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20일 본회의서 신화련 금수산장 개발사업 통과시켜

'신화련 금수산장 관광단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동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 파란색은 찬성, 빨간색은 반대, 노랑과 녹색은 기권, 흰색은 미투표다.
'신화련 금수산장 관광단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동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 파란색은 찬성, 빨간색은 반대, 노랑과 녹색은 기권, 흰색은 미투표다.

명백하게도 중산간 난개발이 우려되는 신화련 금수산장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20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를 통과했다.

제주도의회는 이날 오후 2시 제35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제주도정이 제출한 '신화련 금수산장 관광단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동의안'을 상정했다.

39명의 도의원 재적에서 37명이 출석해 표결이 진행됐다. 2명은 아예 이날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4명은 표결 당시 본회의장에 없었다.

표결에 참석한 제주도의원은 31명. 이 가운데 16명이 찬성을, 8명은 반대, 7명은 기권표를 던졌다. 정확히 재석의원 31명 중 과반수인 16명이 찬성표를 던짐에 따라 신화련 금수산장 사업은 가결됐다. 이에 따라 최종 사업허가 권한이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로 넘어갔다.

동의안을 찬성한 도의원 16명 중 더불어민주당은 김용범, 박원철, 안창남, 이상봉 등 4명이며, 자유한국당은 고충홍 의장을 비롯해 고태민, 김영보, 김천문, 유진의 등 5명이다. 나머지 바른정당에서 강연호, 손유원, 이경용 의원 등 3명이 찬성했고, 강성균, 강시백, 오대익 등 3명의 교육의원과 이달 초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무소속 신분이 된 고정식 의원도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반면 강익자, 고태순, 김태석, 윤춘광, 현우범 등 5명의 더불어민주당 도의원이 반대했고, 자유한국당에선 김황국 부의장과 이기붕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무소속의 강경식 의원도 반대했다.

기권표를 던진 7명은 김희현, 박규헌(이상 더불어민주당), 현정화(바른정당), 홍경희(자유한국당), 부공남 교육의원, 무소속의 허창옥 의원이다.

이 외 이날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거나 표결 당시 본회의장에 없어 표결하지 않았던 이들은 고용호, 김경학, 김명만, 좌남수, 홍기철(이상 더불어민주당), 김동욱, 이선화, 하민철(이상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뿐만 아니라 무소속 신분의 도의원들까지 모두 각기 의견이 갈렸다. 이를 보면 정당에 의한 결정보다는 모두 개인적인 이유에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도지사는 중산간 난개발 불허를 천명해 왔으나
원희룡 도지사는 중산간 난개발 불허를 천명해 왔으나 "도내 대규모 개발사업장이 2군데는 있어야 한다"며 '한 입으로 두 말 하기' 능력을 선보였다.

# '한 입으로 두 말 하기' 정치인들의 능력, 특기?

신화련 금수산장은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487번지 일대인 블랙스톤 골프장 부지에 휴양콘도미니엄과 호텔 등의 대규모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사업이다. 면적만 87만㎡에 달해 마라도보다 3배 가량 넓으며, 중국자본 7239억 원이 투입된다.

문제는 이 사업의 위치가 명백히 중산간 지대여서 환경훼손이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기존의 골프장 일부 부지를 매각해 추진되는 '편법적인 개발사업'이라고 지적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업자가 제주칼호텔 내 카지노의 최대주주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향후에 제주신화월드의 경우처럼 카지노 사업장이 확대이전할 가능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원희룡 지사는 취임 초기 때에만 해도 중산간 지대의 난개발을 억제하겠다고 했으며, 특히 골프장 부지를 관광개발사업으로 개발하는 것에 대해서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 지사는 "제주에 대규모 관광지가 2곳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제주도의회는 원희룡 지사보다 한 술 더 떠 화려한 입담을 뽐내기까지 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 해당 사업에 대한 심사가 있었을 때, 소관 상임위의 도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중산간 난개발 우려'와 '골프장을 이용한 편법 개발'이라는 점을 들어 이 사업이 허가되면 기존 골프장들의 개발사업에 신호탄을 쏘게 되는 꼴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장. 이날 신화련 금수산장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 처리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장. 도의원들은 중산간 난개발 우려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지만 정작 '신화련 금수산장 개발사업'을 가결시켜 원 지사처럼 '한 입으로 두 말 하기' 능력을 보여줬다.

허나 선거철을 앞둔 마지막 도의회 임시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도의원들은 돌연 '봐주기' 모드로 돌변했다.

환경도시위는 무려 12가지의 부대조건을 단서조항으로 내건 뒤 해당 동의안을 통과시켜줬다. 12개 부대조건 중엔 '조건'이라고 부르기도 이상한 내용들이 포함됐다.

우선 경관3등급 지역의 건축물 높이를 12m(3층)으로 제한했다. 또한 사업지 인근 양돈장을 이설 혹은 폐업시키는 보상을 업체 측에 맡겼는데, 이게 과연 가능한지가 의문이다.

게다가 카지노 확장 이전 우려에 대한 대책을 제주도정에게 맡겼다. 신화역사공원의 사례처럼 추진할 경우, 제주도정은 이미 "막을 수 없다"고 입장을 표명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책임을 전가시키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외에도 지역주민 채용을 정한 부분에선 단순히 '양질의 일자리'라고만 명시했을 뿐, 구체적으로 몇 % 이상 채워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며 도내 업체에 공사 참여 비율을 높이라는 주문도 넣었다.

사실상 '사업허가'를 내주라는 셈이다. 상임위에서 이렇게 본회의로 상정하자 제주도의회는 보란듯이 이를 가결시켰다.

이 때문에 도내 시민사회 단체를 비롯해 올해 지방선거에 나서는 여러 예비후보들은 일제히 이러한 결정을 비난했다.

제주경실련은 이날 도의회 정문에서 "찬성한 도의원들에 대해선 이번 선거에서 심판하겠다"며 피켓시위를 벌였으며, 박희수 제주도지사 예비후보와 강기탁 예비후보도 연일 비판 성명 발표에 가세했다.

이제 공은 다시 원희룡 지사가 쥐게 됐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사업허가를 내 줄 경우 '중산간 난개발 물꼬를 터줬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 자명하다. 여론을 의식한다면 이를 감안해 사업허가를 반려하거나 선거 후로 결정을 미루게 할 공산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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