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국회의원 "법제처 회신 받아보니 지속적 운영 불투명" 밝혀
법제처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하는 사항과 배치되는 내용 시행할 수 없어" 회신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이 야심차게 기획한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큰 위기를 맞았다.

무려 800억 원의 혈세를 투입한 대중교통체계 개편 중 핵심 사항인 '우선차로제'가 문제가 됐다. 

시행 초기부터 우선차로제가 도로교통법에 근거한 제도가 아니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으나, 제주특별자치도는 도로교통법이 아닌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근거해 시행할 수 있다고 맞서 강행했다가 결국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800억 원의 혈세를 들여 시행한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핵심인 우선차로제가 도로교통법에 근거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좌초 위기에 놓이게 됐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800억 원의 혈세를 들여 시행한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핵심인 우선차로제가 도로교통법에 근거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좌초 위기에 놓이게 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오영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을)은 26일 "경찰청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비교·분석한 결과, 우선차로제의 지속적인 운영이 불투명해질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제주자치도는 지난해 8월 25일에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전면 실시했다. 이 가운데 우선차로제는 도로교통법이 아닌 도시교통정비 촉진법에 근거해 매달 고시를 반복해 내리는 방식으로 시행했다.

문제는 이러한 우선차로제의 시행에 따른 법적 근거를 제주자치도와 경찰청 및 국토부가 다르게 보고 있다는 데 있다.

제주자치도는 도로교통법이 아니라 해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430조(도시교통정비에 관한 특례)'에 제주도지사의 권한으로 위임돼 있으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찰청과 국토교통부는 '도로교통법 상 다른 법령에 배치되는 내용은 시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내용이 대치되자, 제주지방경찰청은 중앙경찰청을 통해 정부(법제처) 측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허나 법제처는 지난 2월 21일 이를 반려 처리했다.

경찰청은 법제처에 도로교통법 제15조제1항과 같은 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전용차로제에 관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도시교통정비촉진법(제33조 제1항제8호)에 따라 특정 차선에 특정 종류의 차량만이 운행하도록 정할 수 있는지와 ▲그렇게 정한 것이 도시교통정비촉진법(제34조)에 따른 '자동차의 운행제한에 관한 사항'에 해당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경찰이 우선차로제 단속을 해야 했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이 아닌 도시교통정비촉진법으로 단속이 가능한 것인지를 물은 것이다.

법제처가 경찰청에 우선차로제 시행에 따른 단속 권한에 대해 유권해석을 의뢰하고, 회신받은 공문 내용.
법제처가 경찰청에 우선차로제 시행에 따른 단속 권한에 대해 유권해석을 의뢰하고, 회신받은 공문 내용.

이에 대해 법제처는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따라 관할지역 안의 일정한 지역에서 교통수요관리 정책을 시행하거나 도시교통정비지역 안의 일정한 지역에서 1회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자동차의 운행을 제한할 수는 있으나, 도로교통법 등 타 법령에서 규정하는 사항과 배치되는 내용을 시행할 수 없기 때문에 법령해석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뒤, 해당 요청을 반려했다.

즉, 법제처 역시 경찰청의 의견과 일치하기 때문에 굳이 법령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제주자치도가 추진한 우선차로제는 법적 근거 효력을 받을 수 없게 되며, 이에 따라 자연스레 우선차로제 위반 차량에 대한 범칙금 부과는 불가능해진다.

그럼에도 제주자치도는 "제주특별법에 의거해 이관된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따라 시행하면 된다"며 궁여지책으로 제주경찰청이 아닌 道 소속 자치경찰단에게 단속 권한과 과태료 부과 업무를 맡겼다. 그렇게 해서 다시 오는 3월 1일부터 단속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제주자치도는 올해 1월부터 우선차로제 위반 차량에 대한 단속을 본격 실시했다. 허나 도로 구조상의 문제 때문인지 보름 동안 무려 4655건에 달하는 적발건수가 기록되자 단속을 무기한 유예했다. 과태료만 2억 4000만 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오영훈 의원은 "제주경찰청에선 버스전용차로 위반 차량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없어 제주자치도에 시행일을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수차례 보냈지만, 원 도정이 이를 무시하고 강행해 결국 이 사단이 벌어진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오 의원은 "행정상 불법성이 여러 차례 지적돼 왔지만 그 때마다 제주도정은 국토부와 긍정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대응만 해왔는데, 정작 국토부에선 제주도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며 "우선차로제 시행과 관련해 제주자치도는 국토부와 협의한 내용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막대한 비용을 들였는데도 유관부처와 제대로 협의하지 않은 채 제도를 강행해 결국 혈세 낭비로 이어지게 됐다"며 "원희룡 지사의 성과지상주의 행정으로 제주도의 교통정책이 갈팡질팡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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