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놀음에 감춰진 일자리 창출의 '허와 실'
숫자놀음에 감춰진 일자리 창출의 '허와 실'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7.08.2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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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일자리창출위원회 일부 위원들은 보고회 들러리?
29일 성과보고회 통해 올해 2만개 일자리 '창출'했다 밝혔지만...

제주특별자치도는 8월 29일 오후 2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제주 일자리창출위원회'의 3차 회의이자 성과보고회를 진행했다.

이에 앞서 제주자치도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제주 일자리창출위원회(공동위원장 원희룡, 양원찬)가 올해 3월 30일 출범한 이후 도내에서 약 2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 제주특별자치도가 8월 29일 배포한 보도자료. 일자리 '창출'과 '고용'을 같은 개념으로 묶어놨다. ⓒ뉴스제주

# 일자리 '창출'과 '고용'이 같은 개념???

성과보고회에서도 느낀 의아함이지만 보도자료에 명시된 '2만 1276명'의 일자리가 실제 '창출'된 것인지부터가 의심스러웠다.

이에 제주자치도 관련 부서에 물어봤다. 정말 2만 1276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진(창출) 것이냐고. 되돌아온 답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제주자치도는 '창출'과 '고용'을 같은 개념으로 묶어놓고 일자리 숫자를 늘려 보고했다.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2만 1276명의 일자리 중에서 정말 사전적의 의미 그대로 '창출'된 것은 2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른 버스 운전원 690명과 제주신화월드 890명 등이 일자리 '창출'에 가까웠고, 나머지는 전부 종전대로 있어왔던 '고용' 수준이었지 '창출'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다.

제주자치도는 고용센터(워크넷)를 통해 일자리를 구한 사람(2974명)이나 민간 업체들의 공개채용(247명)도 모두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계산했다.

뿐만 아니라 6개월 이상의 단위로 매년 재계약해 일시적인 기간에 한해 이뤄지는 고용도 일자리 '창출'로 포함해 의문을 낳게 했다.

특히 노인이나 장애인 등의 일자리와 한정적인 기간 동안 클린하우스에 배치된 청결지킴이도 모두 일자리 '창출'에 포함됐는데, 이 부분 인원만 1만 4301명에 달했다.

제주자치도는 노인 일자리 및 사회공헌사업에 128억 원을 투입해 6743명의 일자리를 제공했다고 밝혔는데, 이러한 일자리는 대부분 최저임금을 보장받는 것도 아닌 단순한 시간제 일자리가 대다수였다. 그런데도 제주자치도는 이 정책으로 정부(보건복지부)로부터 5년 연속 노인일자리 평가 최우수를 달성했다.

어떻게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제주자치도 관계부서로부터 해명을 들어보니 어느 정도는 납득이 됐다.

道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국내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고용노동부에서 정한 '목표 공시제'대로 연초에 일자리 창출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에는 노인 및 장애인 등에게 일시적으로 제공되는 일자리가 포함될 수 있으며, 클린하우스 지킴이 등도 일자리 '창출'로 계산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그러다보니 제주자치도에선 고용정책기본법에 의거해 보고한 것 뿐이다. 올해 초에 2만 8697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 공시제'를 정부에 보고했고, 정부가 세워놓은 기준에 의거해 올해 7월까지 2만 1276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보고가 있게 된 연유다.

다만, 이러한 일자리가 '고용'이 아닌 '창출'로 계산되어질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지적엔 일정 부분 동감을 표했다. 道 관계자는 "일자리가 항구적인 것이 아니다. 다시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부서에서도 고용과 창출을 나눠볼려고 했지만 그 기준도 불명확하고 확실히 나누기가 애매해 정부 방침대로 보고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 방침대로 한 것일 뿐이라는 해명으로 이해는 된다쳐도 단순히 '고용'된 일자리를 '창출'로 보는 개념은 실적을 과대포장하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제주자치도는 보도자료에 '창출'이라고 표기하고 괄호를 넣어 '고용'을 붙여 넣는 꼼수를 동원했다. '창출'과 '고용'을 같은 개념으로 인식하게끔 한 것이었다. 도청에서도 제발 저린 것이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8월 29일 진행된 제주 일자리창출위원회 제3차 회의이자 성과보고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제주

# 2만 1276명 일자리, 제주 일자리창출위원회의 성과인가...?

그러면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의문점이 더 생긴다. 올해 제주에서 '창출'됐다는 일자리 2만 1276개는 정말 '제주 일자리창출위원회'의 실적인가 하는 부분이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2만 1276개의 일자리 대부분은 '창출'이 아닌 종전에도 '고용'돼 왔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이를 '일자리창출위원회'의 성과로 보긴 어렵다. 정말 위원회의 업적으로 보고자 한다면 위원회 명칭을 '창출위원회'가 아니라 '고용위원회'로 하는 게 맞다.

그렇다 하더라도, 올해 제주가 이뤄냈다는 대다수의 일자리는 이미 몇해 전부터 계획돼 온 것에 따른 성과다. 버스운전원도 그렇고 제주신화역사공원에 취직한 이들도 그렇다.

올해 3월 30일에 출범한 일자리창출위원회가 이들 사업을 주도하지도 않았고,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지도 않았다. 그냥 일자리가 생긴 것, 혹은 고용된 것에 결과적으로 '숟가락 얹기' 신공을 펼친 것 뿐이다.

이에 대해 이날 오후 2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진행된 위원회의 성과보고회에서 좌광일 위원(제주주민자치참여연대 정책국장)도 이 부분을 질타했다.

좌 위원은 "150일간 위원회가 어떤 성과를 냈는지가 의문"이라며 "해당 보고 내용은 일자리창출위가 만들어져서 일궈 낸 성과가 아니라 기존 정책에 의해 계속 이어져 온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좌 위원은 성과보고회 자체가 형식에 치우친 보고회 일 뿐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좌 위원은 "보고회 자료를 미리 위원들이 받아볼 수 있게 해야 오늘 이 자리에서 좀 더 토론하는데 집중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우리가 도정 보고만 받고 박수치러 온 게 아니지 않나. 오늘이 3차 회의인데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돌아가는 위원들이 다수다. 자료를 미리 배포해서 발표를 간략하게 해서 토론의 장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 제주 일자리창출위원회는 올해 3월 30일에 출범했다. 이날 출범 150일을 맞아 그간의 성과를 발표했다. 허나 발표된 내용들에 포함된 성과들이 위원회의 성과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뉴스제주

# 형식적인 일자리 성과보고회...

좌 위원의 지적대로 이날 일자리위원회 보고회엔 30명 위원들이 모두 참석했지만 제주도정이 그간의 실적을 홍보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나머지 이날 계획됐던 토론은 거의 진행조차 되지 못했다.

일자리위원회 위원이 30명인데 토론에 할당된 시간이 겨우 30분 뿐이었다. 1명의 위원이 겨우 1분간만 얘기할 시간이라 좌 위원의 지적대로 이날 참석은 했지만 아예 한 마디도 못해보고 되돌아가는 위원들도 많았다.

이 때문에 원희룡 지사의 주도 아래 몇몇 위원들의 개인적인 의견 제시만 있었을 뿐, '토론'이라고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지적에 원희룡 지사는 그나마 공감을 표현했지만, 양원찬 공동위원장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몇몇 위원들로부터 지적이 제기되자 양 위원장은 목소리를 한층 높였다.
양 위원장은 "지적한대로 이런 회의를 백번 가져봐야 소용없다. 솔직히 일자리 창출은 국가나 민간기업에서 많이 고용해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며 "오늘 회의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러 많은 곳에서 고통을 어떻게 분담할지를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양 위원장은 "이 현상을 그대로 놔둘 수 없으니 지금 주어진 여건에서 최대한 효율성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제주도가 수수료를 받지 말고 '고용 복덕방' 같은 것을 만들어서 일자리를 중개해 줄 수 있는 서비스를 갖추기를 제안해 본다"고도 말했다.

허나 양 위원장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제주도의 실업률이 높아서, 일자리가 부족해서 그런 서비스를 안 하는 게 아니다.

올해 7월 기준, 제주자치도의 고용률은 71.5%로 전국 1위다. 청년고용률 역시 49.8%로 전국 1위고, 실업률도 1.7%에 불과해 전국 14위(청년실업률 4.7%, 전국 15위)여서 일하기 좋은 지역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허나 제주지역의 임금총액은 256만 4000원으로 전국 16위 꼴찌다.

즉, 앞서 지적한대로 제주엔 저임금 단기간 일자리가 엄청 많이 널려 있어 고용률이 전국 1위를 달리고 있을 뿐, 고용의 질이 바닥을 기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방안을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고용률(효율성)을 더 높이자는 위원장의 제안은 현 제주도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고용을 창출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고, 일자리창출위원회를 구성했다곤 하지만 알맹이 없이 실적 홍보에만 치중하고 있는 제주도정의 모습도 문제다.

   
▲ 문재인 정부 산하 장신철 일자리위원회 부단장(왼쪽)이 "이젠 효율성 중심에서 벗어나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라며 제주자치도에 제언을 건냈다. ⓒ뉴스제주

# 장신철 부단장의 제안, 실제 현장에 반영될 수 있어야...

오히려 이날 보고회에선 장신철 일자리위원회 부단장의 제언이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일자리위원회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가장 먼저(5월 16일) 조직된 정부 기구다.

장신철 부단장은 원희룡 지사의 제언 요구에 "이젠 '성장과 효율성'을 뒤로 하고 '사람'을 먼저 보라"고 당부했다.

장 부단장은 "그간 한국 사회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해 온 데에는 '효율성' 위주로 정책들이 짜여져 왔기 때문"이라며 "이젠 그러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 부단장은 얼마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버스 졸음운전 사망사고 건을 예로 들었다. 장 부단장은 "종전 같았으면 사업자 선정 시에 시설요건과 버스 대수, 운전인원만 따졌다. 충분한 휴게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과거엔 사업자를 선정할 때 취업률만 봐 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장 부단장은 "얼마만큼 참여자를 모집해서 취업률을 높였는지만 봤다. 물론 중요한 지표이긴 하다. 허나 이젠 종사자들의 임금수준과 교육훈련 여건에 대해서도 점수를 책정하겠다고 하자 낙찰된 사업장들의 임금수준이 10∼15% 가량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며 "이제는 사업자 선정 시에 몇 명을 고용할 것인지와 함께 임금수준도 제출토록 하면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양 위원장이 '효율성'을 강조한 대목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아이러니한 건, 양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장 부단장의 제언이 있고 난 뒤에 나온 말이라는 점이다. 이젠 효율성을 뒤로 하고 '질(사람)'을 높여야 한다는 장 부단장의 제언을 제대로 듣기나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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