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밤

- 이용상-

눈 오는
가지 끝에
새 한 마리 졸고 있다

뉘 집
등불인지
더는 기다릴 수 없는

날 새어
눈 녹은 자리
새도 가고 없었다.

제주시 칠성통엔
동일의원 있었지.

그 병동 2백9호
천명(天命) 다하는 길

아내도
밤을 지새며
목숨 하난 지켰었지.

눈, 비, 바람 보채어도
제철인양 싶었다.

이 밤도 스며오는
이 예감은 무엇인가.

내 이제
눈 오는 밤에
약속 하나 묻어 둔다.

<시집 ‘감가무 그 긴 가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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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의 작가, 시조시인 이용상의 시이다.

젊어서부터 고향 제주에서 농업과 수산업, 그리고 지역 생산물을 이용하는 가공사업에 뛰어 들어 지금은 성공했지만, 무척 고생한 사람이다.

잘되던 사업이 하루아침에 쓰러지고, 쓰러졌다 다시 일어서는 칠전팔기의 인생을 다반사처럼 살아왔다고나 할까. 인생 후반에 사업을 일으켜 이제는 성공신화를 남기게 되었다.

눈이 내려, 온 시가지가 하얗게 뒤덮인 눈 오는 밤이 오죽 낭만적인 것일까 마는 시인은 아마 병상에 있었던 모양이다.

작가의 당시 상태는 시에 동원된 새 한 마리(그것도 가지끝에서 졸고 있는…), 등불 등 모두 불안하기만 한 존재들로 보아 중증이었던 모양이다.

2007년, 이 시인에게 건강하고 재미있는 한 해가 되고, 작품생활도 왕성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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