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성화고 학생 현장실습 중 사고로 숨져...지난 주말 장례식장서 입관식

제주지역 특성화고 학생이 현장실습을 받던 중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다 끝내 숨진 가운데 이 학생의 입관식이 지난 주말 제주시내 한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이날 입관식은 숨진 이모군(18)의 가족들을 포함해 학교 친구들과 제주도교육청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 군은 지난 9일 오후 1시 56분께 제주시 구좌읍의 한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받던 중 기계에 목이 끼이면서 크게 다쳤다.

병원으로 이송된 이 군은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의 상태로 치료를 받던 중 사고 발생 열흘만인 지난 19일 새벽 끝내 숨을 거뒀다. 

졸업반인 이 군은 올해 말까지 실습을 마친 후 해당 업체에 취업할 예정이었지만 사고로 크게 다치면서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 군이 사망하자 원인규명은 물론 재발방지를 위한 활동과 더불어 파견형 현장실습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제주본부는 논평을 통해 이 군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민주노총제주본부는 "교육이라는 미명아래 진행되고 있는 파견형 현장실습제도는 그 동안 많은 사회적인 문제가 되어왔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제주본부는 "전공과 맞지 않는 업무에 배치되어 교육의 취지를 벗어나거나 사업장 내 취약한 현장실습생의 지위에서 위험, 기피 업무에 배치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현장실습생들은 산업재해에 노출되어 왔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광주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주 7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던 현장실습생이 뇌출혈로 쓰러졌고, 올해에는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생이 기피업무에 배치돼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 속에서 희생된 사고도 있었다. 

정부에서는 지난 8월 25일 ‘직업교육 현장실습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해 현장실습기간은 1개월 내외를 원칙으로 하고, 실습 이전 산업안전교육 등 각종 교육의 시행, 현장실습 기간 중 교육기관의 상시적 현장방문 점검 및 실습 후 복교 조치 등의 내용을 담은 개선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개선방안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교육청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당시 현장실습장 내에는 감독하는 해당 업체 직원도 없었으며, 또한 이 군이 사고를 당한 뒤 업체에서는 학교에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현장실습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안일한 인식과 대응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제주본부는 "도내 인권단체, 청소년 단체, 학무모단체, 교사단체 등의 단위들과 이번 사고에 대해 제주지역 대책위를 구성해 사고 발생과정에 대한 원인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가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현장실습에 대한 안전성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사고 유형별 대응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석문 교육감은 20일 개최된 기획조정회의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현장실습에 대한 안전성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겠다. 사고 유형별 대응 매뉴얼을 더욱 구체적으로 마련해 이에 대한 학교 현장 및 실습현장의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교육감은 "국가적 과제이지만 ‘안전 인증제’ 도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안전 인증’이 된 실습체에서만 현장실습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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