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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AP/뉴시스】 25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4차 주행에서 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 조가 은메달을 차지하자 환호하고 있다. 2018.02.25.


예산 부족 문제로 상비군 운영 중단, 슬라이딩센터 연중 폐쇄

【서울=뉴시스】 오종택 기자 =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낸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이 메달 획득의 기쁨도 잠시,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내며 성토했다.
 

 

이용 총감독이 이끄는 봅슬레이 4인승팀은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 열었다.

파일럿 원윤종(33·강원도청), 푸시맨 전정린(29·강원도청)과 서영우(27·경기연맹), 브레이크맨 김동현(31·강원도청)으로 구성된 4인승팀은 평창올림픽에서 1~4차 합계 3분16초38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12월 처음 호흡을 맞춘 이들은 기적에 가까운 레이스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초 올림픽 봅슬레이 메달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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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뉴시스】최동준 기자 = 31일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이용 총감독이 각오를 밝히고 있다. 2018.01.31. photocdj@newsis.com


이날 기자회견은 이용 총감독과 선수들이 올림픽을 돌아보고 기쁨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무겁고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용 총감독은 올림픽이 끝나고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으로부터 축하메시지는커녕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은메달을 획득을 위해 함께 땀을 흘리고 고생한 국가대표 상비군이 해체됐다.

선수 15명과 지도자 4명으로 구성된 상비군은 올림픽이 끝난 후 더는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메달 획득에 큰 역할을 한 외국인 코치와 기술진도 모두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다.

국가대표 선수뿐 아니라 유망주 선수들이 활용하게 될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운영주체를 정하지 못해 올림픽이 끝나고 폐쇄가 결정됐다. 사실상 새 시즌이 열리는 10월 전까지는 썰매를 탈 수 없다.

평창에서 거둔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더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저변 확대와 사후 관리가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에서 기본적인 훈련여건 조차 조성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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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AP/뉴시스】25일 오전 강원 강릉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결선에 나선 원윤종, 서영우 ,김동현, 전정린이 3차시기에서 질주하고 있다. 2018.02.25.


이용 총감독은 "(올림픽 끝나고) 등록 선수가 적어서 상비군을 운영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동고동락하며 한마음 한 뜻으로 지금까지 왔는데 예산 편성이 안됐다는 이유로 해산했다"며 "메달을 따기 위해 열심히 함께해 준 선수들이다.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모두 국제적으로 기량을 입증했다. 그런데 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산 부족이라더라"며 "수천억원을 들여 경기장을 세운 만큼 선수들이 자유롭게 훈련을 할 수 있게 대책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선수들도 작금의 사태에 대해 읍소에 가까운 호소를 했다.

원윤종은 "실전 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생겼는데 올림픽 이후에 시설을 사용할 수 없다면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로서 역량을 발휘했고, 아시아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했는데 (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다니) 우려가 되고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전정린도 "은메달은 우리 4명이 딴 것이 아니라 고생한 팀이 함께 만든 것이다. 몇몇 선수들 중에는 함께 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 선수들 볼 면목이 없다. 같이 운동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용 총감독은 "올림픽 끝나면 제2의 원윤종, 제2의 윤성빈을 길러내야 한다. 등록 선수로 종목의 가치를 측정하지 말고, 작은 인프라 속에서 어떻게 이 메달이 나왔을까 생각하고, 지원 체계가 구축된다면 더 많은 메달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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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AP/뉴시스】25일 오전 강원 강릉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결선에 나선 원윤종, 서영우 ,김동현, 전정린이 3차 시기, 힘찬 출발을 하고 있다. 2018.02.25.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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