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용역 분리발주 여부가 왜 중요할까
제2공항 용역 분리발주 여부가 왜 중요할까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7.12.0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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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반대 주민들과 국토부의 입장 번복, 대체 무슨 차이길래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8일 제주 제2공항 반대 주민들의 요구를 전격 수용키로 했다.

이어 12월 5일에도 이러한 입장을 재차 밝혔다. 다만, 모든 걸 수용한 게 아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반대주민들은 '사전타당성 용역'에 대한 재조사를 우선 실시한 후에 '중대한 하자'가 없다고 판단되면 그 때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하자가 발견되지 않으면 더 이상 반대활동을 안 하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이에 국토부는 타당성 재조사를 수용하기는 하지만 두 개의 용역(타당성 재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을 분리해서 따로 발주하지는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독립성 확보를 위해 연구수행 업체를 분리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반대주민들은 이에 격렬히 반대하면서 오는 6일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올라가 상경투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건설 예정지 주민들과 관계당국인 국토교통부와의 갈등이 여전하다. ⓒ뉴스제주

국토부가 반대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공정성을 위해 지역주민들도 재조사 용역에 참여토록 하겠다고도 했는데 반대 주민들은 왜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걸까.

겉으로는 국토부가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반대주민들은 '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기본계획 용역 발주' 여부를 결정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타당성 재조사에서 기존 용역이 성산 지역을 후보지로 선정한 데 있어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면 당연히 입지 선정을 다시 해야 한다는 요구다.

그간 반대주민들이 제기한 의혹들만 하더라도 기존 용역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주변 오름들을 절삭해야 한다는 문제만 하더라도 환경 훼손 논란을 피해가기가 어렵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재조사 요구를 수용했다.

더군다나 국토부 입장에선 주민들의 요구대로 다시 처음(입지 선정)부터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랬다가는 제2공항 건설사업의 완공시점이 2030년 이후로 넘어가 버린다.

그럼에도 재조사 요구를 수용한 건, 국토부가 재조사 결과에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의중을 엿보게 한다.

국토부는 두 개의 용역을 하나의 용역으로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별 문제가 없을 경우"를 상정했다. 이는 문제가 된다 하더라도 제2공항을 건설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그 문제를 해결해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세우겠다는 의도로 비춰진다.

또한 국토부가 5일 "타당성 재조사 연구 수행업체의 결과를 수용하겠다"고는 밝혔으나 주민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겠다고 한 건 아니다. 그렇기에 국토부는 재조사 용역 결과, 기존 용역에서 하자가 발견됐더라도 이를 만회할 다른 방법을 찾아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하면 그만이다.

이 때문에 제2공항 반대주민들은 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기본계획 수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무늬만 재조사'에 그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 지난해 밝힌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추진계획 로드맵. ⓒ뉴스제주

한편, 국토부는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결과에 대한 재조사 기간을 3개월 정도로 잡고 내년 초에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조사가 끝나는대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착수해 내년 중으로 끝내고, 예정대로 제2공항 건설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제2공항 기본계획안이 내년 말에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실시계획을 수립하는데 대략 1년 정도가 걸린다.

실시설계가 수립되면 이 때부터 토지보상을 거치면서 기반공사에 돌입하게 되는데, 현재로선 아무리 빨라야 2020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제2공항 주요 입지인 성산읍 온평리 마을주민들이 토지보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실제 착공이 이뤄지는 건 그 이후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국토부가 세운 로드맵에 따르면 기본계획 수립은 당초 2017년 초에 실시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전타당성 용역에 대한 신뢰에 의문부호가 붙으면서 재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결국 기본계획 수립은 1년 이상 뒤쳐지게 됐다.

타당성 재조사마저도 주민들과의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라 제2공항의 완공시기는 목표연도인 2025년보다 훨씬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당초 계획보다 1년 초과된 상태다.

국토부는 현재 제주국제공항의 수용능력이 2600만 명인데 지난해에 이미 2970만 명으로 과포화됐고 오는 2025년엔 3940만 명의 여객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늦은 상태인데 주민요구를 다 들어줄 수 없다는 뉘앙스로도 풍긴다.

제2공항의 건설이 현 공항의 포화상태에 따른 것이라는 당위성을 내세운다 할지라도 제2공항 예정지의 주민들은 땅을 강제수용 당해야 하는 입장이다. 실거래보다 수십에서 수백배 이상 차이나게 될 낮은 공시지가로 보상을 받아야 하는 운명에 놓여 있는데 어떤 토지주가 이 계획을 반길까.

이를 고려하면 주민동의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토부가 밀어붙이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다는 말들도 나돈다. 이대로 주민동의 없이 기본계획 용역이 발주되고 착공이 강행될 경우, 제주의 미래는 과거 '제주해군기지'의 공사현장 절차를 답습하게 될 것이 자명해진다.

또 다시 대규모 국책사업에 의해 같은 지역의 제주도민들끼리 찢어지는 사태가 예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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