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희수 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지난 두 달 사이에 한림읍 지역의 일부 양돈업체가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 함양 통로인 ‘숨골’과 용암동굴에 축산분뇨를 무단으로 폐기했고 심지어 한 농가는 분뇨 저장조 고무관을 숨골에 꽂아 놓기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 지역 주민을 비롯한 도민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한림읍 지역 주민들은 “우리가 똥물을 먹고 살았냐”며 분통을 터뜨렸고 급기야 “축산폐수를 무단 방뇨한 비양심 양돈업자를 구속하라”며 지방정부의 안일한 행정을 규탄했다. 결국 제주양돈산업발전협의회 관계자들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이며 공식 사과입장을 발표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일차적으로는 축산폐수 처리 비용을 아끼고자 무단 방류한 일부 비양심 업자에게 있지만 긴 시간 이를 모니터링하고 관리 감독하지 않은 도정의책임이 매우 크다.

제주도 수자원본부는 지난 2015년 축산폐수 배출시설, 개인 하수 처리시설 등 제주 지하수 잠재오염원의 현황을 파악하고 수질 등급별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했고 2016년에는 전국 최초로 ‘지하수 수질 등급별 관리체계’를 시행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제주도의 ‘청정 지하수’는 한순간에 ‘똥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제주도 지하수 오염의 심각성은 지난 1월 24일 열린 ‘지하수 수질개선 및 오염방지 기술 개발’ 중간보고회에서 이미 지적된 바 있다. 서부 지역의 경우 지하수 오염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질산성 질소 농도가 높게 나타났고 최근 조사 결과 5.5㎎/ℓ로 동부2.8㎎/ℓ, 남부3.0㎎/ℓ, 북부1.4㎎/ℓ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당시 보고에서 축산폐수, 생활하수의 지하유입이 원인으로 지목됐었다.

이어 지난달 24일 도 감사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제주도상하수도본부 종합감사 결과’에서는 청정 지하수 보전을 위해 타 시도보다 강화된 개인하수처리시설 방류수 수질기준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시, 서귀포시 모두 방류수 수질을 검사해놓고도 기준치를 초과한 오수처리시설에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거나 금액을 낮춰서 책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청정 지하수’를 관리 감독해야 할 행정이 지하수 오염원을 방치한 것이다.

한림읍 주민400여명은 지난달 29일 한림읍사무소에서 집단시위를 열고 △축산분뇨 처리실태 전수조사△무단 배출 양돈업자 구속△가축분뇨처리법 강화 국회 청원△피해 방지 및 환경보전기금 마련 등의 요구사항을 강력히 제기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도의회는 도민들이 분노와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즉각 양돈사업자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와 더불어 이러한 통탄할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고 도민들에게 보고해야 한다. 

   
▲ 박희수 전 제주도의회 의장 ⓒ뉴스제주

도의회에서도 당장 소관 상임위원회 특별업무보고를 받고 행정을 질책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함은 물론 행정사무조사권을 발동하여 지하수 오염원에 대한 전수조사와 발생량과 처리량에 대한 분석을 실시해 무단방류 실태, 오염원 차단 방안 등의 구체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청정 제주’에서 ‘청정 지하수’가 아닌 ‘똥물’을 마셔서야 되겠는가! ‘청정 제주’의 표본이 돼야 할 제주도정이 ‘청정 제주’를 더럽히는 아이러니를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제주특별자치도는 강력한 원상복구 행정명령을 비롯한 강력한 행정조치와 사법기관의 엄격한 법집행으로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함은 물론 도민들의 허탈하고 쓰라린 마음을 청정 지하수로 씻겨내야 한다.

우리 제주도민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제주의 청정 환경을 사랑해 이주해오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제주환경을 훼손시키는 몰지각한 일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청정 제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제주 전역을 청정지역으로 선포하고 실행하는 방안을 강구해 주시길 적극 제의하는 바이다.


*외부 필진의 기고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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