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 확보 위한 광고 제작에 10억 혈세 들였지만
광고 본 공직자들 모두 무슨 광고인지 알아보지 못해... '난감'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를 알리기 위해 배우 한효주가 출연한 광고. 사진=배우 한효주 인스타그램.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를 알리기 위해 배우 한효주가 출연한 광고. 사진=배우 한효주 인스타그램.

강경식 제주도의원(무소속, 이도2동 갑)은 8일 강영진 제주특별자치도 공보관에게 "이런 식으로 할거면 옷 벗어라"고 호통치면서 강도 높은 쓴소리를 뱉었다.

이날 오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이상봉)는 제358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제2차 회의를 열어 道감사위원회와 총무과, 공보관, 인재개발원으로부터 2018년도 주요업무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강경식 의원은 강영진 공보관을 상대로 질문을 이어가면서 이날 업무보고 자리에 참석한 모든 공직자들에게 화면을 통해 영상 2편을 보여줬다.

광고 2편이 끝나자, 강 의원은 공직자들에게 "이게 무슨 광고인 거 같느냐"며 조상범 인재개발원장과 이영진 총무과장에게 물었다.

이에 조상범 원장은 "처음 보는 광고"라며 "제주특별자치도의 가치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영진 총무과장은 "제주의 바람직한 미래를 말하고자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답을 알고 있는 강영진 공보관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강 공보관의 설명에 따르면, 앞 전의 광고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한 내용이었으며, 두 번째는 그와 연계해 그동안의 자치성과를 부각시킨 영상이다.

강 의원은 "한효주 씨가 출연해 비싸게 만들어진 광고다. 지난해 연말에 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알리는데 필요하다며 10억 원을 요구하자 의회에서 승인해줘서 만들어진 광고"라고 설명했다.

강경식 제주도의원(무소속, 이도2동 갑).
강경식 제주도의원(무소속, 이도2동 갑).

이어 강 의원은 업무보고 자리에 앉은 공직자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한 마디도 헌법적 지위와 관련된 내용들이 들어가 있지 않다. 이런 이미지 광고를 만드는데 10억 원이라는 혈세를 낭비했다. 어떻게 된 거냐"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강 공보관은 "제작과정에서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왔다. 처음에도 전혀 관계 없는 광고들이 제작돼서 제주관광공사에 맡기긴 했다"며 "당시 제주연구원과 특별자치추진단과 공보관실이 협의해서 상당 부분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했지만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강 의원은 "아무리 봐도 한효주 씨를 위한 이미지 광고에 그쳐 보인다. 초당 1000만 원 정도의 광고비를 집행한 셈인데 아주 심각하다"며 "여기에 감사위원회도 있지만 의회도 그렇고 대체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광고를 만들어 도민 혈세 10억 원을 낭비한 것이 분명하다고 보여진다"며 "지금 공직자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광고에 대해 누가 어떻게 책임지고 감당할 건지 정말 난감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강 의원은 "도민들과 의원들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느냐. 능력이 없으면 맡지를 말던가, 예산을 따서 그렇게 하지 말던가"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강 공보관이 "많이 부족한 거 같다"고 시인하자, 강 의원은 "올해도 이런 예산 반영됐던데 이렇게 만들거냐"며 "이런 정도면 옷 벗어야 한다. 뭐하러 그 자리에 앉아 있느냐"고 쓴소리를 연이어 퍼부었다.

한편, 배우 한효주가 출연한 '제주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한' 광고는 한효주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볼 수 있으며, 1∼2월간 TV를 통해서도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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