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 결정대로 공론화 과정 거치겠다" 밝혀

녹지국제병원, 이른바 영리병원에 대한 영업허가 여부가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는 8일 오전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해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가 이뤄진 것에 대해 공론화 절차를 밟아 의견을 내기로 최종 결정했다.

심의회 논의 도중 위원 10명 중 2명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지만 공론화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다른 위원들의 의견에 따르기로 함에 따라 공론화 결정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이날 낮 1시 30분에 이에 대한 브리핑을 열어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그대로 따르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이승찬 특별자치행정국장이 8일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에서 녹지국제병원 관련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에 대해 공론화 절차를 밟기로 한 결정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이승찬 특별자치행정국장이 8일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에서 녹지국제병원 관련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에 대해 공론화 절차를 밟기로 한 결정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는 지난해 신고리원전 건설 여부를 놓고 공론조사를 벌였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공론화를 추진키로 했다. '숙의'는 여러 사람이 모여 어떤 문제를 깊이 생각해 충분히 의논하는 과정을 뜻한다.

이에 심의회는 지역 차원에선 처음 실시되는 공론조사여서 '공론조사추진위원회'를 별도 조직한 뒤, 위원회에 공론화 과정 일체를 일임한다고 전했다.

# 공론화 과정, 제주도정 뒤로 빠지고 위원회에 일임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정에선 최종허가 여부만 결정하게 된다"며 "허가를 해야 한다면, 혹은 하지 않는다면 어떤 조건으로 어떤 후속대책이 있어야 하는지를 결정만 할 뿐, 공론화를 직접 주관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원 지사는 "충분한 공론이 형성돼야 하기에 행정에선 일체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자료제공 등 협조만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원 지사는 "녹지국제병원은 국내 1호 외국인 투자병원이라는 점에서 공공의료를 약화시킨다거나 영리화 논란을 빚어 온 사회적 갈등 대상이었다"며 "그간 도정에선 중앙정부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해 내부 검토를 해왔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공론화를 통해 상반된 의견을 조정하고 제주의 자치역량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수년간 지속된 소모적 논란을 끝내고 공익을 위한 전환점이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도민사회의 건강한 공론 형성과 숙의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제주도정은 '공론조사추진위원회'에 모든 공론화 과정을 일임하고, 뒤로 빠진 뒤 결론이 도출되면 그 의견을 바탕으로 사업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녹지국제병원 전경.
녹지국제병원 전경.

# 영리병원이 원래 청구 대상 아니라고?

이번 숙의형 청구 대상에 녹지국제병원이 선정된 건 약간의 논란의 소지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숙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에 따라 처음 적용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청구는 원래 청구 대상이 될 수 없다. 조례에 사업승인이 이뤄진 건(사업이 확정된 건) 청구 대상이 아니라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허나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 일부 위원은 이날 논의 과정에서 "아직 사업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확정된 사업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일부 위원은 "설령 대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현재 이 문제가 도민사회에서 큰 논란거리이고, 도민들이 궁금해 하고 있으니 청구 대상이 될 자격이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 것으로 전했다.

결국, 심의회 위원들은 이러한 의견에 동조하고 녹지국제병원을 공론화 하기로 결정했다. 단, 이번 사례가 숙의형 청구 대상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가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 일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 일지.

# 만일 공론화 과정 거쳐 사업허가 반려된다면?

브리핑 현장에선 만일 공론화 과정을 거쳐 녹지국제병원의 사업허가가 반려될 경우에 대한 질문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이승찬 특별자치행정국장은 "현재로선 대답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공론조사추진위원회에서 결정되고 난 후에 논할 일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 이 국장은 "도정에선 허가절차만 밟는다. 공론화 결과가 보건복지부의 승인(2015년) 자체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국장은 "정부에선 제주도정이 판단하도록 허가여부를 맡겼다"고만 말했다.

또한 녹지그룹의 사업비 손해에 대한 질문에도 "아직 거론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향후 처리 소요 기간에 대한 질문에도 공론화추진위 구성 이후에 답하겠다고 돌렸다.

한편, 신고리 원전은 지난해 7월 공론화위원회가 조직된 후 최종 결정이 그해 10월 20일에 도출된 바 있다. 약 4개월여가 걸린 점을 감안하면, 이번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공론화 결과가 도출되는 기한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직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즉, 지방선거에 나서야 하는 원희룡 지사에게 부담은 주지 않으면서 선거 직후 결정을 내리게 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공론화 결정에 따라 영리병원에 대한 논란은 선거 전까진 다룰 수 없게 됐다.

일단 공론조사추진위원회가 이달 중에 구성되고 난 후, 여론조사 실시와 토론 과정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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