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 13일 오후 4시 공청회 열어 의견수렴 한다지만...
3월 2일부터 렌터카 증차 신청 일체 보류, 불안에 떠는 업체들

제주특별자치도가 최근 '렌터카 총량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자, 도내 렌터카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차량 보유 대수를 늘려야만 경쟁에서 살아남는 렌터카 시장에서 더 이상 차량을 늘리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3월 2일부터 5일 사이에 무려 2500대 가량의 증차 신청이 이뤄졌다.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1년 평균 증차 신청은 2800대 가량 정도된다고 한다. 1년 수요량이 단 며칠만에 봇물 터지듯 쏟아지자 렌터카 증차 인가를 담당하는 교통정책과에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보통 통상적으로 렌터카 업체가 증차를 신청하면, 신청 대수만큼 추가의 주차 여유공간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살펴본 뒤 인가해 주고 있다.

하지만 올해 안으로 총량제가 시행되면 늘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주차 공간 여력이 있는 업체들이 앞다퉈 증차를 신청하고 있는 것이다. 2∼3군데의 일부 대기업에선 무려 200∼300대를 한꺼번에 증차 신청한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자치도는 올해 9월 중순 이후에 렌터카 총량제를 시행할 계획이나 아직 관련 조례를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증차 신청을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자치도는 올해 9월 중순 이후에 렌터카 총량제를 시행할 계획이나 아직 관련 조례를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증차 신청을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 제도 마련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수급조절 시행?

상황이 이렇게 되고 있는 건, 제주도정이 이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회는 지난 2월 28일에 자동차관리법 제25조(자동차 운행제한)의 권한을 제주도로 이양시키는 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제주자치도는 제주특별법을 공포한 후, 그 근거에 따라 자동차 운행제한 고시를 해서 렌터카 대수를 줄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별법 공포는 오는 3월 20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이며, 그에 따른 자동차 운행제한 고시는 6개월 후에 하게 된다. 국회가 이 안을 의결할 때, 단서조항으로 '특별법 공포 후 6개월 이후에 시행한다'고 못박아 놨기 때문이다.

이에 제주자치도는 6개월 안에 '렌터카 수급조절위원회'를 구성하고 조례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조례가 제정되기 이전까진 제주도로 이양받아 온 '자동차관리법 제25조'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즉, 엄밀히 말하면 권한을 가져오긴 했지만 조례를 마련해도 올해 9월 중순까지는 자동차 운행제한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주자치도가 렌터카 업체들의 증차 신청을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도정은 지난 3월 2일부터 증차 신청에 대한 인가를 단 한 대도 내주지 않고 있다.

도내 렌터카 A업체의 대표는 "사업규모를 키우기 위해 약 3억여 원을 들여 700∼800대 가량의 렌터카를 주차시킬 수 있는 여유토지를 빌렸다. 총량제를 시행한다고 해도 아직 6개월 정도 여유가 있으니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한 건도 등록시킬 수 없다고 하더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A업체 대표는 "물론 수급조절을 위한 정책이라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이 막무가내로 증차를 막아놔버리면 영세업체들은 죽으라는 꼴 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제주자치도 관계부서에선 "막아 놓은 게 아니"라며 "다만, 보류로 민원해결을 미뤄 놓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법적으로 증차 신청을 거부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도 道 관계자는 말을 돌리기에 급급했다.

렌터카 총량제 시행 예고가 증차 신청에 대한 불허 요건이 되지 못함에도 행정에선 '일단 막고 보자'는 심산인 셈이다.

렌터카.
렌터카.

렌터카 증차 신청이 죄다 거부되자, 소규모 영세 렌터카 업체들은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동시에 대규모 렌터카 업체들 역시 막대한 영업손해가 예상된다며 행정소송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가 '자동차관리법 제25조'의 권한을 가져오기에 앞서 이미 이에 대한 갈등은 예고가 돼 있던 셈이다.

이에 제주도정은 지난 3월 9일 제주자치도자동차대여사업조합을 통해 오는 3월 13일 오후 4시에 농어업인회관에서 렌터카 총량제 시행을 위한 공청회를 갖겠다고 도내 각 렌터카 업체에 통보했다.

뒤늦은 대처에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근거도 없이 무턱대고 증차를 거부하고 있는 건, 제주도정이 이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질타했다.

한편, 렌터카 총량제는 수년 전부터 제주자치도가 시행하고자 했던 제도다. 제주특별법 3단계 제도개선을 할 때부터 포함시켜 수차례 국회 문턱을 두드려 왔으나 번번이 거절돼 왔다. 게다가 제주자치도자동차대여사업조합에서도 "수급조절이 필요하다"며 행정에 건의도 해왔던 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제주도에 등록돼 있는 렌터카는 총 3만 2053대다. 이 가운데 제주자치도는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연구용역을 통해 2만 5000대가 적정한 대수로 보고 있다. 7000대 가량을 줄여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정은 일단 증차 신청 민원을 '무기한 보류'처리하고 있다.

이를 보면 행정에선 사전에 충분히 렌터카 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법안 통과에 따른 대책 마련을 공지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비춰지지만 갈등만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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