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프리카 7개국 순방 분쟁중재자 역할 시동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유럽.아프리카 7개국을 순방하는 취임 후 첫 해외출장을 마쳤다.

이번 출장은 취임 한 달을 맞는 시점에서 이뤄져 반 총장이 세계 최고의 외교관으로서 국제 분쟁의 중재자 역할에 시동을 거는 첫 무대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수단 다르푸르 사태와 소말리아 문제 등 최대의 분쟁지역이 되고 있는 아프리카를 방문,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에 참석함으로써 분쟁 해결에 그가 얼마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 7개국 순방…빡빡한 출장일정 = 반 총장은 23일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을 출발해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콩고민주공화국, 콩고공화국, 에티오피아, 케냐 등 7개국을 방문하는 9박10일간의 출장일정을 소화했다.

이 기간에 유럽연합(EU) 집행부와 의회 등을 방문하고 레바논 재건지원 국제콘퍼런스 및 AU 정상회의에도 참석함으로써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외교활동의 폭을 더 넓힐 수 있었다.

키 베르호프스타트 벨기에 총리,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조셉 카빌라 민주콩고 대통령, 사수 응궤소 콩고공화국 대통령, 멜레스 제나위 에티오피아 총리, 음와이 키바키 케냐 대통령 등 방문국 정상들은 물론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 등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도 AU 정상회의에서 만나 양자회담을 가졌다.

또한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 한스-게르트 푀터링 유럽의회 의장,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 등도 면담했다.

짧은 출장에서 각국 정상들을 만나고 유엔 및 산하기관의 지역 관계자 등과도 면담 및 회의를 하는 관계로 반 총장의 출장 일정은 분 단위로 쪼개질 정도로 빡빡했다.

이로 인해 반 총장은 하루 2~3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 밥도 제때 못 먹으면서 강행군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반 총장은 AU 회의 기간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요즘은 하루 한끼 먹는 사람이 됐다"며 촉박한 일정에 따른 어려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유엔 관계자는 "반 총장이 출장 기간 비행기 안에서도 다음 일정을 준비해야 하는 관계로 눈을 붙일 틈이 없었다"며 "아프리카 출장을 마치고 네덜란드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잠자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 전했다.

◇ 첫 해외출장 성과와 과제 = 반 총장은 이번 출장의 성과를 많은 지도자들을 만나 좋은 관계를 만들었다는 점을 들었다.

즉 유엔 사무국의 수장으로서 분쟁 해결이나 각종 국제 현안을 추진함에 있어서 각국 정상과의 유대관계가 중요한 점을 고려할 때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스스로의 평가인 셈이다.

반 총장은 "전에도 아프리카를 여러 차례 왔었지만 이번에 정말 많이 배웠다"면서 각종 국제분쟁과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직접 문제에 부딪힘으로써 체득한 것이 많다는 것을 시사했다.

특히 국제적인 관심사인 다르푸르 사태와 관련해 반 총장은 수단의 바시르 대통령과 만나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다른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에게도 협력해 줄 것을 촉구하는 등 분쟁 중재자로서의 역할도 본격화했다.

반 총장은 바시르 수단 대통령과 다르푸르 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촉진하기로 합의하기는 했지만 국제평화유지군 파견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서는 진전을 보지 못해 외견상으로는 특별한 소득은 거두지 못했다.

다만 2월 초 다르푸르에 특사를 파견, 반군측에 무력사용 중단을 설득하는 등 사태 해결에 필요한 정치적인 절차를 진행키로 해 아직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반군 세력의 설득에 성공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반 총장은 현재 다르푸르에 배치된 AU군을 유엔이 참여하는 국제평화유지군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구체화한 문서를 1월24일 바시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어 수단 정부에는 이에 관한 입장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다른 국가 정상들의 협력을 요청하는 등 바시르 대통령을 다각도로 압박하고 있다.

물론 다르푸르 사태가 당장 해결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아프리카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인 만큼 반 총장이 얼마나 수완을 발휘해 이 난제를 돌파할 수 있을지가 결국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그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제 취임 한 달을 맞은 반 총장은 앞으로 다르푸르 문제를 중심으로 각종 국제분쟁 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출장을 마치면서 기자들과 가진 회견에서도 취임 한 달을 맞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너무나 복잡한 문제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처리하는데 있어 어려운 점도 많았다"면서 "더욱 일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산적한 현안 해결을 위해 헌신할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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