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공사, 대기업에서 분리발주 거부 요청하자
제주자치도, 중소기업 제품 구매 예외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청에 공문 보내줘

제주도는 2차 산업이 척박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제주특별자치도는 취약한 2차 산업을 위해 중소기업 육성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허나 그게 다 말 뿐이었던 모양이다.
제주자치도가 도내 중소기업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변하기는커녕 오히려 제주에 없는 대기업만을 위한 행정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또 다시 제기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소속 김경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9일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조성사업과 관련해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다.

   
▲ 김경학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구좌읍·우도면). ⓒ뉴스제주

김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제주자치도는 지난해에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소각시설) 조성사업의 사업자로 GS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제주에서 단일 공사금액으로는 역대 최대인 1434억 원이 투입된다. 매립시설엔 코오롱글로벌(주)이 사업자로 낙점됐다.

이 사업은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추진되는데, 사업자는 '중소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라 공사용 자재를 직접 구매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한 조치다.

직접구매 대상 품목으로 확정된 자재에 대해선 발주처가 직접 구매해 공급해야 하며,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계약금액에서 공제하도록 돼 있다. 제주도정에서도 이에 따라 공사입찰 공고 시 중소기업 제품을 분리발주 하도록 했다.

허나 막상 사업자가 결정되자 GS건설은 이를 무시하고 공사용 자재 직접 구매를 예외처리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주도청에 요청했다. 관련 법에서 예외사유를 들 수 있는 경우는 재난이나 국가안보 등 특별한 경우에만 해당된다. 또한 지방중소기업청과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제주자치도는 GS건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번 공사에 대해선 '공사용 자재 구매를 예외 건으로 해달라'는 협조공문을 중소기업청에 보냈다.

반면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에선 광주전남 중소벤처기업청에 "예외해선 곤란하다. 정상 구매해도 무리없다"는 내용으로 공문을 보냈다.

즉, 제주도정이 대기업의 편의를 봐주려하자 민간기업에서 나서 중소기업청에 읍소하고 있는 형국이다.

   
▲ 김경학 도의원(왼쪽)은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조성사업에서 제주특별자치도가 도내 중소기업들의 육성을 위한 행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제주

이러한 지적이 제기되자, 김양보 환경보전국장은 '전문화된 기술이 필요하다'는 이상한 논리로 대응했다. 김 국장의 해명이 어설픈 이유는 관급공사에 쓰여지는 중소기업의 제품은 기술력이 우수해서 이미 조달청으로부터 '우수제품'으로 인증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소각로 건설사업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전기에서부터 배전설비까지 다 연결된 덩어리여서 이걸 분리발주 했다가는 나중에 배전반 하나에서 문제가 생기고 노후화되는 문제까지 우려가 상당히 크다"고 답변했다.

이어 김 국장은 "행정에선 모험을 감수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해당 기업에게 문제가 생기면 너희 책임이니 '잘 하라'고 주문했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국장의 답변대로라면, 이 사업은 애초에 분리발주해선 안 되는 공사라는 얘기가 된다.

이에 김 의원은 "우수제품으로 인증받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국장 논리에 따라서 항상 중소기업 제품이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이렇게 되면 직접 구매하는 제품들이 기껏해봐야 건축자재나 철근, 혼합골재 등 단순한 자재들에 그친다. 기술력이 들어가는,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돈 되는 것을 분리발주 안 하고 그런 논리로 계속 제외시키고 있으니까 제주도내 중소기업들이 이렇게 큰 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김 국장은 "지역기업도 참여하고 중소기업 어려운 여건 같이 보듬으면서 나가길 바라기는 하지만 소각로 공사가 중요한 부분이어서..."라고 재차 같은 입장을 피력하자, 김 의원은 "그러면 도내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도정에서 다른 방법들을 찾아봐야 할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국장이 다시 "찾아보겠다"는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하자, 김 의원은 "원희룡 도정 들어와서 오히려 중소기업에 대한 홀대가 더 강화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김 국장은 "자원환경순환센터와 관련해 소각장 및 매립장 공사에 대해선 다시 한 번 더 꼼꼼하게 살펴보겠다"는 답변으로 나섰고, 김 의원은 "도내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한 노력과 배려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 원희룡 제주도정에서 최근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조성사업 공사와 관련해 사업자인 GS건설의 요청을 받아들여 도내 중소기업들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요청 공문을 중소기업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제주

한편, 제주 이외의 지역에선 중소기업의 육성을 위해 지역제품 우선구매를 촉진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심지어 민간사업인 신화역사공원에서조차 공정 50% 이상을 도내기업이 참여를 하고 있다. 허나 정작 수 천억 원의 혈세로 지어지는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공사에서 도내 중소기업들은 구경만 하는 신세로 전락할 위기다.

현재 GS건설은 무정전 전원장치나 발전기, 변압기, 배전반, 태양광 등 계약 금액이 높은 것들 위주로 분리발주 예외 요청을 해 둔 상태다. 도내 중소기업들은 수익성이 별로 없는 철근이나 혼합골재, 건축자재 등의 납품만 떠맡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도내 공사업체에선 "만일 대기업의 요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대부분의 공사비용은 대기업의 몫으로 돌아가고 도내 중소기업은 하도급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도정은 이러한 상황을 잘 알면서도 GS건설의 요청을 받아들여 중소기업청에 분리발주 예외 요청을 해 놓고 있다.

제주도내 모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A대표는 "담당 국장이 기술력을 운운하는 것은 제품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온 문제"라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이해시켜 줄 관련 기술직 공무원들이 주변에 없다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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