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X-Mas)는 '그리스도의 미사'라는 뜻이다.

여기서 '미사'는 미사 맨 마지막에 사제가 교우들에게 하는 말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의 라틴어 "이떼 미싸 에스트"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떼'는 '가다'라는 명령어이고, '미싸 에스트'는 '보내다', '파견하다'라는 말의 수동태이다.

그러므로 "이떼 미싸 에스트"는 직역하면 "가십시오. 파견되었습니다."라는 뜻이다.

미사가 끝날 때마다 신자들은 복음, 즉 '복된 소식'을 전할 사명을 가지고 '파견'된다.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께서 스스로 구원의 복음이 되어 성부로부터 이 세상에 '파견'되셨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복음으로 보내주신 그리스도는 누추한 구유에서 볼품없이 초라하게 가난이 되어 오셨다.

자신을 온전히 비우고 벌거숭이 아기가 되어 오신 것이다.

성탄이 아름다운 축제인 까닭은 더 이상 초라할 수 없는 구유에서 더 이상 연약할 수 없는 아기로 태어나신 가장 위대한 목자(마태2,6)의 축제이기 때문이다.

온 세상이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원초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하는님의 파견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린다.

크리스마스의 밤이 온갖 소란속에서도 조용하고 거룩하게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는 가난한 아기와 하나가 되고자 하는 연민과 사랑이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의 기쁨은 그리스도의 가난한 마음, 가난한 이와 하나 되는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진실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는 이 진실한 마음을 세상을 향하여 열게 하는 날이다.

성탄절 크리스마스 트리와 말구유를 밝히는 조그만 불빛은 부와 권력의 화려함을 모르는 가난한 아기의 마음을 은은히 비춘다.

가난한 마음은 화려하지 않고 은은하다.

가난을 비추는 은은한 불빛에서 우리는 희미하게나마 희망의 빛을 보게 된다.

세상의 바람이 아무리 거칠더라도 이런 진실한 마음의 불빛이 꺼지지 않기를!



< 이제민 신부의 '가난을 기다리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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