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 확보 위한 광고 제작에 10억 혈세 들였지만
광고 본 공직자들 모두 무슨 광고인지 알아보지 못해... '난감'
강경식 제주도의원(무소속, 이도2동 갑)은 8일 강영진 제주특별자치도 공보관에게 "이런 식으로 할거면 옷 벗어라"고 호통치면서 강도 높은 쓴소리를 뱉었다.
이날 오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이상봉)는 제358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제2차 회의를 열어 道감사위원회와 총무과, 공보관, 인재개발원으로부터 2018년도 주요업무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강경식 의원은 강영진 공보관을 상대로 질문을 이어가면서 이날 업무보고 자리에 참석한 모든 공직자들에게 화면을 통해 영상 2편을 보여줬다.
광고 2편이 끝나자, 강 의원은 공직자들에게 "이게 무슨 광고인 거 같느냐"며 조상범 인재개발원장과 이영진 총무과장에게 물었다.
이에 조상범 원장은 "처음 보는 광고"라며 "제주특별자치도의 가치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영진 총무과장은 "제주의 바람직한 미래를 말하고자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답을 알고 있는 강영진 공보관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강 공보관의 설명에 따르면, 앞 전의 광고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한 내용이었으며, 두 번째는 그와 연계해 그동안의 자치성과를 부각시킨 영상이다.
강 의원은 "한효주 씨가 출연해 비싸게 만들어진 광고다. 지난해 연말에 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알리는데 필요하다며 10억 원을 요구하자 의회에서 승인해줘서 만들어진 광고"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의원은 업무보고 자리에 앉은 공직자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한 마디도 헌법적 지위와 관련된 내용들이 들어가 있지 않다. 이런 이미지 광고를 만드는데 10억 원이라는 혈세를 낭비했다. 어떻게 된 거냐"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강 공보관은 "제작과정에서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왔다. 처음에도 전혀 관계 없는 광고들이 제작돼서 제주관광공사에 맡기긴 했다"며 "당시 제주연구원과 특별자치추진단과 공보관실이 협의해서 상당 부분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했지만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강 의원은 "아무리 봐도 한효주 씨를 위한 이미지 광고에 그쳐 보인다. 초당 1000만 원 정도의 광고비를 집행한 셈인데 아주 심각하다"며 "여기에 감사위원회도 있지만 의회도 그렇고 대체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광고를 만들어 도민 혈세 10억 원을 낭비한 것이 분명하다고 보여진다"며 "지금 공직자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광고에 대해 누가 어떻게 책임지고 감당할 건지 정말 난감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강 의원은 "도민들과 의원들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느냐. 능력이 없으면 맡지를 말던가, 예산을 따서 그렇게 하지 말던가"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강 공보관이 "많이 부족한 거 같다"고 시인하자, 강 의원은 "올해도 이런 예산 반영됐던데 이렇게 만들거냐"며 "이런 정도면 옷 벗어야 한다. 뭐하러 그 자리에 앉아 있느냐"고 쓴소리를 연이어 퍼부었다.
한편, 배우 한효주가 출연한 '제주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한' 광고는 한효주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볼 수 있으며, 1∼2월간 TV를 통해서도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