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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 원윤종(왼쪽)과 서영우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영화 '쿨 러닝'은 겨울이 없는 자메이카 선수들의 봅슬레이 도전기다. 감동과 재미를 담은 이 영화는 봅슬레이라는 이색 스포츠를 한국에 알리는 데 큰 구실을 했다.

봅슬레이는 첫 동계올림픽인 1924년 샤모니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함께했다. 90년 넘게 올림픽 역사에 존재했지만 아시아권 선수가 메달권에 진입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다.  유럽과 북아메리카 선수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이 기록은 다음달 평창에서 다시 쓰일 수도 있다. 한국 남자 봅슬레이 2인승의 원윤종(32·강원도청)·서영우(27·경기도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는 아시아인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극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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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뉴시스】 파일럿 원윤종(오른쪽)과 브레이크맨 서영우

이들에게 '아시아 최초'라는 타이틀은 그리 낯설지 않다. 2016년 1월 열린 2015~201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5차 대회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럽권이 독식하던 봅슬레이 세계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해 세계랭킹 1위도 이들의 차지였다.

한국 봅슬레이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전까진 선수조차 찾기 어려웠다. 파일럿은 강광배가 유일했다. 평창 대회 유치를 계기로 기업들의 비인기 종목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봅슬레이도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선수들이 원윤종과 서영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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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윤종과 서영우는 2016년 최고의 한 해를 맞이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월드컵 우승과 세계 1위를 동시에 이뤄냈다. 2017년에는 다소 주춤했다. 세계선수권에서는 21위까지 추락했다. 외국인 코치 선임을 둘러싼 불협화음도 들렸다.

이들은 훈련에서 해법을 찾았다. 평창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달리고 또 달렸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IBSF 월드컵 3차 대회에서는 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지난해 9월 말부터 3주 동안은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 트랙을 하루에 8번씩 주행하며 홈 이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무의식 중에도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코스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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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 나가는 장수에게 말과 칼이 그렇듯 봅슬레이 선수들에게는 썰매가 가장 중요하다. 페라리, 맥라렌, BMW 등 내로라하는 유명 자동차 회사들은 기술력을 뽐내기 위해 선수들에게 썰매를 만들어 제공한다.

수년 간 현대자동차가 만든 국산 썰매와 라트비아 장인이 선사한 썰매를 두고 저울질을 하던 두 선수는 고심끝에 후자를 타고 평창에 나서기로 했다. 라트비아산 썰매는 이들이 2015~2016시즌 IBSF 월드컵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을 때 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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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려면 독일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토르스텐 마르기스와 캐나다의 저스틴 크립스·제시 럼스덴를 넘어야 한다. 두 팀 모두 올 시즌 최고의 성적으로 평창 대회에서 금메달을 벼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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