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기는 돈 수백억원...'졸속 예산'의 씁쓸한 이면
해 넘기는 돈 수백억원...'졸속 예산'의 씁쓸한 이면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7.10.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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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②제주도교육청 이월예산 역대 최고치 경신
'시설사업비' 집행률 45% 불과...부족한 인력에 '전전긍긍'

최근 제주도교육청이 부실한 시설사업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학기 중 석면공사로 인한 학부모들의 반발, 일선 학교 석면해체 부실공사 등이 논란을 빚었고, 비슷한 시기 젊은 교육공무원이 막다른 선택을 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발생했다. <뉴스제주>는 일련의 상황이 특정 직렬의 '과다한 업무' 때문이라는 점을 착안해 실태를 진단한다.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또 하루 이틀 사이에 불거진 문제가 아님에도 제주도교육청이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총 5차례에 걸쳐 다룬다.<편집자주>

   
 

해를 넘긴 예산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졸속 예산편성'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던 제주도교육청. 그 이면에는 예산을 '사용하지 않는' 문제가 아닌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이 존재했다.

도교육청의 시설직 등 특정직렬 인력이 태부족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단순히 일 하기 힘든 상황을 뛰어넘어 막대한 예산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는 도교육청으로서는 기념비적인 해였다. 중앙정부와 제주자치도로부터 이전된 교부금 세입이 크게 늘면서 역대 최초로 '1조원' 예산 시대를 열었다. 

문제는 이와 동시에 사용하지 못한 예산도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하는 불명예를 떠안았다는 점이다. 사용하지 못하거나 이월시킨 예산액은 총 1347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13%에 달했다.

'총 예산 규모가 커지다보니 불용예산도 커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할 수 있지만, 예산대비 집행률 역시 바닥을 쳤다. 2014년 93%였던 집행률은 2015년 90.7%, 2016년 87.1%로 급감했다.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은 역시 '시설사업비'다. 2016년 총 2100억원의 시설사업비 예산이 편성됐는데, 사용한 예산은 949억원에 불과했다. 

집행률 45.2%. 채 절반의 예산도 사용하지 못한 심각한 결과다.

굵직한 사업이 넘어진 것도 아니었다. 적게는 몇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사업들이 제대로 결과를 내지 못하다보니 수백억원이 묶여버렸다.

예산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유동성 있게 운용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절반도 사용하지 못한 집행률은 전례를 쉽게 찾아볼 수 조차 없다. 같은해 추가경정예산으로 반영된 시설사업비의 경우 90% 이상이 연도 내 사용되지 못하고 이월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작년에 쓰다 남은 예산으로 올해 사업을 집행하고, 올해 남는 예산은 내년에나 사용하게 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앞서 지적했던 시설 사업 부서의 '인력 부족'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학교 석면제거, 부족한 교실 확장, 낡은 학교시설 개선, 운동장 트랙 교체 등 150여건이 넘는 공사를 열댓명이 도맡고 있는 구조적 문제 탓이다.

취재 중 만난 교육청 내부 관계자는 "이월 예산에 대한 지적은 받아들인다. 변명할 수 없는 결과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시설직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아이들이 머무는 학교인데 부실하게 감독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하려다보면 몸이 모자랐을 것"이라고 고충을 전했다.

교육 현장의 사정 상 방학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공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어려움을 더했다. 시의적절한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일손이 필요했던 셈이다.

도교육청 예산이 1조원 시대라고 하지만,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은 그리 넉넉치 못하다. 2016년 회계연도 기준 인건비나 기관.학교 운영비, 채무상환비 등 경직성 경비의 비중이 전체 75%에 달해 운용 가능한 예산은 2500억원 남짓이다.

2년 전 누리과정 문제가 정쟁의 도구로 악용될 때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없다"는 도교육청의 입장은 한결 같았다. 기어코 빚까지 져가며 구멍 난 누리과정 예산을 벌충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도교육청은 주어진 예산 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구조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개선의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10월이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회계는 더 낮은 집행률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핑계 삼아 1천억원에 달하는 혈세를 방치하는 것은 비겁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 3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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