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④시설사업-인력 불균형, 2~3년 전부터 도마
'인력 충원' 강력 어필...의회 '예산삭감' 으름장에 '느긋'

최근 제주도교육청이 부실한 시설사업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학기 중 석면공사로 인한 학부모들의 반발, 일선 학교 석면해체 부실공사 등이 논란을 빚었고, 비슷한 시기 젊은 교육공무원이 막다른 선택을 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발생했다. <뉴스제주>는 일련의 상황이 특정 직렬의 '과다한 업무' 때문이라는 점을 착안해 실태를 진단한다.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또 하루 이틀 사이에 불거진 문제가 아님에도 제주도교육청이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총 5차례에 걸쳐 다룬다.<편집자주>

   
 

제주도교육청의 기술직 인력 부족 문제가 하루 이틀 사이에 벌어진 문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문제를 자체적으로도 인지하고 있었던 제주도교육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진다.

제주도교육청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2~3년 전부터 부족한 시설직 인력에 대한 충원 요청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조직 구성에 있어 각 부서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기술직의 충원을 강력하게 어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 중 제주지역 건설경기가 좋아지면서 건설직으로 근무하던 인력 일부의 결원이 발생했고, 내부 분위기는 충원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교육당국의 느긋함 속에서 사정은 나날이 악화됐다.

도교육청 내부적인 인식을 벗어나 이미 외부에서도 문제의식을 같이 해 왔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취임 초기부터 관련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다.

2015년 7월 열린 제332회 제주도의회 제1차 정례회 교육위원회에서는 전년도 회계 결산 심사 중 급격히 불어난 예산의 이월.불용 문제가 돌출됐다. 김광수 교육의원은 사업 계획의 변경 및 취소로 인한 불용액이 전년도에 비해 480%나 급증한 것에 대해 문제 삼았다.

같은해 12월 속개된 제335회 제2차 정례회, 이듬해 예산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강시백 교육의원은 "사업 기간이 부족해서 명시이월 된 건수가 총건수에 비해서 75% 이상 된다. 예산 편성 단계에서부터 시설비를 증액하고 편성을 해도 이를 이월시키는 것이 관행적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당해 편성되는 예산을 내년에 사용하고, 내년 본예산은 내후년에야 사용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건전한 재정운영을 해친다는 지적이다.

2016년 11월, 올해 본예산을 심사하면서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교육위원회 소속 구성지 의원(바른정당)은 당시 정치적 쟁점이 됐던 누리과정 예산을 연계해 "돈이 없다면서 누리과정은 빚을 냈는데 막상 쓰지도 못하는 시설사업비가 600억원이 넘는다"며 시설비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김명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예산의 집행률이 낮은 것은 예산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결국은 학생들에게도 피해가 오는 것인데, 내년 시설사업비 편성 예산도 제대로 집행될 수 있겠나"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 과정에서 양봉열 제주도교육청 행정국장도 "인력이 한계적인 것도 있고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내부적인 어려움을 시인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발언들을 추렸을 뿐, 관련된 지적은 꾸준했다.

교육당국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사용하지 못했다고 해서 '근거가 없는 예산'으로 폄하당하기에는 다소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다. 최근 교육청의 시설 사업비의 규모가 커진 것은 외부적인 요인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건설경기로 대표되는 지역 경제 호황으로 인해 지방세 수입이 불어났고, 교육청으로 전해져 오는 교부금의 규모도 커졌다. 이에 따른 가용 예산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시설비 책정 예산도 늘었다. 

또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학교내 내진 설계와 석면 철거 사업 등이 서둘러 시행된 것도 주요 요인이 됐다. 필요 이상으로 낭비한 사업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럴수록 인력 확보의 중요성은 더욱 컸다. 넉넉한 시설사업비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만 됐더라면 제주의 아이들은 더 좋은 교육환경을 누릴 수 있었다.

내부의 하소연과 외부의 질책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5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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