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 이정빈 교수는 25일 제주경찰청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과 관련한 과학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주 어린이집 보육교사 미제 살인사건'을 재수사 중인 경찰이 당시 피해자가 실종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내놨다. 

특히 경찰은 피해자의 사망시점이 새롭게 실시한 과학수사 기법으로 드러남에 따라 증거 수집의 방향과 용의자도 압축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향후 수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은 9년 전인 지난 2009년 발생했다. 그해 2월 1일 보육교사였던 이모씨(당시 27세)가 실종됐고, 이 씨는 일주일 후인 2월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의 한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범인 검거를 위해 수사본부가 꾸려졌지만 3년이 넘도록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자 수사본부는 2012년 6월, 결국 해체됐다.

4년 후인 2016년 2월, 제주경찰청은 미제 사건을 재수사하기 위해 미제사건팀을 신설하고 전국 경찰청의 프로파일러를 소집한 뒤 합동분석에 들어갔다. 합동분석은 피해자의 사망시점을 명확히 추정해 용의자를 추려내는 게 그 목적이다. 

피해자의 사망시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다. 당시 부검의는 시체가 발견된 시점에서 1~2일 전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실종 당시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는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사망시간이 사체 발견일로부터 최대 24시간이내라는 부검의의 소견과 일치하지 않아 사망시점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피해자의 사망시간을 보다 명확히 추정하기 위해 최대한 당시 상황과 유사한 기후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체가 발견된 현장에서 과학실험에 활용되는 비글과 돼지를 이용, 4회에 걸쳐 실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25일 내놨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경찰청에서 장기 미제사건인 '애월 보육교사 살인사건' 관련한 과학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법의학자 이정빈 교수를 포함해 검시관, 과학수사 담당자 등이 참관했다.

실험 결과, 피해자 사망 시점이 사체 발견 당시가 아닌 실종 당일 또는 이튿날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정빈 교수는 "사체의 직장 체온이 대기온도 보다 낮아졌다가 다시 높아지는 현상이 매일 나타났고, 또한 사후 7일이 경과된 실험용 돼지와 비글의 부검 결과 부패의 소견이라고 할 만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즉, 피해자는 실종된 당일 또는 이튿날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번 실험 결과를 토대로 사건을 재개할 것이며, 확보된 증거 관계를 면밀히 분석하고 보강해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은 "살인 사건의 기초는 피해자가 언제 사망했느냐 하는 점이다. 사망시점이 명확해지면 증거수집의 방향도 달라지고 용의자도 압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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