 자치재정권 마련 방안' 정책토론회 ⓒ뉴스제주

◆ "헌법 전문에 '지방분권 국가' 명시해야...기본권 규정 필요"

정순관 순천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주제발표에 나선데 이어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강주영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원, 나용해 제주도 특별자치제도추진단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발제에 나선 정순관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치분권형 개헌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을 '지방분권 국가'임을 명시하고, 헌법에 자치권을 기본권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발안제를 도입해 헌법개정발의권, 법률제안권 등을 부여하는 방안, 자치권 침해에 대한 헌법소원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장기적으로는 지역 대표성 확보를 위한 '양원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기본법을 제정함에 있어 기본권적 권리로서의 주민자치를 명시하고, 지방정부의 기본수요 자원에 관한 국가책무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치분권에 관한 주민의 제도형성 청원권을 명시하고 정부정책 수립에서 자치분권영향평가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지방분권, 권한만큼 책임 커...역량 갖춰야"

강주영 교수는 "지방자치법상 제주특별법은 항상 위헌 소지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애초에 지방분권의 개념이 없을 때 만들어진 헌법이기 때문에 전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국가의 사무와 지방의 사무가 정확하게 헌법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고, 애매한 부분에 대해 상대방의 사무임을 미뤄버리는 부분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헌법 자치권을 기본권으로 규정하자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제주특별법은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자치권을 갖고있다고는 하지만 질적 자치가 아닌 양적자치의 한계에 직면했다"며 "중앙에서 위임되는 사무를 제주에 위임할 때는 개별적이고 디테일하게 위임해 생색내지 말고 포괄적으로 위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 교수는 "분권을 이야기 할 때 분권이 만능인 것처럼 얘기하곤 하지만, 권리와 권한이 주어지는만큼의 책임도 따른다. 책임에 대한 부분을 인식할 수 있는지, 각오할 수 있고 그런 역량을 갖출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지방재정이 분권된다면 분명 지방교부세를 손봐야 한다. 현재 지방조정제도는 돈이 필요하면 모자란 부분에 대해 국가가 주게 돼 있는게, 분권이 신장되면 국가도 그 부분에 대해 손을 떼야 한다"며 "결국 우리나라도 지자체가 파산되는 것도 봐야하는데, 그걸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 22일 제주도의회 법제도개선연구회 주최로 열린 '헌법개정에 즈음한 자치조직권 및 자치재정권 마련 방안' 정책토론회 ⓒ뉴스제주
   
▲ 22일 제주도의회 법제도개선연구회 주최로 열린 '헌법개정에 즈음한 자치조직권 및 자치재정권 마련 방안' 정책토론회 ⓒ뉴스제주

◆ "특별자치도 실패 돌아봐야...행정체제 개편 검토 기회"

강호진 대표는 "최근 선거구획정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시민단체 입장에서 여러 활동을 했는데, 그 와중에 특별자치도를 설계한 학계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분들에게 현재 특별자치도를 평가해달라고 하니 자기들이 생각했던 모델로는 실패했다고 말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무엇이 실패냐고 물었더니, 현 모델은 주민들의 선택권도 없고, 도지사의 권한만 넓혀준 것이 아니냐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회에는 제주 관련 개헌이 세팅된 것이 없다. 국회 가보면 제주도 이슈는 1도 관심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자칫 정치권의 논리로만 분권 모델이 논의되면 '특별자치도' 실패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강 대표는 자치재정권과 관련해 "당초 4개시군 포기할 때 '자치권 포기해주는 대신 돈은 걱정말라'가 핵심키워드였다.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한다고 권고가 아닌 의무조항으로 됐었는데, 지난 10년간 인센티브를 제외하고 한 푼도 지방세로 이양된 것이 없다"고 진단했다.

행정체제 개편 모델과 관련해서도 "수동적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민주주의가 필요한데, 지금 상황에서는 행정체제 개편 문제도 직선제도 있지만 읍면동 주민자치, 마을자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읍면지역에서는 이장은 직접 뽑는다"며 "다행인 것은 문재인 정부 과제를 보면 '주민자치회' 법인격을 두고 있다"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특별자치도 지위 잃는 보편적 지방분권 경계해야"

김경학 의원은 "현재 분권 모델은 제주도 입장에서 보면 곤혹스런 부분이 있다. 명색의 특별자치도인데 특별함이 없는 보편적인 특별자치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분권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면 상대적인 개념의 특별자치도는 사라질 수 있다"고 피력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중앙정부가 약속해 온 특례부터 제주에 보장해주고, 이 모델이 성공했을 때 전국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며 특별자치도의 지위를 지속하는 대신, 제주를 시범지역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별개로 김 의원은 "헌법 개정이 논의가 되고 있고 의회도 분권제 TF를 만들어서 활동하는데, 이제부터라도 온 도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인데 ,그럼에도 집행부나 의회가 미온적으로 느슨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김 의원은 "분권의 강화, 지방자치단체 자율성 강화, 자치조직권, 자치재정권 확대, 이런 과제들은 결국 중앙정부 권한 축소와 국회 권력의 축소를 의미한다"며 중앙정치권의 흐름이 우호적이지 않을 것을 예상했다.

그는 "행정시장 직선제 논의가 무르익었음에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멈춰버리고, 선거구획정 문제만 해도 어느날 갑자기 난 못하겠다 빠져버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오는 것"이라고 진단하며 "도민들의 총의를 모아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나용해 단장은 "문재인 대통령도 연방형 수준의 자치분권을 공약했고, 제주특별자치도형 분권모델이 포함됐다"며 "여타 대도시의 리스크를 고려할 때 제주에서 먼저 시범으로 연방형 분권 시행해야 한다. 제주에서 먼저 파격적인 모델을 시행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만 다른 시도에서도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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