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선거구획정 작업 난항 속 '교육의원 폐지론' 대두
시민단체 "제도 불합리" VS 교육의원 "기본 모르는 주장"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원 선거구획정 작업이 난항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교육의원 폐지론'이 갑작스레 촉발되며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도의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29일 오후 회의를 갖고 선거구획정을 위한 논의를 재개키로 했다. 기존에 확정했던 '도의원 정수 증원' 권고안을 고수한다는 내부방침이 전해지고 있지만, 현실적 여건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의원 정수를 증원하기 위해서는 제주특별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데, 정부입법은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의원입법은 당사자들인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여전히 안갯속 형국이다.

이러한 와중에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교육의원 폐지'를 전제로 한 의원정수 확대 방안을 주장하고 나섰다.

◇ 교육의원 제도 불합리성 강조 "피선거권 제한 문제 있어"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지난 28일 비례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며, 그 대안으로 교육의원 제도 폐지를 요구했다. 제주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교육의원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먼저 이들은 '교육의원 피선거권의 제한'을 문제 삼았다. 교육경력 10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피선거권 제한 때문에 교육의원은 퇴직 교장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교육의원으로 선출된 도의원들이 모든 본회의 의결에 참여하는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 문제를 짚었다. 교육행정을 전문적으로 다루기 위해 선출된 교육의원들이 일반행정의 의결권까지 갖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이 같은 주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교육의원 정수 대신 비례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으로도 풀이된다. 교육의원의 전문성은 비례대표 제도를 통해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교육의원 선거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은 제주가 유일하다. 타 지역의 경우 지난 2014년 일몰제 규정에 의해 모두 폐지됐지만, 제주는 제주특별법을 통해 제도를 존치하고 있다.

◇ 교육의원들 '격양'..."대응할 가치도 없는 주장"

그러나, 이 같은 요구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도민사회에서는 교육자치 발전을 위해 교육의원 제도를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올해 초 제주MBC가 실시한 '교육의원 존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폐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27%였다.

지방선거가 불과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충분한 논의과정이 선행되지 않은 갑작스런 폐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우려도 남는다.

현역 교육의원들도 "기본도 모르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불쾌함을 여실히 표출했다.

한 교육의원은 "비례대표제의 취지 자체가 전문성을 강화하자는 것이지 않나. 각 사회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구만 갖고는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인데, 교육의원 제도를 없애자는 주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비논리적인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주장은 헌법에 근거한 교육의 기본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교육은 사회의 한 축이고 미래를 담보하는 것으로, 헌법에서도 그 전문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다른 교육의원은 "대응할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제주특별법을 통해 제주에서만 특별히 활용될 수 있는 제도임에도 단편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무식한 소리일 뿐"이라고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선거구획정 작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그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로 여겨졌던 교육의원 제도 존치 문제가 공론화 된 형국이어서 추이가 주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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