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건강증진센터 시행 3년] ②지난해 제주학생 자살 '0명'의 의미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 2015년 3월 1일에 전국 최초로 학생들의 건강상태를 담당할 부서인 '학생건강증진센터'를 개설했다.

학생건강증진센터는 학교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건강지원체계를 만들어 학생의 건강과 안정을 제공하고자 만들어졌다. 이석문 교육감이 취임하고서 곧바로 센터 설치를 추진했을만큼 공을 들였다.

학생건강증진센터의 역할과 비슷한 Wee센터가 종전에 갖춰져 있었지만 상담사만으로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커버하기엔 여러모로 어려움이 뒤따랐다. 보다 전문화된 상담체계가 필요했다.

이에 제주도교육청은 전국의 소아정신과 전문의 공개채용에 나섰다.

허나 전문의 채용이 쉽지 않았다. 우선, 기존에 학생상담사들이 있는데 굳이 소아청소년 정신과전문의를 채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게다가 2명의 전문의를 채용하기 위해선 별도의 예산(인건비)이 수반되는만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이석문 교육감은 당시 늘어나는 학업중단 학생 수와 끊이지 않는 학생들의 자살사건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전문의 채용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설파했고 계획대로 추진했다. 이 교육감의 취임 전 해인 2013년 제주의 학생들은 정서행동검사에서 제일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였다.

결국 제주도의회로부터 승인을 얻은 제주도교육청은 전국 공모로 2명을 채용키로 했다. 하지만 3번의 공모에서도 정신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가 응모하지 않아 제주도교육청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4번째 공모에서 겨우 2명의 전문의를 채용할 수 있었지만, 2명 중 한 명이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부인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특혜'시비를 받아야 했다. 전국 최초로 제주에서 채용하는 사례였기 때문에 타 시·도의 경우를 모니터링도 할 수 없었고, 이미 4번에 걸친 공모였기에 이슈가 되긴 했지만 규정대로 심사한터라 큰 문제 없이 채용됐다.

전문의 채용이 마무리되면서 학생건강증진센터는 지난 2015년 구성 첫 해에 9명으로 조직됐다. 전문의 2명을 비롯 학생상담사 2명과 기획·운영을 맡을 파견교사 2명, 행정지원 담당 주무관 1명, 간호사 1명으로 구성됐다.

센터 설립 2년차인 2016년엔 간호사 인력이 빠지고, 장학사 1명과 임상심리전문가 1명이 추가 채용됐다. 학생상담사가 6명으로 늘면서 총 14명으로 확대됐다. 이 때부터 '혼디거념팀'이 조직됐고, 제법 상담체계가 잡혀갔다.

현재 센터는 몸 건강팀과 마음 건강팀, 혼디거념팀으로 구성돼 있다. 혼디거념팀의 '혼디거념'은 제주어로 '함께 돌본다'는 의미다. 이 팀은 전문의와 임상심리전문가, 학생상담사로 꾸려져 학생들의 학습부진이나 정서행동 문제, 학업중단 위기, 자살예방, 인터넷 중독 등에 노출된 위기학생들을 집중적으로 살피는 업무를 맡았다.

   
▲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뉴스제주

# 센터 설립 2년만에 이뤄낸 자살 '0명'

우연인지, 놀랍게도 학생건강증진센터가 설립된 이후 2016년 제주에선 학생 자살건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교육부가 올해 1월 24일에 진행한 '학생 자살예방 및 정신건강증진 워크숍'에서 제주도교육청은 경북과 울산교육청과 함께 자살예방정책 추진 우수교육청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전국에서 자살한 학생(10대)은 인구 10만 명당 1.8명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제주는 유일하게 0명을 기록한 지자체였으며, 제주를 제외한 경북과 울산이 전국 최저인 0.7명의 수치를 보였다.

교육부는 이러한 성과로 제주를 비롯한 3곳의 교육청에 감사패를 수여했다. 이는 전국 최초로 추진한 제주도교육청의 학생건강증진센터가 학생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는 평가로 이어지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학업중단 학생 수도 지난 2015년 465명에서 지난해 448명으로 끌어내리는 성과도 올렸다.

이에 광주와 충북도교육청은 제주의 학생건강증진센터를 벤치마킹했고, 내년에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해 설치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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