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신관홍 의장 별세로 공석된 제주도의회 의장
오는 11일 원 포인트 본회의 열어 무기명 투표로 결정볼 듯

캐스팅 보트(casting-Vote)는 흔히 의회와 같은 정치판에서 어떤 의결에 대한 가부결정을 쥔 표를 말한다. 특히 여·여간 표결이 비슷할 때, 제3당이 가진 표결 향방에 따라 결정이 이뤄지는 상황을 일컫는다.

이 때문에 숫자가 적어 절대약세였던 제3당, 혹은 무소속의 역할이 갑자기 도드라진다. 故신관홍 의장의 별세로 의장 자리가 공석 상태인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상황이 딱 그렇다.

내년 6월이 만기인 6개월짜리 최단임 차기 의장을 선출해야 하는데, 여·야 모두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태세다. 교섭단체간 협상에 난항을 보이면서 그간 '합의 추대'로 이어져왔던 의장 선출 방식이 없어질 판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제1당이 의장을 맡아 온 방식대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고, 바른정당은 지금 상황이 그 때완 다르니 4자간 합의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일단 제주도의회는 의장 선출을 위해 오는 11일 오후 4시에 원 포인트 본회의를 열 에정이다. 표결 직전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체 무기명 투표를 실시해 의장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가 문제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故신관홍 의장의 잔여 임기를 채울 차기 의장 선출에 내홍을 겪고 있다. 교섭단체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11일 오후 4시에 전체 도의원 표결을 통해 의장이 선출될 전망이다. 이 때 교육의원 5명의 표결 향방이 차기 의장을 결정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제주

# 교육의원이 캐스팅보터가 되는 제주정치판, 폐지론 또 불붙을 듯

표결에 모든 제주도의원이 참석한다면 41명이 투표를 실시한다. 표면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많은 16명의 의원이 있어 유리해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한 때 새누리당으로 같은 배를 탔던 바른정당 12명과 자유한국당 5명을 합치면 17명이 된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7명의 도의원이 캐스팅 보터가 된다.

7명 중 무소속 2명의 성향은 과거에도 야당에 치우친 면이 없지 않아 있어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에게 표를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소속 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철학대로 여·야를 선택해 지원하면 되지만, 문제는 다른 5명의 교육의원들이다. 교육의원은 정치적 행동과는 다소 거리를 둬야 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차기 의장 선출의 키를 쥔 '정치적' 결정을 하는 꼴이 됐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국회는 일몰제로 시행 중이었다는 이유로 교육의원 제도를 지난 2014년 6월 30일에 폐지시켜버렸다. 허나 제주도의회는 '제주특별법' 취지를 살려야 한다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육의원 제도를 존치시켰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 논란은 최근 도의원 정수 확보 문제로 시끌해지자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총대를 메고 '교육의원 폐지론'을 꺼내며 불씨를 지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교육의원들이 본회의 의결에 참여하는 건 그들에게 주어진 권한에 비해 책임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난 11월 10일에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교육의원제도 폐지 의견서를 제출했었다.

이에 대해 교육의원들은 "대응할 가치도 없는 얘기"라며 "제주특별법을 통해 제주에서만 특별히 활용될 수 있는 제도다. 단편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기본도 모르는 주장"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내년 6월에 치러질 전국 지방동시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교육의원들의 심기는 매우 불편하다. 차기 교육감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현 상황(교육의원의 캐스팅보터 역할)과 같은 장면이 향후에도 또 연출될 경우, '교육의원 폐지론'은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소수당에게 캐스팅보트는 막강한 힘을 실어 줄 수 있어 반색의 요소가 되지만, 교육의원들에겐 계륵일 뿐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의장에 현우범 의원을, 바른정당은 고충홍 의원을 내정해 표를 던질 심산이다. 교섭단체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이대로 평행선을 달릴 경우, 11일 오후 4시 전체 표결을 통해 의장이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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