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읍, 축산분뇨 사태 11일 도지사실 방문 탄원서 전달
강력한 대책 마련 요구에 원 지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까지 검토 중"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9월 11일 도내 축산업계의 존폐 문제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림읍이장협의회(회장 홍우철)가 이날 오후 2시 제주도지사실을 전격 방문해 이번 사태에 대한 강력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원희룡 지사는 확실한 문제해결 의지를 내보이고자 '축산업계 존폐' 문제까지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로 삼다수가 '똥물'에 뒤집어 씌워지는 형국까지 치닫자 내놓은 반응으로 비춰진다. 그만큼 이번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행정당국도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 한림읍이장협의회 등 한림읍 내 10개 자생단체로 이뤄진 '축산악취 및 폐수 무단방류 근절을 위한 투쟁위원회'가 9월 11일 원희룡 지사실을 방문해 축산 분뇨 사태에 따른 대책 마련 요구에 나섰다. ⓒ뉴스제주

최근 제주시 한림읍 지역에서의 축산분뇨 사태가 큰 문제로 불거지자, 지역 내 10개 자생단체가 뜻을 모아 '축산악취 및 폐수 무단 방류 근절을 위한 투쟁위원회'라는 조직을 결성한 뒤 이날 도지사실을 찾았다.

9명의 투쟁위원회 위원과 박원철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한림읍)은 이날 약 1시간 동안 원희룡 지사와 비공개 간담회를 나눈 뒤, 오후 3시께 도청 기자실에서 이에 대한 브리핑에 나섰다.

도지사에게 전달한 탄원서를 낭독한 홍우철 이장단협의회장은 "축산악취와 환경오염이 계속 발생하는 동안 과연 행정당국은 무엇을 했느냐"며 "그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던 민원이었지만 조치는 미미했고, 소극적 해결로 오늘의 사태를 야기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홍 회장은 "엄중한 수사가 진행되길 바라고, 앞으로 행정기관에서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지를 보면서 투쟁수위를 높이겠다"며 5가지 사항을 도지사에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우선 이들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축산법을 강력히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공소시효를 10년으로 늘리고, 과징금에 대해선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무겁게 부담지게 할 것을 주문했다. 환경법까지 적용해 가중 처벌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한 숨골에 방류한 양돈농가를 즉각 구속하고, 철저한 원인규명을 촉구했다. 행정당국의 관계 공무원 책임자 처벌과 도내 가축분뇨처리를 100% 공공자원화 할 수 있도록 할 것도 포함시켰다.

   
▲ 투쟁위원회가 요구사항을 탄원서를 원희룡 지사에게 전달하고 있다. ⓒ뉴스제주

이와 함께 향후 가축분뇨 불법 배출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가 한림읍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닐 수 있음을 명시하면서 제주도내 모든 양돈농가에 대한 전수조사에도 나설 것을 요구했다. 전수조사 시 투쟁위원회 위원들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할 것도 명시했다.

이 밖에 불법 행위를 자행한 양돈농가에 대한 지원금 및 보조금도 환수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강창호 한림읍발전협의회 회장은 "원희룡 지사가 지금과 같은 사태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요구사항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며 "축산업 존폐까지 거론하면서 강력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말했다.

강창호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제주자치도는 조만간 단속권한을 갖는 자치경찰단과 민간인 20명(투쟁위 포함) 정도로 감시단을 구성해 도내 모든 양돈농가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강 회장은 "또 행정에선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강력한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고, 원 지사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역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다만, 원 지사는 행정당국의 책임자 처벌에 대해선 좀 더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하고 난 뒤, 한림읍이장협의회가 원희룡 지사와의 대화 내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제주

강 회장은 "사실 양돈농가들도 지역주민이다. 한림읍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이 양돈산업이었고, 나름 마을발전에 기여해왔기에 자부심 갖고 생활하면서 좋게 해결하려고 했었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된 것이라 이렇게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강 회장은 "그간 냄새 때문에 밤에 문을 열지 못한다거나, 관광객들이 와도 하룻밤 자고는 떠나버리는 문제들이 있어왔다"며 "양돈농가에 대해선 소송단을 구성해 피해보상을 묻는 투쟁도 벌일 계획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 동석했던 박원철 의원은 "원 지사가 제주 축산업 존폐 문제까지 거론해 깜짝 놀랐다"며 "도정의 문제해결 의지가 중요한데, 집행부의 추진 상황을 위원회가 지켜보면서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믿을 수 있는 답변도 있었지만 이번 일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면 끝까지 갈 것"이라며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한림읍 21개 마을 이장단과 10개 자생단체가 한 마음으로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원희룡 지사는 이날 오전에 주간정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축산 관계부서에 "강력한 대책 마련에 시간끌지 말고 진행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행정당국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제재조치와 앞으로의 개선책, 농가들의 자구노력, 관계된 분야에서 협력을 끌어내고, 이번에 모든 편법적인 틈새들을 다 막아낼 수 있도록 특단의 각오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투쟁위원회는 한림읍이장협의회를 비롯 한림읍주민자치위원회와 한림읍노인회, 새마을지도자한림읍협의회, 바르게살기운동한림읍위원회, 한림읍새마을부녀회, 한림읍연합청년회, 한림읍발전협의회, 한림읍장애인지원협의회, 한림청소년지도협의회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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