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승용차 설명서는 눈길 주행시 엔진브레이크를 이용하지 말고, 위급한 상황에선 기어를 중립에 놓도록 지시하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 운전자들의 전통적인 눈길 운전상식과는 정반대다. BMW의 자동차 설명서에도 우리의 상식과 다른 부분이 적찮다.

유럽에서는 눈길 안전운전을 위해 어떻게 하는지, 우리의 상식과 다른 부분을 발췌해 설명을 덧붙여 보았다.

1.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지 말 것

국내 일부 운전자들은 엔진브레이크를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엔진회전수(RPM)을 높이거나 기어를 낮게 변속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엔진 브레이크는 구동축에만 동작하는데다 ABS나 VDC의 개입을 줄이기 때문에 각종 설명서에선 권장하지 않는다. 다만 가속패달을 평소보다 먼저 떼는 정도로 자연스럽게 감속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2. 눈길이 아니라도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할 것

수입차들이 언덕을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후륜구동이어서라기 보다 타이어로 인한 원인이 더 크다. 수입차들에 기본으로 끼워 나오는 타이어는 여름용 타이어거나 눈길에 취약한 광폭 타이어이기 때문이다. 성능을 강화하다보니 눈길 성능이 희생됐다.

독일 등 유럽의 많은 국가에선 겨울철에 겨울용 타이어를 끼우지 않고 도로에 나오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을 정도로 타이어는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겨울용타이어는 눈길에서만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서 일반 타이어에 비해 훨씬 그립력이 우수해진다. 낮은 온도에서도 고무 특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2. ESP(VDC), ABS 가 없는 차를 운전하지 말 것

10일 새벽 올림픽대로에서는 차가 중심을 잃고 회전해(스핀) 역방향으로 정지하는 사고가 여러건 일어났다. 대부분 ESP가 장착되지 않은 차였다.

아무리 운전을 잘하더라도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미끄러짐은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 전자장비가 훨씬 효과적으로 사고를 막는다. 인간이 전자장비에 비해 기민함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브레이크 패달이 하나뿐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도 절대 열세다. 차가 스핀을 시작하면 인간은 한개의 브레이크를 밟아서 차를 제어하지만, ESP는 차가 스핀하는 반대 방향 앞바퀴 한곳에만 ABS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차가 회전하는 것을 원상복구시킨다. 스핀의 대부분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독일 교통국 자료에 의하면 ESP가 있으면 사망사고의 약 40%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3. 눈길 전자장비 사용법을 익힐 것

충돌사고의 80%는 브레이크를 충분한 힘으로 밟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난다는 미국 고속도로안전국(NHTSA) 조사결과가 있다. 기존 브레이크는 타이어와 노면이 미끄러지기 직전까지만 브레이크에 힘을 가해야 가장 짧은 제동거리를 나타내지만, ABS를 장착한 차의 경우 최대한의 힘으로 밟아야 더 제동거리가 짧아진다. 독일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장애물이 나타나더라도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은 상태를 유지한 채로 핸들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반적인 상식을 거스르는 방식이지만 ABS와 ESP가 장착된 차는 이같은 조작이 관건이다. 하이힐이나 슬리퍼를 신으면 충분한 힘을 가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한다.

눈길 탈출이 어려운 경우 ESP를 끄면 효과가 있다. ESP는 바퀴가 미끄러지면 힘을 줄이는 기능이 있다. 눈을 파고 들어 눈길을 탈출해야 하는 일부 상황에서는 ESP를 끄면 힘이 유지돼 더 효과적으로 탈출 할 수 있다.

폭스바겐의 SUV차량 투아렉의 메뉴얼에는 차가 눈에 빠진 최악의 경우에 타이어의 바람을 빼면 접지면적이 넓어지면서 일시적으로 탈출을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평평한 도로에 올라서자 마자 다시 바람을 채워넣어 올바른 공기압을 맞춰야 타이어의 수명도 유지하고 접지력도 유지된다고 했다. 투아렉은 이를 위해 타이어에 공기를 다시 채울 수 있는 펌프를 내장하고 있다.

4. 필요한 경우 중립(N) 기어를 사용할 것

메르세데스-벤츠 M클래스 메뉴얼에는 스핀이 시작되거나 차를 컨트롤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변속기를 중립(N) 모드로 옮기라는 내용이 있다. 중립에서는 가속이나 엔진 브레이크도 발생하지 않고 바퀴가 매끄럽게 굴러가므로, 그립력을 되찾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주행중 중립에 놓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차량을 중립모드에 놓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본다.

5. 사고시 수신호를 하지 말 것

우리나라의 일부 보험사가 나눠주는 안전운전 책자에는 사고시 사고차량의 후방에서 수신호를 하라고 돼 있지만, 외국에선 수신호를 권장하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차에 비해 사람의 시인성이 낮아 사고 가능성이 도리어 커지기 때문이다. 차끼리 충돌하면 큰 사고가 아닐 일도 수신호를 하던 사람을 충돌해 사망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국내 도로교통법에는 수신호를 하라는 내용은 없고, 삼각대를 비치하라는 내용은 있다. 일본에선 법적으로 차량내에 불꽃 신호탄을 비치해 사고시 먼거리에 던져놓고 대피하도록 돼 있다. 유럽이나 미국 등은 사고시 조치 없이 대피만 하도록 돼 있다. 삼각대 등을 설치하는 작업 자체가 더 큰 위험을 부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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