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어머니


- 이영춘


어머니는

새벽 세 시에야 돌아오고

우리들은 늘

어머니의 손길대신

조그만 뜰에 내려와

싸늘하게 졸고 있는

별들과 이야기 하며 밤을 보냈다.

우리들의

밥상에는 늘

밥대신 라면이나 국수올들이

어머니의

사랑처럼

줄지어 오르고.


그러나, 끝끝내 채워지지 않는 공복.


새벽에야 돌아와 누운

어머니의 긴 앓음소리에

우리가 먹은 국수올들이

새삼

어머니의 목숨이란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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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들어서 포장마차가 부쩍 늘었다. 전에도 쥐포나 군 오징어, 풀빵 같은 것을 포장마차에서 군것질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실직자 까지 가세했으니 더욱 늘었다.

포장마차는 추운 겨울일수록 제격이다.

술꾼들이 귀가하다 골목에 들어설 즈음이면 으레 한번쯤은 기웃거리기 일쑤다.

호주머니 털어서 남은 잔돈 몇 푼으로, 그것도 잔술로 한잔. 안주라야 구걸하다 시피 얻은 오뎅국물 한 국자다.

20여년전 발표한 시에서, 요즘 살아가는 서민 가정의 한 단면을 읽는다.


2007. 0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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