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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체인지업 만으로는 무리
내년 로테이션 거르지 않고, 풀타임 뛰어 3점대 방어율 목표
 한국시리즈 우승, 재도전하겠다
 

 

【서울=뉴시스】 문성대 기자 = 두산 베어스의 영건 함덕주(22)가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꾸고 있다.

함덕주는 올해 두산의 5선발을 맡았다. 시즌 초반만 해도 그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함덕주는 시속 140㎞대 직구,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던지는 좌완투수다. 그러나 직구와 체인지업 외 구종은 빈도와 쓰임새가 떨어졌다.

잠재력은 충분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 마운드 위에서 생각이 많아 보였다. 그럴수록 투구 수는 늘어갔다. 기복도 심했다. 많은 이닝도 소화하지 못했고, 선발투수로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함덕주는 그러나 시즌 중반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4, 5, 6월 계속 선발로 뛰다가 7월 들어 잠시 불펜으로 돌아섰다. 그러다가 7월20일 SK 와이번스전에서 선발로 복귀하면서 선발승을 거뒀다. 이 경기를 시작으로 6게임에서 5승을 따내는 저력을 뽐냈다. 직구 제구력이 잡혔고, 볼끝 힘이 좋아졌다. 주무기 체인지업 앞에 타자들의 배트는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다.

기대주에서 두산 마운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부상했다. 올해 정규리그 35경기(137⅓이닝)에 등판해 9승8패 평균자책점 3.67이라는 호성적을 냈다.

 포스트시즌, 두산은 그를 불펜투수로 기용했다. 선발진에 비해 불펜진의 위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에서 나온 카드다. 그리고 두산의 이 영건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전 경기(4게임)에 나와 6⅔이닝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을 했다. 승부처에서 호투를 펼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그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4, 5차전에도 등판해 혼신의 힘을 다 해 일구일구를 던졌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다. 1차전을 이겼지만, 거짓말처럼 4연패를 당했다. 안타까워하던 두산 선수들은 조금 지나자 담담해졌다. 3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 2차례, 준우승 1차례는 쉽지 않은 성적표다.

함덕주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아쉬웠지만 내년 시즌 다시 우승에 도전하겠다. 자신감은 있다"고 말했다. 2018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우승의 초석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대표팀에도 뽑혔다. "젊은 선수들이 모여서 하는 대회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주고 오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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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구위가 굉장히 좋아졌다. 지난 오프 시즌에 체계적이고 많은 훈련을 소화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비시즌 기간에 많은 훈련을 소화했다. 그렇게 훈련한 것이 체력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래서 그 전 시즌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다. 몸 관리는 어떻게 하나.

"따로 하는 건 없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편이다.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도록 공을 가볍게 많이 던진 게 비결인 것 같다. 공을 안 던지면 불안하다. 올해 풀타임으로 나오면서 경기감각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야구선수로서 이 정도 빠른 성장을 예상했나.

"선발로 나오면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풀타임으로 거르지 않고 뛰었다는 것에 만족한다."

-'함덕주'하면 체인지업이 떠오른다. KBO리그 최고 수준의 체인지업인 듯하다. 언제부터 체인지업을 던졌고, 언제부터 수준급으로 던지기 시작했나.

"고등학교 때 코치님이 알려줘서 던지기 시작했다. 그 때는 평범한 체인지업이었다. 프로에 와서도 평범한 체인지업을 던졌다. 그런데 타자들 배트에 살짝살짝 걸리는 체인지업이었다. 그래서 중요한 순간에는 늘 불안했다. 검지와 중지를 벌려 포크볼식으로 던지면서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일 정도로 떨어지는 게 보여서 신기했다. 벌릴수록 더 많이 떨어졌고, 타자가 많이 속았다. 원래는 손가락을 얹는 정도의 체인지업이었다. 조금씩 벌리면서 더욱 좋아졌다. 제구가 어려웠고 손가락이 아팠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 이제 편하다."

-올해 선발투수로 입지를 굳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나.

"스프링캠프에서 선발을 준비했다. 감독님이 해보라고 해서 준비했다. 열심히 했지만 잘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선발과 불펜 중 어느 보직이 자신에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나.

"선발은 1년밖에 안 해봤다. 주위에서는 불펜으로 가면 구위가 좋아지고, 잘 던진다고 하더라. 현재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불펜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욕심이 나는 건 선발이다. 선발로서도 더 잘하고 싶고, 긍정적으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 시즌 목표는.

"올해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내년에는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면서 규정이닝을 채우고 싶다. 방어율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꼭 3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겠다. 승수는 하다보면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해낼 수 있는 것을 하나하나 해 나가겠다. 오프 시즌에 더 열심히 하겠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24세 이하 젊은 선수들이 모여서 하는 대회지만, 국가대표가 아닌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주고 오겠다. 체력적으로 괜찮다. 몸은 그 순간 힘들지만 조금 지나면 괜찮아진다. 안 던지면 후회로 남을 것 같다. 후회하기보다는 던지는 게 좋다."

-어깨, 팔꿈치 등 아픈 곳은 없나.

"워낙 건강한 편이라 아픈 곳은 없다."

-내년에 구종 추가 등 보완해야할 점을 꼽는다면.

"구종 추가보다 슬라이더를 보완하겠다. 체인지업 외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진다.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때 슬라이더를 많이 사용한다. 슬라이더가 완벽하지는 않다. 구속이 잘 안 나온다. 슬라이더를 조금 더 배워서 완벽하게 던지고 싶다. 올해 느낀 거지만 직구와 체인지업 만으론 부족하다. 슬라이더가 130㎞대는 나와야할 것 같다.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했다. 당시 기분과 내년 시즌 각오는.

"2년 연속 우승한 후 올해도 우승하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한국시리즈에 임했다. 져서 아쉽긴 했다. 그러나 KIA라는 팀이 워낙 잘했다. 우리 팀은 모든 게 잘 안 됐고, 안 풀렸다. 내년에도 우승에 도전하겠다. 항상 우리 팀이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자신감도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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