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관광객 87% 감소했지만 일본, 말레이시아, 상가폴, 홍콩, 미국 증가세

한-중 외교관계 악화의 원인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가 관광객 감소를 불러오긴 했지만, 시장다변화를 이끌어 내는 단초가 된 셈이 됐다.

올해 3월 15일 중국이 사드 보복 조치로 한국행 관광상품 판매를 일제히 중단시키자, 제주특별자치도는 관광시장 위축으로 경기침체까지 우려해야 했다. 제주를 방문하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약 84% 가량이 중국인 관광객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걱정이었다.

   
▲ 사드(THAAD) 시험 발사 장면. ⓒ뉴시스

실제 중국인 관광객들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다행히 경기침체 우려는 딱 우려까지만으로 그쳤다.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반면 국내 관광객과 아시아권 다른 나라, 미국 및 유럽 등지의 외국인 관광객이 제법 늘면서 큰 걱정을 하지 않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올해 중국인 관광객은 71%가 감소했지만 국내 관광객이 9.7% 늘고 일본(7.3%)과 아시아 구미주권(23.3%)에서 관광객이 늘면서 전체적으론 6.7% 정도로만 전체 관광객이 줄었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제주를 찾았던 중국인 관광객은 215만 9006명이었으나 올해는 62만 5930명이 방문한 것으로 기록됐다.

특히, 중국이 사드 보복 조치로 한국 관광 금지를 선언한 3월 15일 이후부터 8월 31일까지만으로 한정하면 감소율은 무려 87.7%에 이른다. 이 기간동안 지난해엔 147만 9965명의 중국인들이 제주를 방문했었으나 올해는 18만 2544명 뿐이다.

중국이 한국 관광 상품판매를 금지했기 때문에 올해 제주를 방문한 18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은 여행사를 통하지 않은 FIT(개별관광객)로 분석된다.

이렇게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감소했으나, 올해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817만 2109명보다 9.7% 많은 896만 3859명이 제주를 다녀갔다.

   
▲ 3월 16일 오전 12시께 버스주차장이 텅 비어 있던 성산일출봉 주차장.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이후 중국인 관광객은 무려 87.7%나 감소했다. 하지만 내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하면서 감소 충격이 제법 완화됐다. ⓒ뉴스제주

# 사드 보복 조치가 오히려 중국 의존 관광 줄어들게 하는 효과 불러와

현재 내국인과 외국인의 제주 방문 관광객 비중은 9대 1이다. 내국인 관광객 비중이 훨씬 크게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 관광객 감소 충격이 그다지 크지 않다.

오히려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 때문에 내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요인도 있다. 실제, 사드 보복 이후 제주를 방문한 대다수의 국내 관광객들은 "어딜 가도 떼구름처럼 많던 중국인이 없어서 관광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거나 "여유롭게 관광할 수 있다고 해서 제주를 찾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와 함께 제주자치도는 중국 관광객 감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시장다변화' 정책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그간 매해 줄어들기만 했던 일본 관광객이 올해 5년만에 회복세로 돌아서 증가한 것도 시장다변화 정책의 한 결실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허나 그 수가 너무 적다. 올해 현재까지 3만 5308명에 불과하다.

일본과 함께 말레이시아(31.3%)와 싱가폴(24.7%), 홍콩(38%) 관광객들도 제법 늘었다. 하지만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전체 관광객은 지난해에 비해 겨우 0.8%만 증가했다. 이는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대만, 베트남 관광객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를 보면 제주자치도가 적극 시행 중에 있다는 시장다변화 정책 결실이 몇 개 국가에만 한정돼 있어 아직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지적한대로 그렇긴 하지만 조만간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 관계자 설명에 의하면, 태국의 경우 왕 서거로 인해 1년 동안 해외관광이 금지된 이유가 있었다. 이로 인해 태국 관광객이 40%나 줄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제주를 오가는 직항이 없어졌다. 대만은 올해 1∼2월 동안 항공사 파업으로 운항이 중단됐다.

도 관계자는 "10월 이후에 인도네시아와 제주를 오가는 항공노선이 취항할 예정이고, 대만은 3월부터 다시 정상 운항 중에 있으며, 태국에서도 올해 12월 중에 복항할 것"이라며 "베트남엔 전세기를 띄워 만회 중이어서 시간이 지나면 점차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제주자치도는 사드 위기 극복과 시장다변화를 위해 각종 대형 이벤트와 국내외 마케팅, 항공노선 확충 등에 힘써왔다.

   
▲ 완전히 텅 비어 버린 성산일출봉 인근의 화장품 매장. 사드 사태 이후로 제주도내 관광사업체는 총 83개소가 휴업하거나 폐업했으나, 128개 업체가 신규 등록해 오히려 더 늘어났다. ⓒ뉴스제주

# 관광 위기라지만 도내 관광사업체는 더 늘어...?

사드 사태 이후 당연히 줄어들 것으로만 여겼던 제주도내 관광사업체는 오히려 더 늘었다.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올해 3월 6일 기준으로 도내 관광사업체는 총 1878곳이었으나 현재 1923곳으로 늘었다. 사드 사태 이후 83개 업체가 휴업 또는 폐업했으나 128곳이 신규로 등록됐다.

관광숙박업이 9개가 줄었지만 14개 업체가 신규등록해 5곳이 더 늘었고, 특히 유원시설업은 25곳이나 더 늘었다. 이는 사드 사태 이전부터 제주에 건축 예정이었던 물량이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여행업도 오히려 더 늘었다. 59개가 줄고 73곳이 새로 생겼다. 줄어든 여행업들은 중국 관광객에 의존하던 사업체들이었으며, 늘어난 곳은 시장다변화 수요에 따라 생긴 업체들인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자치도에서도 시장다변화 정책 일환으로 관광진흥기금을 대거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3회에 걸쳐 424개 업체에 총 760억 2300만 원을 지원했다.

이승찬 관광국장은 "이번 사드 사태를 계기로 중국 의존성에서 벗어나 제주관광의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가 됐다"며 "관광객 수용태세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제도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