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 대중교통체계 개편 시행 근거 두고 '모순' 발생
공문 상으론 '도시교통정비촉진법' 실제 시설물 설치는 '도로교통법'에 근거

제주에서 시행 중인 우선차로제는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거하고 있다. 허나 시설물은 도로교통법에서 정한대로 설치되고 있다.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중앙차로 대중교통 전용' 도로엔 택시가 진입할 수 없다. 허나 우선차로제에선 이를 허용하고 있다. 모순되는 지점이다.
제주에서 시행 중인 우선차로제는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거하고 있다. 허나 시설물은 도로교통법에서 정한대로 설치되고 있다.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중앙차로 대중교통 전용' 도로엔 택시가 진입할 수 없다. 허나 우선차로제에선 이를 허용하고 있다. 모순되는 지점이다.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에서 야심차게 추진시킨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시행 근거를 두고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상한 모순점이 발견됐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핵심인 우선차로제는 제주자치도의 설명대로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근거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선차로제 시행을 위해 설치된 각종 표지판 등 시설물들은 도로교통법에 근거하고 있어 아이러니함을 주고 있다.

실제 우선차로제가 시행 중인 각종 교차로에 설치돼 있는 시설물엔 '중앙차로 대중교통 전용'이라거나 '전용차로'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제주도의 우선차로제는 도로교통법이 아닌 도시교통정비촉진법을 따르고 있으므로 원래대로라면 '중앙차로'나 '대중교통 전용', '전용차로'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다. 해당 용어는 모두 도로교통법에서 중앙차로제를 시행하기 위해 정한 용어들이다.

이에 대해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거해 '우선차로'라는 말을 쓰는 게 맞다. 제주에선 도로교통법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용차로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답변대로라면 현재 설치된 우선차로제의 시설물 표기는 잘못됐다. 이에  "그러면 사용해선 안 되는 용어가 아니냐"고 묻자 "잘못 표기된 것이라면 수정해야겠지만 해당 문제는 시설팀에 물어봐야 한다"며 전화를 돌렸다.

도로교통법이 아닌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따라 시행 중엔 우선차로제엔 '전용차로'라는 말을 쓸 수 없다. '우선차로'라는 명칭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도로시설물은 도로교통법에 따라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이렇게 설치되고 있다.
도로교통법이 아닌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따라 시행 중엔 우선차로제엔 '전용차로'라는 말을 쓸 수 없다. '우선차로'라는 명칭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도로시설물은 도로교통법에 따라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이렇게 설치되고 있다.

시설팀에 문의하자 예상치 못한 답이 나왔다.

시설팀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차로제를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근거해 시행하더라도 시설물은 도로교통법에 의거해 설치해야 한다.

시설팀 관계자는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엔 시설물에 대한 기준(조항)이 전혀 없다. 이 때문에 시설물은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조항에 준한다는 내용이 있어 중앙차로제 설계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어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서울시 같은 경우도 지난 2004년에 중앙차로제를 시행하면서 시설물 지침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졌다. 이 문제 때문에 국토부에서 1∼2년 후에 버스중앙차로(BRT) 설계지침을 만들어서 거기에 따르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제주에서도 시설은 해야 하고,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관련 조항이 없어 타 시도에서 만들어 놓은 유사한 BRT설계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BRT설계지침은 도로교통법에 근거한다.
설명대로라면 우선차로제 시행은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거해 추진했지만 정작 이에 대한 시설물의 설치 기준이 없어 도로교통법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도 관계자는 "도로 시설물은 모두 도로교통법에서 정한대로 만들어야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해서 타 시도에서 추진 중인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지정할 때도 보면 도로교통법에 의해 도로구조 시설물을 설치한다"고 말했다.

중앙차로 대중교통 전용이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이 말대로라면 택시는 이 도로에 진입할 수 없다. 허나 제주는 이 도로를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근거한 우선차로제로 시행하고 있다며 이를 허용하고 있다. 시설물은 그 반대의 내용을 말하고 있어 모순된다.
중앙차로 대중교통 전용이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이 말대로라면 택시는 이 도로에 진입할 수 없다. 허나 제주는 이 도로를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근거한 우선차로제로 시행하고 있다며 이를 허용하고 있다. 시설물은 그 반대의 내용을 말하고 있어 모순된다.

이렇게 되면 또 하나의 모순점이 발생된다.

도로교통법상 '택시'는 대중교통 수단이 아니다. 이 때문에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대중교통 전용차로'라고 표기한 도로엔 택시가 진입할 수 없다.

허나 제주자치도는 이 도로를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중앙차로제가 아니라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거한 우선차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파한다.

정작 도로엔 택시가 진입할 수 없는 '중앙차로 대중교통 전용'이라고 표기하면서 택시가 다닐 수 있게끔 한 것이다. 공문 상으론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근거한다고 하면서, 실제 현장엔 '도로교통법'과 혼용돼 적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서 상으로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거해 시설할 거라면 '중앙차로 대중교통 전용'이라고 표기할 게 아니라 '우선차로 전용'이라고 해야 옳다. 하지만 시설물은 도로교통법에 준해야 한다고 하니 모순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해 도내 한 변호사도 <뉴스제주>와의 통화에서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도로교통법이 안 되서 우선차로제를 시행해 놓고, 정작 표기는 도로교통법에 준해서 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의 오영훈 국회의원이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시행 근거가 '도로교통법'이 아니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제주자치도는 특별법으로 권한 이양을 받아온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거해 매달 고시하는 방식으로 하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지난 2월 28일엔 국회에서 '자동차관리법 제25조(자동차 운행제한)'도 제주도로 권한 이양되면서 매달 고시하지 않아도 우선차로제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허나 제주에서 시행하는 우선차로제에 대한 단속은 도로교통법에서 정하고 있는 '도로교통법 상 다른 법령에 배치되는 내용은 시행할 수 없다'는 조항에 위반되기 때문에 여전히 법령 해석 차이에 따른 논란이 남아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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