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도로 지나는 일반간선 버스, 대형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제주자치도, '제주도 이웃이 타고 있습니다' 문구는 일단 삭제키로

5.16도로를 지나는 일반간선 버스가 대형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후 현재 5.16도로를 지나는 버스는 2개 노선이 있다. 하나는 181번의 급행버스, 다른 하나는 281번의 일반간선 버스다. 이 가운데 281번 버스 중 일부 버스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 출입문이 2개인 281번 일반 간선버스. 출·퇴근 시간대에 승객들을 가득 태우고 위험한 5.16도로를 운행하고 있다. 이에 버스기사들도 "매우 위험하다"며 대형사고 발생을 우려했다. ⓒ뉴스제주

문제로 지적되는 버스는 출입구가 2개인 일반 시내버스다.
현재 5.16도로 노선에 19대의 버스가 배차돼 있으며, 19대 중 대다수가 출입문이 2개인 버스다.

출입문 2개 버스의 좌석 수는 32석뿐이다. 이 때문에 50여 명이 넘는 승객들이 이용하는 출·퇴근 시간대엔 절반 이상의 승객들이 한 손으로 지지대를 붙잡은 채 구불구불한 5.16도로를 통과하고 있다.

5.16도로는 제주도내 있는 모든 도로 중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다. 교통사고 건수는 평화로 등 다른 도로에 비해 많진 않지만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급격한 커브길이 많고 1차선 편도여서 한 번 잘못 추월했다간 큰 사고로 이어진다. 가드레일이 세워져 있긴 하지만 일부 구간은 도로 옆이 낭떠러지여서 매우 위험하다. 게다가 날씨가 안 좋은 날이면 진한 안개로 인해 가시거리 확보가 어렵고, 가벼운 사고라도 나면 심한 정체를 겪는 노선이다.

대중교통체계가 개편되기 이전엔 출입구가 하나 뿐인 좌석버스(41∼42석)만 5.16도로를 다녔다. 물론 이 때에도 자리가 모자라 일어선 채로 탑승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현재의 281번 버스에 비할 바가 못된다.

버스 운전기사도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적극 동조했다.

   
▲ 5.16도로를 지나가는 281번 일반 간선버스. 출입문이 2개인 이 버스의 좌석 수는 32석. 평일 출·퇴근 시에 만석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일어선 채 험난한 5.16도로를 지나고 있다. 사진은 9월 15일 오전 8시 20분에 제주시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 실내. ⓒ뉴스제주

# 버스 운전기사들 "이 버스로 운행하기엔 너무 위험해"

A운전기사는 경남 진주에서 버스를 몰았던 기사다. 이번 대중교통체계 개편 때 제주로 내려와 운전원 모집에 응시해 제주에서 운전대를 잡게 됐다.

그도 "출·퇴근 시간대에 승객들이 가득 차면 저도 불안하다. 어제도 오후 6시 30분께 제주시로 넘어가는데 많은 승객들이 서서 가야 했다"며 "특히 승객분들이 불안해하셔서 커브 돌리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고나면 대형사고 위험이 높겠더라"며 "5.16도로 진입할 때 승객들에게 안전띠를 매달라고 당부하지만 매는 사람만 맬 뿐, 불편하셔서 그런지 대부분 착용하지 않더라"고 부연했다.

실제 대다수의 승객들은 안전띠를 매지 않고 5.16도로를 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한 승객은 "예전 시외버스 탈 때엔 안전띠 안 매면 벌금내야 한다고 해서 맸던 기억이 있는데, 이젠 입석(서서가는) 승객들이 많아져서 그런건지 그런 말도 안 하더라"며 "사고나면 어쩔려고 이러는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노선을 운행 중인 또 다른 운전기사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B운전기사는 "출·퇴근 시간에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서 오는 승객들이 태반인데 안 태울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5.16도로에서 커브 돌 때 많은 승객들이 불편해 한다"고 말했다.

   
▲ 281번 일반 간선버스 노선도. 무려 62곳의 정류장에서 승·하차를 반복해고 있다. ⓒ뉴스제주

# 아무리 시내버스라지만 정차역이 62곳이라니...

현재 281번 노선의 일반간선버스는 14분 간격으로 배차되고 있다. 제주시 버스터미널에서 서귀포시 버스터미널까지의 운행시간은 1시간 41분이 소요된다.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이유는 출발점에서 종점까지 무려 62곳의 정류장을 경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차역이 많다보니 예정된 시각보다 늦게 종착지에 도착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A기사는 10여 분 늦게 종착지에 도착하는 바람에 20여 분 남짓만 쉬고 다시 운전대를 잡아 제주시로 넘어가야 했다.

만차가 되는 출·퇴근 시간대에 제일 뒷좌석에 앉거나 서 있는 승객들은 더한 고역을 겪는다. 아무래도 많은 승객이 타는 시간대엔 오르막길에서 과부하가 걸린다. 엔진에 잔뜩 힘이 들어가니 진동과 소음이 승·하차 때마다 반복된다.

281번 노선에 투입된 모든 버스는 이번에 새로 도입된 차량이지만, 운행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날 운행에 나섰던 버스 한 대가 힘에 부쳤는지 엔진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다.

반면 같은 구간에서 급행버스(181번)는 11곳의 정류장만 거치기 때문에 1시간 15분이 소요된다. 대중교통개편 이전 때와 비슷하다. 이에 비해 추가된 281번 간선버스는 소요시간이 너무 길다.

이 때문에 승객들은 고민해야 한다. 1200원의 저렴한 간선버스를 타는 것과, 2000원(혹은 그 이상)이지만 좀 더 편한 급행을 타야하는지를. 물론 급행을 타더라도 개편 이전보다는 요금이 많이 저렴해졌다. 허나 노선이 신설되면서 오히려 시민들이 더 불편해진 것은 아이러니다.

   
▲ 뒷문이 없는 좌석형태의 281번 일반 간선버스도 있다. 제주자치도는 출·퇴근 시 5.16도로의 위험성 때문에 올해 중으로 증차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뉴스제주

# 제주자치도청 "고민 중..."이라는데

이 문제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 대중교통 담당부서 공직자들도 잘 알고 있었다.

담당 공직자는 "문제가 되는 차량을 모두 대차하기가 현재로선 쉽지 않다"며 "개선방안을 도출해서 올해 중에 증차해 다른 노선의 버스들과 바꿔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형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만큼 시급히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심각하게 고민 중인데 즉시 조치는 힘든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정차역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시내버스이기 때문에 안 설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호소했다.

담당자는 "시작점에서 탑승한 승객들은 예전보다 10∼20분 정도 늦어질 순 있겠지만, 중간 지역의 정류장에서 타는 사람들도 고려해야 한다"며 "버스를 이용하는 모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는 문제라 어느 한 쪽의 이야기만 듣고 바꿀 순 없어 고민이 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가까운 몇 군데의 지점을 통합해서 조금 줄일 순 있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건네자, 그는 "없어지게 될 정류장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만도 생길 수 있다"고 반박하며 "그렇게 되면 급행버스 의미도 흐트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제주특별자치도는 9월 15일 "대체 이게 무슨 의미인 것이냐"는 지적에 결국 논란이 된 '제주도 이웃이 타고 있습니다' 문구를 모든 버스에서 일단 삭제키로 결정했다. ⓒ뉴스제주

# '제주도 이웃이 타고 있습니다' 문구는 일단 삭제키로...

한편, 제주자치도는 버스 뒷편에 적혀 있던 '제주도 이웃이 타고 있습니다' 문구를 일단 삭제키로 결정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도 이 문구에 대해 "대체 무슨 의미인 것이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함께 도 본청 공직자들만 통근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도 문제로 제기됐었다.

이날 버스에 탔던 한 승객도 "도청 직원들은 편하게 통근버스 타고 다니고, 입석 버스에 탄 도민들은 가다서다 반복하는 통에 출근하면 너무 피곤하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시민들도 이 문구를 가리켜 "제주도 이웃이 속타고 있습니다" 등의 패러디를 가하며 이번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비판하는 목소리로 사용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제주자치도는 "문맥상 안 맞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어서 일단 떼기로 했다"며 "이후에 도민 공모를 통하든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한 뒤에 다른 문구로 교체하거나 아예 붙이지 않기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 5.16 도로를 이용해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오가는 급행버스. 이 버스는 총 11곳의 경유지에서만 정차한다. 이에 출발지에서 종착지까지 총 소요시간은 1시간 15분이 소요된다. ⓒ뉴스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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