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수치 자료 제시하며 '행정역량' 떨어졌다 집중 질타
원희룡 지사 "남 탓 할 수 없으니 개선해 나가겠다"며 지적 수용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이 과거 민선 5기 우근민 전임 도정에 비해 공무원 수가 확연히 늘었지만 오히려 행정역량은 뒤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원철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한림읍)은 16일 진행된 제356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2차 정례회 도정질문에 나서 원희룡 도정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왼쪽)와 박원철 제주도의원. ⓒ뉴스제주

박원철 의원은 민선 6기와 5기 도정에 대한 각종 수치를 나타낸 비교도표를 제시하면서 민선 6기 도정에서의 공무원들이 전임 도정보다 훨씬 일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행정의 외주화 규모 증가 ▲중앙지원사업예산 증가율 하락 ▲이월액 증가 ▲정책예산 감소 ▲공무원 수 증가 등의 구체적인 지표를 열거했다.

이날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우선 행정의 외주화 예산(민간위탁과 공기관 대행사업) 비중이 민선 5기 도정에서 최대 7.7%(2013년, 약 3000억 원)였으나 그 이후부터 8.6%, 9.4%, 8.1% 등 올해엔 8.7%(4400억 원)로 나타났다.

외주화 예산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행정시를 비롯 도 본청에서 하는 일이 줄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민간위탁은 종합사회복지관 사업, 공기관 대행은 테크노파크에서 하는 사업들을 말하는데, 외주화 예산이 늘어나는 건 맞지만 공무원들이 실제 일을 안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선 면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며 박 의원의 지적에 동감하지 않았다.

   
▲ 박원철 의원은 16일 민선 6기 원희룡 도정 공무원들이 민선 5기 우근민 전임 도정보다 훨씬 일을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스제주

이어 '중앙지원사업 예산 증가율'이 하락됐다는 지표에서도 민선 5기 전임 도정에 비해 민선 6기 도정에서의 그 비율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선 5기 2014년 때엔 중앙지원사업 예산이 1조 1340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8.4%가 증가했고, 그 비중이 전체 예산 대비 31.7%였다. 반면 민선 6기로 넘어와서 2016년까지는 그 비율을 어느정도 유지했으나 내년도 중앙지원사업 예산 증가율이 2017년에 비해 0.5% 오르는데 그쳤다. 전체 예산 5조 원을 넘긴 2018년 예산에서 중앙지원사업은 1조 2720억 원으로 전체 예산 대비 25.3% 비율로 내려 앉으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다음년도로 넘어가는 이월예산도 갈수록 증가해 매년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민선 5기 마지막 해인 2013년엔 7420억 원이 이월돼 전체 예산 대비 19.1%의 비중을 보였으나, 민선 6기 지난해엔 무려 1조 2900억 원의 이월액을 발생시켜 27.4%로 치솟았다.

이와 함께 전체 예산에서 이월액과 외주화 예산, 경직성 경비인 인건비 등을 제외한 '정책예산' 비중이 해마다 감소되고 있다는 점도 수치로 나타났다.

민선 5기 56.1%였던 정책예산 비중이 민선 6기 들어 46.4%까지 떨어졌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정책예산 비중이 계속 줄지만 오히려 공무원은 증가하고만 있다고도 덧붙였다.

2013년도 전체 공무원 수는 7319명(공무직 2224명 포함)으로 민선 5기 4년 동안 1% 가량 늘었다. 반면 2017년 현재 전체 공무원 수는 7743명(공무직 2149명)으로 4년 평균 4.7% 증가했다.

   
▲ 원희룡 지사는 박원철 의원의 지적에 대해 "지표 수치에 대해 논의의 여지가 있겠지만 상당 부분 일리가 있기에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뉴스제주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무원 1인당 주민수에서도 제주자치도는 상위권에 링크됐다. 올해 제주도의 인구는 64만 8497명이며, 공무원 수는 5411명이다. 공무원 1인당 주민수가 120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5위에 해당된다. 여기에 공무직을 포함하면 공무원 1인당 주민수가 84명이 돼 전국 1위 수준이 된다.

이러한 각종 데이터를 열거한 박 의원은 "올해 67.8%의 예산을 집행했던데 정책예산 비중은 떨어지고 외주화 예산 비율이 늘기만 하고 있다. 공직자가 증가한 반면 이월액은 증가하고만 있다. 이건 원희룡 지사 혼자 일하고 공직자들이 일을 안 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원 지사는 "정도의 차이일 것"이라는 말로 애써 외면하며 별다른 반박을 가하지 못했다.

원 지사는 "중요한 건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것이다. 더 깊이 들여다보겠다"며 "지표 수치에 대해선 논의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적한 것이 상당 부분 일리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개선해 나가도록 분발하겠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공공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야 제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 아니냐"고 재차 지적하자, 원 지사는 "행정이 노력해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남 탓을 할 수 없으니 개선하려는데 초점을 맞춰 행정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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