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 사태 '일파만파' 책임지려는 정치인 아무도 없어...

제주특별자치도의 선거구획정이 선장과 선원, 조타기까지 모두 잃고 망망대해를 표류하게 됐다.

제주자치도의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강창식)는 8월 24일 낮 12시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고선, 강창식 위원장을 필두로 10명 위원 모두 '전원 사퇴'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거구획정위는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 결과에 대해 이날 오후 4시께 그 결과를 브리핑 할 예정이었으나, 서면 보고로 대체했다.

   
▲ 선거구획정위원회가 24일 "더 이상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겠다"며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큰 혼란이 예상된다. 사진 왼쪽은 오영훈 국회의원이 의원입법 포기를 선언하는 모습이며, 우측 상단은 선거구획정위가 올해 2월 23일 제주도지사에게 권고안을 전달하는 모습이다. 그 아래는 7월 3자 회동 후 기념사진이다. 이 때만 해도 웃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 그 누구 하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뉴스제주

서면 보고에 따르면, "당초 이날 회의가 예정돼 있지 않음에도 현행 특별법 개정이 곤란한 상황에 따라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획정위 관계자는 "올해 2월에 획정위에서 마련한 권고안을 7월에 어떠한 설명도 없이 여론조사를 다시 실시하고 특별법 개정을 시도하다가 중도에 포기한 후 선거구획정위에 무거운 짐을 던져 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획정위는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 대해 획정위에선 더 이상 선거구획정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전원 사퇴를 결의하게 됐다"고 전했다.

서면 보고엔 이 내용 뿐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일절 아무것도 없다.

제주도정은 다시 새로운 선거구획정위를 꾸릴 것인지, 아니면 시간이 부족하든 뭐가 어떻게되든 애초 권고안대로 정부입법으로 추진하겠다는 등 아무런 입장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사퇴를 결의한 선거구획정위원 뿐만 아니라 道관계자도 말을 아끼고만 있다.

#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다시 새로운 선거구획정위가 꾸려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시 꾸려진다한들 '독에 든 성배'를 마시는 꼴이기 때문이다.

제주자치도가 의원입법, 정부입법 모두 불가능하다고 밝힌 시점에서 이제 방법은 현행 29개 선거구를 재조정하는 방법 밖에 없다. 허나 그 어떤 방법으로 재조정해도 조정되는 해당 지역에선 반발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현행 선거구획정위가 이를 '무거운 짐'이라고 표현했고, 이들은 애초 2월 권고안을 내놓기 전에 논의할 때도 29개 선거구를 재조정하는 것 자체를 고려하지도 않았다. 재조정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던 터다.

더불어민주당 제주 국회의원들이 의원입법으로 하지 못하겠다고 포기해버리면서 만들어진 폭탄은 제주자치도정으로 돌려졌다가 다시 선거구획정위로 돌아왔다. 결국 이 폭탄은 선거구획정위에서 폭발했다.

결과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게 된 3자 회동(도지사, 도의장, 국회의원) 당사자들은 모두 이 문제에서 손을 떼겠다고만 하고 있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는 선거구획정위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구획정위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선거구를 재획정해야 하는 임시기구다. 처음에 제시했던 권고안이 철회됐다 하더라도 임기가 다 할 때까지 그 임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못하겠다"고 해버리면 무책임한 제주 국회의원들처럼 똑같이 도매급으로 취급 당할 수밖에 없다. 그 중간에서 제대로 일을 추진하지 못한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애초에 제주자치도는 국회의원들의 말을 들을 게 아니라 도의회에 선거구획정위의 권고안을 보고하고, 이를 국회에 올려 정부입법으로 추진하면 될 일이었다. 결과가 어떻게 도출되던 국회 관계부처에서 지지고 볶을 일이었다.

결국, 제주도정이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 모두 의도대로 된 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렇게 문제가 일파만파 터졌는데도 이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정치인들이 한 명도 없으니 제주도의 미래가 참으로 암울하다 아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선거구획정위 마저 손을 떼겠다고 하니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현 상태로는 아무도 없다. 원희룡 지사가 강창식 위원장의 사퇴를 반려하고 다시 추진해 보거나 새로 꾸리는 방법밖에 없는데, 현 상황을 보면 희망적이지 않다.

오는 12월 12일 이전까지 선거구획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뒤 이를 통과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헌법재판소가 정한 선거구 비율을 맞출 수 없게 돼 추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상당하다.

선거구 조정 없이 이대로 내년 지방선거가 치러지게 될 때, 후보 중 누군가 불만을 품고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그 누구도 성치 않는다. 선거 자체가 무효화될 가능성이 농후해 심각한 후유증이 생긴다.

이에 대해 道선관위는 해당 선거구(제6·9선거구)에서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 전체 선거구에 영향을 미치게 돼 선거 자체가 아예 무효된다고 설명했다.

제주자치도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지난 보도자료로 밝힌 바 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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