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정신건강, 전문가 손길이 필요
학생들의 정신건강, 전문가 손길이 필요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7.12.09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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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건강증진센터 시행 3년] ①위기 학생을 구원해 줄 이는 부모가 아니다

"아주 친한 친구나 가족보다는 어쩌다 그냥 알고 지내던 사람이 때로는 내게 더 큰 영향을 줄 때가 있다. 왜 그럴까?"

살다보면 한 번쯤 이러한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물론 가장 소중한 사람이 내게 더 큰 영향을 주는 건 맞다. 허나 우리는 가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서 마음의 위로를 받을 때가 종종 있다. 혹은 낯선 곳에서 만난 뜻밖의 경험이 나를 전혀 다른 세계로 인도해 주기도 한다.

이는 심리학 용어로 '낯선사람 효과'라고도 한다.

내가 잘 아는 사람에 대해선 내 안에 암묵적인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 내가 그를 잘 알고 있고, 그도 나를 잘 알고 있다는 생각 그 자체도 '편견'에서 비롯된다. 소중한 사람,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편견'은 더욱 구체적이고 확정적이기까지 하다. 때문에 고민을 털어놓거나 동감을 얻고자 얘기를 꺼내면 그 사람이 어떻게 반응할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즉, 예측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대화가 이뤄지면, 대화를 건넨 나의 심리상태는 안정감(또는 안도감)을 느끼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하물며 아무리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안정감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특히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는 몇 십년 동안 쌓여져 온 그 고질적인 '편견' 때문에 어렵다.

그래서 자식은 자신의 비밀을 부모에게 털어놓지 않는다.
그래서 너무 가까우면서 부모와는 다른, 조금은 거리가 있는, 의사소통을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친한 친구와의 대화를 더 선호한다.

허나 친구는 친구일 뿐. 같은 고민을 하는, 동시대를 같이 살고 있는 친구에게선 인생의 고진감래를 다 겪어 본 어른들(부모)의 지혜를 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보니 친한 친구의 섣부른 조언이나 판단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거나 때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이를 보면 아주 가깝고 친밀한 관계가 반드시 우리의 삶을 이롭게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별관 1층에 마련돼 있는 학생건강증진센터. ⓒ뉴스제주

# 진짜 문제는 전문가에게...

학생들이 진짜 도움을 받고자 할 때엔 절대 비밀이 보장될 수 있는 '낯선'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제3의 시선만이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서다.

허나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전문적인 상담을 보장해 주는 곳은 흔치 않다. 학교 내에서 교사들이 지도해주는 것엔 명백한 한계가 있고, 교사가 전문적인 상담사도 아니다.

학생들은 엄청난 학업부담과 교우들과의 관계로 인해 매일 고된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 그러다보니 이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거나 심한 경우엔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 모든 학교에서 발생한 학업중단 학생 수는 무려 4만 7663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제주 지역은 448명 정도다.

교육부에서 제공한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10대 학생들의 자살률은 1.8명으로 전년도(2015)보다 0.3명이 늘었다. 10대와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선 자살률이 감소했지만 10대는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겨진다.

이러한 병리현상은 학생들이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았다는 데 기인한다.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전문적이고도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것이다.

학생들이 현재 고민하고 있는 것들과, 갈등이 무엇인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앞서 한 번 정도는 누군가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고 싶은 욕구를 대변해 줄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장치는 친한 친구나 부모, 교사가 아닌,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제3의 전문의여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 2015년 3월에 전국에선 최초로 정신건강 상담만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의'를 채용하고 '학생건강증진센터'를 개설했다.

개설 초기만 하더라도 전문의 채용을 두고 말이 많았다. 허나 올해 시행 3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의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학업중단 학생이 계속 줄어들고 있고, 무엇보다 지난해 제주에선 10대 자살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학생건강증진센터' 설립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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