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 도의원들도 '조건 없이' 수용할까?
선거구획정, 도의원들도 '조건 없이' 수용할까?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7.09.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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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 2명 증원 권고안 어때?" 道선거구획정위의 명분쌓기용 되묻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재 제주도가 처한 현실을 보면,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강창식)가 결국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정부입법도 시간이 부족해 힘들다고 포기한 판국에 새로운 획정위원회를 꾸려 진행할 시간이 없어서다.

제주도정은 내년 6월 13일에 치러질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헌법재판소가 판결한 대로 제주자치도의 선거구를 재획정해야 한다. 현행 법 상 선거 6개월 전까지 이를 결정해야 하니 올해 12월 12일이 데드라인이다.

   
▲ 올해 2월 23일,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도의원 2명 증원'을 권고안으로 정해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전달했다. 허나 원희룡 지사는 이 권고안을 제주도의회로 제출하지 않아 그대로 사장됐다. ⓒ뉴스제주

이제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이라 국회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정부입법이나 의원입법 절차가 마땅찮으니 이제 남은 해법은 현행 29개의 선거구를 재조정하는 수밖에 없다.

올해 6월을 기준으로 인구편차 60%를 적용하면, 하나의 선거구 상한선은 3만 5824명이 되고, 하한 인구수는 8956명이 된다. 즉, 1개 선거구에 속하는 주민 수가 최소 8956명 이상, 3만 5824명 이하가 돼야 한다.

현재 제주도내 29개 선거구 가운데 이를 위반하고 있는 곳은 제6선거구와 제9선거구다. 제6선거구는 삼도1·2동, 오라동으로 3만 6442명이다. 기준보다 618명이 많다. 제9선거구는 삼양, 봉개, 아라동으로 무려 5만 4575명이나 된다.

해법은 문제가 되는 선거구의 마을을 분리해서 다른 선거구에 합치면 되는데, 이 때 헌재가 정한 인구편차 상한선을 넘지 않으면 된다. 일부 선거구는 2만 명 이하인 곳도 있어 분리 후 합치는 작업은 누구든지 쉽게 할 수 있다. 단, 지역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가능한 일이다.

무작정 조정했을 시, 이를테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아라동 인구가 최근 급속히 불어나 2만 8645명이기에, 아라동을 단일 선거구로 떼어낸다. 1개 선거구가 늘어났으니, 하나로 묶어도 상한선을 초과하지 않을 2개 선거구를 합치면 된다. 이 조건에 맞는 지역이 제15선거구(한림읍, 2만 713명)와 제19선거구(한경·추자면, 1만 739명)다.

지역도 서로 인접해 있어 무리없이 합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될 수도 있다. 허나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갈등을 일으키는 단초가 된다. 종전 2개 지역구에서 1명의 의원만 배출하게 되는 셈이니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수가 없고, 각 지역민들이 해당지역의 도의원에게 바라는 바가 다를 수밖에 없어 갈등의 씨앗이 되는 건 뻔하다.

# 뻔한 답 요구한 선거구획정위, 책임 모두가 같이 져야 '의도'

이 때문에 애시당초 선거구획정위는 지난해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선거구 재조정' 안에 대해선 논외로 하고 아예 건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이 방법밖에 없으니, 선거구획정위가 전원 사퇴하겠다고 한 것도 십분 이해가는 일이다. 허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제주특별자치도 법정기구인 선거구획정위가 유일하다. 새로 꾸려져 누가 한들 선거구획정위가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래서 선거구획정위는 어쩔 수 없이 '독이 든 성배'를 들었다.

   
▲ 지난 7월, 원희룡 지사는 선거구획정위원회 권고안을 무시하고 신관홍 의장과 강창일 국회의원 등과 3자 회담을 거쳐 선거구획정을 하기로 했었다. 허나 이 방법이 무위로 그치면서 선거구획정위 파행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들이 되고 말았다. ⓒ뉴스제주

이에 선거구획정위는 29개 선거구를 재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단,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든 지역갈등을 일으킬 것이 자명하기에 선거구획정위는 이에 대한 책임을 3자 회동 당사자들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신관홍 의장, 국회의원들에게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선거구획정위는 21일 '논의 재개'를 선언하면서 동시에 종전 권고안으로 제시했던 '도의원 2명 증원' 방안에 대해 제주도의회와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물었다.

이는 종전 권고안으로 국회 의원입법이 가능한지를 밝혀달라는 것으로, 지역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하는 문제다.

'비례대표 축소' 방법으로 의원입법을 추진하려던 오영훈 국회의원이 포기한 바 있기 때문에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당시 오 의원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의원입법 추진 자체가 어렵다는 점을 밝힌 바 있어 원희룡 지사와 같은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은 이제 와서야 의원입법이 가능하다고 할 수 없는 처지다. 만일 가능하다면 선거구획정위 파행 사태가 오기 전에 손을 쓸 수 있었다는 말이 되기 때문에 또 한 번의 비난을 피할 길이 없게 된다.

결국,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뻔한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뻔한 답변이어도 선거구획정위가 이를 물어본 건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는 29개 선거구를 재조정하는 방법만 남아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책임을 선거구획정위만 지지 않겠다는 의도다.

선거구획정위가 이렇게 '독이 든 성배'를 들이 마신 것은 원희룡 지사가 앞서 선거구획정위에서 결정한 바를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책임을 같이 나누겠다는 것이다.

이에 선거구획정위가 권고안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한 것은 이 지경까지 몰고 온 3자 회동 나머지 당사자들에게도 원희룡 지사처럼 '조건 없이' 수용하겠느냐는 의사를 물은 셈이나 다름 없다.

이제 제주도의회나 지역 국회의원들도 막다른 코너에 몰렸다. 지역 국회의원들이야 당장 손해볼 게 없으니 원희룡 지사처럼 '조건 없이' 선거구획정위가 정한 바에 따르겠다고 하겠지만 문제는 제주도의회다.

직접적으로 선거구 조정에 따른 피해 당사자가 될 도의원들이 과연 선거구획정위의 지역구 조정 결과를 '조건 없이' 수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논란은 불 보듯 뻔하다. 이 과정에서 원희룡 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서로 눈치만 보거나, 팔짱만 끼고 구경만 할 것인지, 어떤 자세를 취할지에 따라 향후 제주정가를 흔들 '나비효과'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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