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은 20세기를 시작하는 포성을 연 그런 전쟁이었습니다. 러일전쟁으로 러시아의 짜르체제는 급속히 그 종말을 고하게 되었고 반면 일본은 중국 의화단의 난에 서구열강과 함께 연합군으로 참전함으로써 세계사의 주류에 편입하기 위한 명함을 내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명함만 내밀었던 일본이 서구열강으로부터 놀라움과 함께 당당히 어깨를 겨누게 되는 계기가 바로러일전쟁의 승리입니다. 만주와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놓고 러시아와 경쟁하던 일본은 러시아의 팽창을 막아야 했던 영국과 동맹을 맺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영일동맹입니다. 러시아라는 공동의 적에 대응하는 영국과 일본의 동맹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알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세계 해전사에서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1905년 러일전쟁의 쓰시마 해전에서 일본의 주력함대의 발진기지는 바로 조선의 진해항이었습니다. 진해항은 지금도 한국해군의 작전 사령부가 자리 잡고 있으며 또한 한국 해군의 모항과도 같은 곳입니다. 그 진해항은 바로 도고제독을 필두로 하여 일본해군 수뇌부가 찿아낸 천혜의 항구 였습니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게 된 가장 실질적인 첫번째 요소는 바로 진해항이라는 천혜의 항구에 기인 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 발틱함대가 대한해협을 통과할 경우 가장 빠르게 차단 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으며 또한 기존에 러시아가 알고 있던 일본함대의 위치를 숨길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일본 해군 수뇌부는 조선에서 진해를 최초로 일본 해군을 위한 계획도시로 건설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도 진해항은 한국지리부분에서 방사상 도시로서 대표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 기초가 일본 해군의 병영기지로서의 도시설계가 기반이 됩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은 진해항의 초기 시가지 모습입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항구는 현재도 속천항으로 민간선박의 항구입니다. 앞에 보이는 산 너머가 바로 군항입니다. 그런데 진해항이 얼마나 천혜의 항구냐 하면 바로 민간항(진해속천항)에 외항으로 빠져나가더라도 절대로 진해군항이 보이질 않습니다. 또한 진해에 있는 장복산의 정상에서도 진해군항은 보이지 않습니다.

한편 항구 밖에서 진해군항 앞에는 작은 섬들이 있습니다. 이 섬들로 인하여 외항에서 진해 군항은 함포(직사포)로부터 엄폐되는 효과를 기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가진 곳이 바로 진해항입니다. 이런 이유로 하여 일본이 당시 조선의 진해항을 자신들의 전진기지로 확보한 것이 제가 보는 러일전쟁 승리의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해군의 전략 전술적으로 전진기지를 확보하는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또 다른 예가 있습니다.

또한 영국이 주둔하고 있는 지브로울터 군항은 대서양과 지중해에 대한 대영제국의 영향력 투사의 첨병역할도 하였지만 2차대전시에도 독일해군의 대서양과 지중해 연결을 차단할 수 있는 전진기지였으며 영국의 대서양과 지중해를 있는 보급로 확보의 첨병역할을 한 곳이 바로 지브로울터 군항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점은 해군력의 분산배치로 유사시 해군 전투력 보존에도 유리한 이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제주에 해군기지를 보유한다면 그것은 영국의 지브로울터 군항확보와도 같은 것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해군에게 있어서 기지 확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국가의 영향력 확대입니다. 또한 현실적으로도 진해나 부산에서 제주도 남단까지 기동해야만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경비를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보다 현실적으로 해상에서 조업하는 우리 어민 보호측면(중국과 일본의 나포 등등)에서도 제주도 기지 확보는 든든한 어민의 보호막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 해군기지 정박해 있는 자체만으로도 현재의 해상기동력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현재 진해군항에서 유사시 긴급 기동하기에 매우 많은 현실적 제약 요소가 있습니다. 제한된 수로를 통해서만 기동해야 한다는 점과 또 많은 상선들의 통행으로 인한 기동의 제한입니다. 극단적으로 진해만의 중요한 위치에 기뢰뿐만 아니라 큰 상선의 침몰로도 진해항은 기동이 차단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바로 外海로 기동할 수 있는 제주의 기지 확보는 한국해군의 활동의 기민성을 배가 시켜 줄 것입니다.
무릇 해군력은 국력의 척도입니다. 세계 경제 선진국으로서 그에 걸 맞는 해군의 위상을 이제 우리는 가져야합니다.


장보고의 꿈은 신라의 경주에서 이루어 지지 않았습니다. 장보고의 꿈은 완도 청해진에서 이루어 졌습니다.
혹자는 장보고를 예로 들며 지금도 완도에 해군기지를 만들면 되지 않으냐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1,500년 전 노를 저어 항해하던 시기의 해군기지를 21세기에 대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사고가 뒤쳐져 있으며 무지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통일신라의 전진기지 완도 청해진에서 장보고의 해상왕국이 이루어진 것처럼 21세기의 장보고의 꿈이 제주도에서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자주국방 네트워크 기획조정실장 고성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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