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에 살고 있는 고모씨(66.여)는 최근 개편된 대중교통체계로 인해 곤혹스러웠던 당시를 떠올렸다.

번호와 노선이 바뀐 버스체계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고씨. 생소한 번호의 버스를 연거푸 5~6대를 보내고 나서야 버스노선이 개편됐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고씨가 이용하는 정류소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인지, 버스안내도우미도 배치되지 않았다.

언뜻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는 홍보문구를 떠올린 고씨. 손 안에 스마트폰을 급히 켰지만 20여분을 끙끙 대도 원하는 노선을 찾지 못했다. 결국 뙤약볕에 두 정거장을 더 걸어서야 안내도우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요즘 세대는 스마트폰으로 어플을 사용해 버스노선을 잘 찾는다고들 하던데, 스마트폰을 쓰고는 있지만 어플을 사용하지는 못하겠더라. 한동안은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 제주 대중교통체계 개편 관련 어플리케이션 목록. 제주특별자치도가 제공하는 어플의 평점이 유난히 낮게 매겨진 것이 특징이다. ⓒ뉴스제주

조천읍에 거주하는 허모씨(34)는 최근 어머니가 어려움을 겪어 속이 상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평소 버스를 자주 이용하지는 않지만 한 두번씩 장을 보러 시내로 나가고는 하는데, 확 바뀐 노선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두 자릿수의 번호가 세자리가 되고, 종전의 시외버스 색깔이 혼용된 것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도움을 구하기 위해 찾아간 읍사무소도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200페이지 분량의 두꺼운 노선도를 건네줄 뿐이었다.

허씨는 "두꺼운 책에서 필요한 노선을 찾는 것도 힘들지만, 시간표도 따로 나와있지 않더라"며 "조천읍사무소라면 조천을 도는 버스노선표만 따로 만들어줬으면 될 것을 제주 전체가 나오는 노선표가 도움이 되겠나"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대중교통체계 개편 시행 초기 예상됐던 우려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젊은 층에서는 일부 불편을 토로하기는 해도 어느정도 수용해 나가고 있는 반면, 노년층에서는 적응에 애를 먹고 있는 분위기다.

유동인구가 많은 버스정류소마다 배치돼 있는 '안내도우미'는 오는 9월 1일을 기해 철수된다. 민간단체와 공무원들이 폭 넓게 투입되고 있는 만큼 언제까지고 이들을 배치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결국, 이후부터 의지할 수 있는 정보는 정류소 내의 버스노선 안내표와 어플리케이션 뿐이지만 이 또한 용의치 않다.

아직 각 정류소별 안내표가 완비돼있지 않은 곳이 종종 있을 뿐더러, 어플의 구성과 내용도 허술하다.

현재 어플리케이션 마켓(구글 플레이 스토어 기준)에서 '제주버스', '제주 대중버스', '제주 대중교통'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소개되는 어플은 총 5~6개 내외다.

이중 4~5개는 사설 업체가 만든 것으로, 아직 제대로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공인해 만든 어플의 평가는 더욱 혹독하다. 5점 만점에 3.4점에 그쳐 사설 어플의 평점보다도 낮게 매겨졌다.

어플의 리뷰를 보면 "출퇴근 시간 등 접속자가 몰릴 때는 먹통이 돼 정작 필요할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플의 최적화가 이뤄지지 않아 어플이 너무 무겁다. 제주도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의심 된다"는 등 혹평이 이어졌다.

개중에는 높은 점수를 준 사용자들도 있지만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대한 호평은 있을뿐 어플의 활용성은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실제로 어플의 검색기능을 사용해보면 사용자의 정류소의 명칭을 적어도 검색결과가 도출되지 않는다. 노선번호와 종점명만 검색할 수 있도록 설정돼 있어 어려움을 더한다.

현재 제주도는 교통 불편신고센터(710-7777)와 제주120콜센터 등을 통해 대중교통 민원과 안내를 병행하고 있다. 관련 민원이 쏟아지고 있는 와중에, 개편 노선의 안정화를 위한 폭 넓은 안내방안의 필요성에 제기되는 시점이다.

   
▲ 제주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관련 제주특별자치도가 제공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 노선검색에서 정류소명을 기재도 별다른 검색기록이 나타나지 않는다. ⓒ뉴스제주
   
▲ 지역 읍면동사무소에 찾아가면 제공되는 버스노선 책자. 내용이 너무 많아 원하는 노선을 쉽게 찾기엔 어려움이있다. ⓒ뉴스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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