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거 무섭지 않아요, 만져봐요"
"엄마, 이거 무섭지 않아요, 만져봐요"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7.12.2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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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가기조차 싫어했던 아이들의 변화
생명나무 숲학교 1기, 7개월 여정 마치고 24일 수료

"우리 딸이 평소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랬던 애였는데..."

   
▲ 박찬휘 학생이 생명나무 숲학교에 참가한 소감을 전하고 있다. ⓒ뉴스제주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도내 이곳 저곳의 숲을 돌아다녔던 생명나무 숲학교 1기 활동이 12월 24일 마무리됐다. 생명나무 숲학교를 이끌었던 박민수 교장(목사)이 이날 오후 3시 믿음교회에서 숲학교 1기 수료식 행사를 준비했다.

'생명나무 숲학교'는 올해 5월 18일에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박민수 목사가 매주 토요일에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돌봄교실을 운영해 온 것이 모태가 됐다.

박 목사는 한창 밖에서 뛰어 놀아야 될 아이들이 건물 안에 갇혀 있는 것을 못내 안타까워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즈음, 고슴도치어린이집 제현우 원장이 아이디어를 보탰고 도내 여러 기관 및 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생명나무 숲학교'를 만들어 문을 열었다.

총 15명의 아이들이 숲학교에 참여했으며, 박 목사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이들을 데리고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7개월 동안 한라생태숲과 궷물오름, 새별오름, 방선문, 절물자연휴양림, 한라수목원, 어리목 등지를 돌아다니며 뛰놀게 했다.

이날 수료식엔 9명의 아이들이 수료증과 함께 최고관찰상, 최고발견상, 최고표현상, 예쁜마음상, 환한미소상 등 갖가지 명칭이 붙여진 상장을 받았다.

#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 제1기 생명나무 숲학교에 참가했던 아이들이 12월 24일 모든 활동을 마치고 수료증을 받고 있다. ⓒ뉴스제주

소현이를 키우던 이 씨는 "밖에 나가길 그렇게 싫어했던 아이가 이젠 주말마다 밖에 나가자고 한다. 변화된 아이의 모습에 너무 감사했다"며 숲활동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필리핀이 고향인 이주민이며, 제주에서 7년을 보내고 있는 제주도민이다. 그녀는 "제가 벌레나 곤충을 싫어한다. 그런데 이젠 딸이 제게 '엄마, 이거 무섭지 않아요. 만져보라'며 자신감이 많이 길러졌다" 말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아이가 숲학교를 다니면서 전과 많이 달라졌다. 숲학교 활동을 다녀온 뒤 제게 나무를 왜 심어야 하는지를 설명해 주기도 했다"며 자녀의 변화된 모습을 기뻐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또 다른 이 씨도 같은 생각이다.
베트남에서 이주해 와 제주생활 11년차인 그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이들이 야외활동을 너무 좋아하게 됐다"며 "그간 아이들과 놀아주고 싶어도 직장 일 때문에 힘들었고 그래서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하니까 우울증을 겪던 저도 한결 많이 나아졌다. 아들도 말이 서툴렀는데 이젠 괜찮아졌다"며 "그래서 너무 기쁘다. 내년 2기 활동에도 함께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아이들을 현장에서 지도했던 박 목사는 "아이들이 처음엔 물론 벌레가 무서워 징그럽다고 하다가 시간이 지나자 직접 만져보고 탐구하기 시작했다"며 "언덕에 올라가면 무서워서 내려오지도 못하던 아이가 있었는데 이젠 밧줄도 타고 뛰는 등 변화되는 모습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아이들을 변하게 한 건, 어른들의 더 많은 관심이었을 것

   
▲ 왼쪽부터 생명나무 숲학교 교장으로 아이들을 이끈 박민수 목사, 도움을 준 제현우 고슴도치어린이집 원장, 김철민 제주랩테크 대표. ⓒ뉴스제주
   
▲ 든든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고태언 제주자치도자원봉사센터 사무처장, 김정우 제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김미순 제주시청 여성가족과 계장. ⓒ뉴스제주

박 목사는 "아이들이 숲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생명존중과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정서적인 안정을 찾고 탐구능력과 상상력, 협동심, 공동체 정신을 증진시키는데 숲학교 운영의 주된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우 제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이날 아이들에게 '돋보기'를 선물로 증정했다. 김 센터장은 "지도하느라 많은 분들이 수고하신 거 같다. 아이 한 명 키우는 데엔 여러 사람이 정성을 다한 마음이 필요하다"며 "계속 아이들을 위한 마음을 가져주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현우 원장은 "이런 자리에 설 때마다 참 마음이 아프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제 원장은 "아직도 외국인들을 무시하는 그런 풍조가 남아있어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때때로 부끄럽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나무 숲학교를 통해서 아름다운 미래를 바라볼 수 있으니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세상이 됐을 땐 평등평화 공존의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고태언 제주자치도자원봉사센터 사무처장은 "이런 좋은 프로그램은 도민들에게 더 알려져야한다"며"파이를 더 키워서 세대별로 학교를 개설했으면 좋겠다. 내년에 아모레퍼시픽에 후원을 요청했으니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희망찬 소식도 전달했다.

김미순 제주시청 여성가족과 계장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하듯이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번 기회에 저도 관심을 갖게 돼서 감사하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 외에도 절물자연휴양림에서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서 숲체험에 필요한 제정적 지원과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부족한 운영비 마련을 위해 십시일반 많은 사람들이 CMS 계좌로 후원했으며, 자원봉사자들도 참여해 아이들의 지도를 도왔다.

제주랩테크 김철민 대표는 아이들이 숲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활동복과 모자를 만들어 직접 전달해 주기도 했다.

   
▲ 제1기 생명나무 숲학교 수료식 현장. ⓒ뉴스제주

숲학교에 참가한 박찬휘 학생은 "처음엔 뭘 해야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나중엔 아이들이 스스로 놀고, 협동도 하면서 같이 지내는 것이 보기 좋았다"며 활동 소감을 전했다.

생명나무 숲학교를 통해 좋은 모습으로 변해간 아이들은 '숲'이라는 공간이 가져다 준 효과일 수도 있지만 이처럼 이들을 지원하고자 나선 많은 어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년 1월부터는 제2기 생명나무 숲학교가 운영된다. 이번에도 매주 토요일에 숲 체험 및 놀이가 진행되며, 1박 2일 '가족 숲 캠프'와 3박 4일 일정의 자연탐사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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