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도정, 청정제주 사수할 의지 있나
원희룡 도정, 청정제주 사수할 의지 있나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8.03.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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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관리지역 지정, 실효성에 의문... 사실상 과징금 내면 끝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양돈장은 2차 행정제재에도 불구하고 최대 1억 원 이하의 과징금만 내면 계속 영업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뉴스제주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양돈장은 2차 행정제재에도 불구하고 최대 1억 원 이하의 과징금만 내면 계속 영업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뉴스제주

제주특별자치도가 오는 23일에 도내 59곳의 양돈장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지만 이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할 대상 양돈농가가 96곳이었지만 업계 반발로 지정 기준을 대폭 낮췄고, 이를 위반해도 과징금을 물리는 것 이상의 제재조치가 없기 때문이다.

제주자치도가 21일 발표한 '악취관리지역 지정·고시'에 따르면 종전 악취기준에서 30% 이하인 양돈장은 이번 악취관리지역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30% 이하'라 함은 총 10회의 악취측정에서 3번만 악취가 심했다고 판정된 곳을 말한다. 즉, 10번 측정에서 4번 이상 악취가 났다고 판정된 59곳의 양돈장만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이를 두고 기자단 측에선 '업계 봐주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악취관리지역 지정 기준이 '악취농도'가 아니라 악취가 채취된 '횟수'여서다.

도내 전체 양돈장은 296개소가 있으며, 지난해 말 제주도정은 우선 악취 민원이 1년 내내 끊이지 않았던 101개소에서만 악취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101곳 중 무려 96곳에서 기준을 위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악취 농도 기준치를 300배나 초과한 곳도 있었다. 악취방지법에 따르면 악취농도가 15배 이상되면 배출허용 기준을 초과한 것이 되지만, 악취관리지역 대상을 지정하기 위한 농도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제주도정은 악취농도가 아닌, 악취 발생횟수를 기준으로 삼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A농장 서측 34m 지점에 있는 용암동굴 입구. 이곳으로 축산분뇨가 불법 배출된 정황이 포착돼 수사를 위해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A농장 서측 34m 지점에 있는 용암동굴 입구. 이곳으로 축산분뇨가 불법 배출된 정황이 포착돼 수사를 위해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 설명에 의하면, 악취 측정방법은 두 가지가 있지만 현행 제도에 근거한 방법은 '관능법'이 유일한 상태다. 

관능법은 양돈장에서 발생하는 황화수소나 암모니아 등을 코로 맡아서 악취가 심하다고 느껴질 때 악취 발생 여부를 판별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기계적 측정 방법이다. 22가지의 악취물질을 기계로 측정해 나온 결과에 따라 판별하는 것이지만, 현재 양돈업계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양돈업계에선 측정방법을 두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사람이 판별하는 방법에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제주도정에선 기계적 측정 방법을 도입할 생각이 있다고만 전했다.

도 관계자는 "(관능법으로)한 두 번 초과한 곳을 관리지역으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어 31% 이상의 횟수를 초과한 양돈장에 대해서만 이번에 지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제재조치가 상당히 완화된 셈이다. "양돈업계를 퇴출시킬 생각도 했다"던 원희룡 지사의 강력한 제재방침 천명은 무색해진 셈이다.

한림읍이장협의회 등 한림읍 내 10개 자생단체로 이뤄진 '축산악취 및 폐수 무단방류 근절을 위한 투쟁위원회'가 9월 11일 원희룡 지사실을 방문해 축산 분뇨 사태에 따른 대책 마련 요구에 나섰다. ⓒ뉴스제주
한림읍이장협의회 등 한림읍 내 10개 자생단체로 이뤄진 '축산악취 및 폐수 무단방류 근절을 위한 투쟁위원회'가 지난해 9월 11일 원희룡 지사실을 방문해 축산 분뇨 사태에 따른 대책 마련 요구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원 지사는 "제주 양돈산업을 퇴출시킬 생각까지 했었다"고 말하면서 강력한 제재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제주

# 엄격한 기준 적용? 말로만?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 고시된 곳은 악취방지 시설 설치가 의무화된다. 양돈사업장은 고시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악취방지계획을 수립하고, 악취배출시설 설치를 신고해야 한다. 또한 1년 이내에 신고한대로 설치를 완료해야 한다.

이와 함께 악취발생 실태를 주기적으로 조사받게 되며, 악취 배출 허용기준도 종전 15배에서 10배로 엄격해진 기준을 적용받는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는 했으나 이번 조치 기준을 30% 완화해 준 것 때문에 올해 9월에 있을 2차 '축산악취 현황조사'에서도 엄격한 기준은 적용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형평성 때문이다.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된 59곳이 31% 이상(10번 측정 중 4번 이상) 초과한 곳만 지정했기 때문에 2차 조사에서도 31% 이상 측정된 양돈장만 지정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제주도정은 나머지 195개소와 지정이 유보된 37곳은 올해 9월까지 추가로 진행될 '축산악취 현황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가 지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조사결과가 나온 후 결정할 부분이지만, 오늘 선례 때문에 그렇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결국 말만 '엄격한 기준'이 될 셈이다.

제주자치경찰단의 축산폐수 불법배출 4차 조사에서 드러난 실태. 용암동굴에 폐수가 무단 방류돼 있어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제주자치경찰단의 축산폐수 불법배출 4차 조사에서 드러난 실태. 용암동굴에 폐수가 무단 방류돼 있어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 악취관리지역 지정된 곳, 위반하면 과징금 내면 끝?

그렇다면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양돈장이 이를 어기면 어떻게 될까.

우선 1차로 개선명령을 받는다. 보통 3개월의 유예가 주어지며, 이를 초과하면 2차 '조업정지' 명령을 내리게 된다.

'영업정지'가 아닌 '조업정지'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는 양돈장이 생명체(돼지)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시설(배출시설)을 정지한다는 개념인데, 문제는 이 배출시설을 운영하지 못하게 하면, 사실상 돼지들이 생명을 이어가는데 큰 지장을 주게 되므로 거의 대부분 '과징금'으로 대체된다.

과징금은 최대 1억 원 이내에서 부과되며, 최소 단위는 없다.

게다가 2차 조업정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았을 시에 따른 3차 행정제재 조치는 현재 마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계속 과징금만 내면 영업을 계속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결국, 한 해 수억∼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양돈농가에게 1억 원 이하의 과징금 제재조치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가 의문이며, 실제 최대 1억 원이 부과될지도 의문이다.

한편, 23일자로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된 59곳의 양돈장은 내년 3월 22일까지 악취저감시설을 설치하고, 오는 4월에 설립될 예정인 '제주악취관리센터'에 악취 측정을 의뢰해 문제가 기준치 이하로 측정되면 해제될 수 있다.

허나 아직 제주도정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침을 정해 놓은 상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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