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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감귤박물관운영담당 홍기확

 

서울에서 친하게 지내던 선배공무원이 감귤박물관에 왔다. 그런데 시설 안내를 하던 내내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다. 나는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 분은 미뤘던 답변을 하듯 내게 물었다. “혹시 징계 받았어? 어떻게 네가 이런 한직(閑職)으로 밀려났니?”

모르고 하는 소리다. 나는 올해 1월. 서귀포시 인사혁신 기본계획의 핵심인 공모직위제도를 통해 2년 6개월의 임기로 감귤박물관에 근무 중이다. 철저한 계획서를 제출하고 엄격한 면접을 거쳐 선발되었다.

올 한 해 열심히 달렸다. 10개월 만에 관람객은 작년에 비해 22%가 더 오며 활기를 띠고, 수입은 83%가 증가하여 적자폭을 감소시켰다. 그러나 주변의 평가는 이토록 냉혹하다. ‘거기서 날고 기어 봤자 티도 안 나.’

그런데 어제 저녁밥을 먹는 도중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의 말은 상큼한 하루를 만들어 주었다. “아빠가 감귤박물관 대장인데, 체험도 재미있고 감귤나무 말고도 놀이터, 식물원 같이 재미있는 다른 것들도 많아서 좋아. 감귤박물관이 우리 집이면 좋겠어.” 나를 위한 응원가는 시끄럽지 않고 잔잔하다.

그간 감귤쿠키머핀만들기, 감귤과즐만들기, 감귤따기, 감귤정유족욕 등 체험을 대폭 강화했다. 국세공무원교육원생들의 봉사활동을 통한 설문조사결과 40대 미만이 94%라는 점에 마케팅의 초점을 맞춘 결과다. 감귤박물관은 자녀 1~2인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전시보다는 체험을 원한다.

한편 오는 12월 2일에는 국비 5억원을 투입해 수유실까지 갖춘 감귤특화카페인 『꿈나다』도 서귀포 전체가 보이는 야외전망대에서 개장한다. 아이는 체험을, 부모는 휴식을 취하는 랜드마크가 생긴다. 이렇게 감귤박물관은 진화하고 있다.

오늘 오전에도 박물관을 둘러본다. 관람객이 적으면 속상하고, 많으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슬픔과 기쁨이 교차한다. 그러나 서귀포의 상징은 감귤이다. 그 감귤의 홍보, 역사적 가치 조명의 중심은 감귤박물관이다. 세상의 평가는 비록 가혹해도, 가족의 평가는 후하다. 당당히 ‘영혼이 있는 공무원’으로써 꿋꿋이 감귤박물관을 발전시킬 것을 스스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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