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희생자추념일 지방공휴일 지정 조례안 본회의 '통과'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21일 제주4.3 희생자추념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지방공휴일이 조례로 지정된 건 이번이 국내 첫 사례다.

제주도의회는 이날 오후 2시 제35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손유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4.3희생자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에 관한 조례안'을 상정했다. 표결에 부친 결과, 이날 출석한 34명의 도의원 모두가 찬성하면서 통과됐다.

통과된 조례안은 조만간 제주특별자치도로 이송되며,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결제에 날인하면 곧바로 선포된다.

   
▲ 제주4.3희생자추념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하는 조례안이 21일 제주도의회를 통과했다. ⓒ뉴스제주

조례안에 따르면, 내년 2018년부터 매년 4월 3일은 '공휴일'이 된다. 단, 제주도에 한해서다. '공휴일'이지만 '국가공휴일'은 아니기 때문에 제주도민 모두가 '쉬는 날(일명 빨간 날)'이 되는 건 아니다.

적용대상은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업무 휘하에 있는 모든 조직이 해당된다. 道 본청과 행정시 등 하부 행정기관, 道 직속기관 및 사업소, 합의제 행정기관 등에 근무하는 공직자들이 쉬게 된다.

조례안은 '4.3희생자추념일의 공휴일 지정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도민과 각 기관 단체 등이 공휴일 시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고할 수 있다'는 것을 도지사의 책무로 규정했다.

"쉴 수 있다"고 명시한 권고사항일 뿐이어서 강제성은 없지만, 도지사의 책무로 지정해 뒀기 때문에 적용대상 범위에 있는 관공서는 '휴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해당 조례안의 제정 취지는 추념일에 맞춰 모든 도민이 함께 희생자를 추념해 도민화합과 통합을 도모하는데 있다.

많은 도민들이 제주4.3을 기리고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면 좋겠지만 막상 학생들이나 일반 회사원들은 평일에 치러지는 추념일엔 참석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도민참여 유도를 높이기 위해 '지방공휴일'이 도 조례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허나 이번 조례안에서 정한 공휴일 대상이 행정기관들 뿐이어서 여전히 앞서 지적된 바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전문위원은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정할 수 있는 최대 범위를 지정한 것"이라며 "그 외엔 향후에 다뤄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게다가 지방공휴일 지정 자체가 국내 상위법에 관련 규정이 없어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를 지정해 운용해도 별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의견 차가 존재한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올해 4월에 지방공휴일 지정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히 바 있어 국내 처음으로 내년 4월 3일은 제주도에 한정된 '공휴일'이 될 전망이다. 다만, 도내 행정기관 종사자들에게만 국한된다. ⓒ뉴스제주

또한 중앙정부가 조례 제정에 대한 재의요구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주에서 시작된 지방공휴일이 5.18민주화운동기념일에도 적용할 경우, 광주에서도 이를 표본으로 삼아 지방공휴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상위법에 근거가 없는데 다른 지역으로 점차 확대될 경우, 정부가 난감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원희룡 지사는 올해 4월 10일 제350회 임시회에서 "우리나라에 없는 것이어서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면서도 "행정자치부가 제소를 하더라도 전 하지 않겠다"며 받아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원 지사는 "공휴일로 지정되면 휴일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근무자들이 법원에 휴일수당 청구소송을 제기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라며 문제를 제기했었다.

이에 대해 고충홍 의장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중앙정부를 방문해서 그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4.3문제가 국내·외에 알려져 앞으로 교육의 장으로서 제주4.3이 될 수 있도록 정부를 잘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방공휴일 지정은 제주4.3의 역사를 널리 알리고자 한 취지에서 기반을 닦아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허나 앞서 지적된 것처럼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4.3 추념일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해결과제로 여전히 남는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