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현재로선” 단서… 1월부터 물밑서 검토
ㆍ“朴에 엄포·국민 협박 비겁한 행동” 비판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중대 결단’을 거론하며 스스로 불 붙였던 세종시 국민투표론의 진화에 나섰다. 야당과 한나라당 내 친박은 물론 친이계에서도 반대론이 적지 않자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뒤로 뺀 것이다. 청와대가 국민투표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한나라당의 당론 도출을 끌어내고, 여론을 떠본 ‘치고 빠지기’라는 분석과 중대 결단을 언급했던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헛발질’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등 과정과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어떤 경우든 국회와 정당의 역할을 무시하고, 수정안 관철을 위해 헌법적 사안을 동원해 정치권과 국민을 ‘압박’한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달 28일 중대결단을 언급했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선 국민투표를 분명히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내 말의 취지는 정파에 따라 무조건 찬반으로 가서 대의정치 기능이 작동 안 되면 언젠가는 결론을 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불과 이틀 만에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중대결단의 의미는 “한나라당 중진협의체에서 논의가 잘 정리되지 않으면 어떻게라도 정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고 덧붙였다.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의원도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는 아직 국민투표를 공식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청와대 관계자 개인 의견을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톤 다운’은 일단 한나라당 내 중진협의체를 통한 해법 모색을 앞둔 상황에서 논란이 지나치게 번지는 것은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정치권에서 결론을 내주지 못하는 데 대한 답답함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도 국민투표에 대한 의견차가 확인된다. 정무라인 관계자는 “왜 이 시점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너무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주류 의원들도 국민투표론의 공론화 여부를 두고 청와대와 사전조율이 없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국민투표론을 청와대 관계자의 단순한 개인 의견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청와대는 지난 1월부터 친이계 의원들을 상대로 국민투표에 대한 여론을 청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민투표 대상이 될 수 있는지 헌법학자들의 견해도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해법 중 하나로 국민투표를 검토해온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 청와대의 행태는 의도된 ‘치고 빠지기’라는 분석이 다수다. 국민투표론은 박근혜 전 대표가 수정안에 대한 토론과 절충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중대결단을 할 수 있다는 ‘경고’나 ‘엄포’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대의정치를 외면하고 위헌 논란까지 감수하며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국민투표 회부는 국회를 부정하는 자세”라며 “국회에서 수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없으니 국민투표로 가자는 것은 상당히 비겁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친이 주류 측의 진화에도 불구, 국민투표는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다. 이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국민투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현재로선’이란 단서를 단 데서도 읽혀진다. 그는 “대통령이 지금 목검 들고 하는 심정으로 (수정안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향후 ‘진검 승부’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민투표 시기상조론을 폈던 정두언 의원도 “학자들과 얘기해보니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공히 지금은 아니지만 정치권에서 결론이 나지 않고, 여론이 세종시 수정 쪽으로 흘러간다면 국민투표가 최종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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