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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돈동 강 민 철

 

출근을 하려 이른 아침 현관에 나서는 순간 한숨이 나온다. 가뜩이나 좁은 신발장 앞 현관에 플라스틱 한 봉지와 캔 한 봉지, 그리고 이제 갓 7개월이 된 딸 때문에 수시로 부르게 된 택배상자가 어지러이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생활환경 담당자인 나조차도 이렇게 좁은 집안에 모아놓은 쓰레기에 골치 아픈데 도민들이 그렇게 불만이 많은 것도 당연하겠다 싶어, 오늘은 불만 민원이 있으면 더욱 친절한 응대와 이해를 시켜드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집을 나서는데 웬걸, 매일 넘쳐 수거도 제대로 되지 않던 집 앞의 클린하우스가 너무 깨끗해 보이는 것이다.

이것이 요즘 제주 곳곳에서 나타나는 변화된 모습이다. 우리는 지금 대중교통 체제개편과 더불어 더 나은 선진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중인 것이다.

약 20여 년 전, 클린하우스가 없을 때를 생각해보자. 동네의 전봇대 밑이나 관습적으로 쓰레기를 버리던 장소에 분리배출의 개념은 있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은 상태로 마구 버렸었다. 다만 그 당시에는 도시 미관상 해가 진 후에만 배출하는 것은 꽤 잘 지켜졌던 것 같다.

10여 년 전, 클린하우스가 생기며 전봇대 밑에 쌓이던 쓰레기가 없어지고 도시는 깨끗해졌다. 밤낮 가리지 않고 정해진 장소에 쓰레기를 버릴 수 있어 주민들 또한 편해지게 되었다. 타 지역에서는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제주를 찾기도 하였다.

시대는 다시 변하여 택배가 보편화되고 커피전문점이 폭증하는 등 쓰레기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클린하우스의 통 몇 개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 넘침 현상이 발생하고 클린하우스가 “더티하우스”가 되어갔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배경으로 요일별 배출제가 도입이 된 것이다. 그 동안 너무 편하게 쓰레기를 버리는 데 도민 모두가 익숙해진 것도 사실이다. 조금 불편해진 대신에 거리가 깨끗해지고 선진도시, 선진시민이 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행정에서도 주민 불편을 최대한 덜기 위하여 요일과 시간에 구애 없이 모든 쓰레기를 배출할 수 있는 “재활용도움센터”를 동네마다 설치하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효돈에서도 11월 중 오픈 예정으로 열심히 공사 중에 있으며 요일별 배출이 힘든 집에서는 이곳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쓰레기를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혹시나 지금까지 청결지킴이의 눈을 피해 쓰레기를 섞어 버리거나 요일별 배출품목을 지키지 않는 분이 있다면 이젠 정말 함께 동참해야 할 때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클린하우스가 혐오시설이 아니라 깔끔하게 쓰레기와 재활용을 모아두는 장소로 인식되는 깨끗한 선진제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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