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부서 인사 우대' 제주시장 공언 '일회용' 불과했나
쓰레기-교통 파트 등 "사기 저하-피로도 가중" 현장 전언

   
▲ 제주시청 전경 ⓒ뉴스제주

"열심히 하면 열심히 한 만큼 보답을 받을 것이다? 말만 앞서서 뭐 합니까. 바뀐 것이 없는데."

행정사무감사 시즌과 맞물려 제주시의 원칙 없는 인사방침이 재차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격무부서, 기피부서를 우대하겠다던 시장의 발언은 지켜지지 않았고, 일선 부서의 피로감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올 한해 제주시내 이슈는 '쓰레기'와 '교통' 현안이 잠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초에는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가 시작되면서 홍역을 치렀다. 지금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시행 초기만 하더라도 쏟아지는 민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하반기에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른 교통민원이 폭주했다. 평소에도 격무에 시달리는 부서에 커다란 정책과제가 얹혀지다보니 감당할 길이 없을 지경이었다는게 담당 직원들의 전언이다.

현장 부서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쉬어본 날이 없었다. 주말에도 항상 비상대기를 해야만 했다"며 "공무원이기 이전에 나도 사람이지 않나. 물론 고생하지 않는 공직자는 없겠지만 6시도 안돼 칼퇴근하는 타 부서 직원들을 바라보면 나는 무얼하고 있나 싶더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미 기분이 상할대로 상한 민원인 한 분을 상대하는 것도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더욱 조심할 수 밖에 없어 피로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솔직히 다른 곳으로 발을 빼고싶을 때도 많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생각하면 미안해진다. 승진이 됐건 뭐가 됐건 내부에서 축하할 일이 생긴다면 사기라도 올라갈텐데, 기대하면 안될 듯 하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공직자는 "인사때가 되면 대우해줄 듯이 얘기하다가 결과는 바뀌는 것이 없다"며 "시장의 발언을 믿고 '기피부서에 오면 진급될 것 아닌가'하고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떠나고 싶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제주시가 자체적으로 설정하고 공언해 온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고경실 제주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격무부서의 인사를 배려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바 있다. 고 시장은 지난해 7월 "제주시 최대 현안인 쓰레기와 교통 등 현안 부서의 일 잘하는 사람을 중용시킨 후 승진이나 원하는 부서로 인사배려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앞으로는 쓰레기부서나 교통부서 출신이 총무과장으로 발탁될 수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다. 특정 부서를 콕 집어서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발언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고 시장의 발언은 '일회용'에 불과했다.

곧바로 단행된 2016년 10월 정기인사에서는 쓰레기 부서와 교통 부서 인사들이 승진 또는 전보 배치되는 사례가 있었다. 특히 쓰레기 부서의 경우 유능한 인사를 전진 배치하면서 관련 업무를 강화시켰다. 

하지만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올 상반기와 하반기 인사는 고 시장의 정치철학과 거리가 멀었다.

지난 1월 인사의 경우 쓰레기, 교통, 농정 담당 부서 등 격무부서에서의 승진자는 부서장은 커녕 6급 승진자도 없었다. 이에 반해 인사를 집행하는 총무과에서는 서기관 1명, 사무관 1명, 6급 3명이 승진을 독식했다.

8월 인사에서는 서기관급은 농업 1명, 사무관급은 행정 2명, 시설건축 1명, 시설토목 2명, 사회복지 1명, 해양수산 1명이었다. 6급 승진자는 행정 9명, 시설건축 1명, 시설토목 3명, 사회복지 4명, 해양수산 1명, 운전 1명 등이었다.

직접적으로 언급한 쓰레기나 교통 파트의 승진 인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시지부 등은 인사 직후 논평을 통해 "인사권자가 그토록 강조했던 인사방침을 어긴다면 누가, 어떻게 신뢰를 갖고 일을 할 것이냐"며 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제주시 인사담당 관계자는 "지난해 인사에서 환경부서 등의 대대적인 보강이 이뤄졌기 때문에 올해의 경우 새로운 인사를 하기에는 기간이 워낙 짧았다. 작년 하반기 기점으로 승진이나 전보를 했기 때문에 올해는 부득이하게 반영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에서 봤을때는 '말로는 시장이 고생하는 부서나 쓰레기 부서에 인력 보강하겠다 하는데 결과가 없지 않느냐'라며 간혹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고 인정하며 "올해는 인사를 했던 기간이 워낙 짧아서 인사 요인이 없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복지인 경우에도 원래 행정직 티오인데 배분을 했고, 토목직렬 등도 마찬가지로 부분적으로 한 자리씩 정도는 배분을 했다"며 "격무부서 근무자들을 홀대하는 것이 아니고 많이 반영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제주시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그런 의견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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