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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장 고경실

 

새벽4시. 눈꺼풀이 무거워서 떠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간밤에 아내가 준비해 준 등산복을 주섬주섬 차려입고 한라산 윗세오름으로 향했다.

제주를 지켜내고, 제주인들의 삶의 중심이 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한라산이다. 한라산은 설문대 할머니를 상징하기도 하고 제주 여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래서 따뜻할 때는 온화하고 포근하기 그지없지만, 화가 날 때 면 거칠기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러하기에 나는 좀 큰 규모의 행사를 해야 할 때에는 어김없이 한라산을 찾아서 지극한 마음을 하나로 모아 한라산에 염원을 해본다. 야외에서 하는 대규모 행사는 날씨가 성공 여부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특히 3월에 개최하는 제주들불축제는 날씨로 인하여 관람객에게 불편을 끼치면 안 되기 때문에 온갖 정성을 다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신새벽 어둠을 뚫고 가장 먼저 영실의 문을 두드렸다.

황금개의 해인 무술년(戊戌年)인 올해는 축제장의 배치에서부터 전야행사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인 코디네이터의 손질을 거치면서, 더욱 세련되고 시민 모두의 마음을 담아내는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제주시에 국한시켰던 축제마당도 서귀포시를 아우를 수 있도록 그 스케일 또한 키워내고자 한다. 여기에 날씨가 받쳐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도민 대동 한마당 기원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49만 시민 모두의 마음이 제주들불축제의 성공을 기원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동이 트기 전 동장군의 매서운 칼바람을 헤치며 한라산 윗세오름에 올라 눈을 감고 간곡히 기원을 했다. 심지어 축제를 처음 시작한 故신철주 군수님의 혼이 하늘에 계신다면 우리의 간곡함을 들어주십사하고 기도를 드렸다.

오는 1월 26일부터 일 년 가까이 준비 해 온 만덕 할머니 뮤지컬이 시민과 만나게 된다. 이 일을 기획하게 된 동기는 현재 물질중심 가치 를 비롯 우리 사회에 다양한 가치들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제주를 지켜온 맥이라 할 수 있는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보고자 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만덕 할머니를 상징하는 조냥과 나눔의 문화는 18세기를 치열하게 살아냈던 의인(義人) 김만덕이 지금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 ‘가치’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세습적 고리를 끊어내고 공익적 관점에서의 경영철학을 구현하는 대기업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현실적 상황과 비추어보면서, 자기가 평생 일궈놓은 모든 재화를 아사(餓死)의 위기에 처한 이웃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자신은 홀로 초막을 지어 훌훌 떠나버린 의인 김만덕의 모습에서 이 시대에 맞는 배려와 상생의 가치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끝맺음이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 제주문화 정체성을 바탕으로 콘텐츠가 탐스럽게 익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4ㆍ3 70주년을 맞이하면서 상생의 에너지를 키워내는 문화이야기를 담아내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탐라입춘굿 놀이, 다양한 음악공연, 독서대전 등이 한데 어우러져 제주다운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는 2018년으로 장엄대 하였으면 하고 소망한다.

이 모두는 결국 49만 시민의 마음에 달려있기에 오늘 아침은 우리의 마음이 천심(天心). 즉, 하늘에 마음이 도달하고 있다는 생각을 그려보고 있음이다. 정성으로 빗어내는 하나의 마음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어 올 한 해가 황금 빛 문화의 향기로 더욱 풍성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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