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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름스타드(스웨덴)=대한탁구협회/뉴시스】 왼쪽부터 서효원, 김남해, 최현화, 양하은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남북 여자 탁구 대표 선수들이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한 팀을 이뤄 특별 이벤트 매치를 벌였다. 3일(한국시간) 국제탁구연맹(ITTF) 본부가 차려진 스웨덴 틸뢰산드 호텔에서 ITTF재단 창립 기념회가 열렸다.

ITTF는 세계적 스포츠인 탁구를 매개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재단을 만들었다. ‘탁구를 통한 결속’을 표방하고 있다.

남북 연합팀의 깜짝 시범 경기는 재단 창립 행사 중 열렸다. 스크린에 ‘하나의 한국, 하나의 테이블(one Korea, one table)’이란 문구가 뜬 뒤 한국 서효원 양하은, 북한 최현화 김남해가 행사장 가운데로 등장했다.

이들은 서효원-김남해, 양하은-최현화로 짝을 이뤄 복식 시범 경기를 펼쳤다. 특별 심판으로 나선 마영삼 국제연맹 심판위원장이 양하은-최현화조를 ‘한국 연합1(united Korea)’, 서효원-김남해조를 ‘한국 연합 2’로 소개한 뒤 경기가 시작됐다.

선수들은 정규 탁구대보다 작은 플라스틱 모형 탁구대에서 플라스틱 라켓으로 공을 주고받았다. 이벤트 매치인 만큼 공격을 하기보단 공을 상대방 쪽으로 넘기는 데 집중했다. 네 선수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라켓이 어색한지 서효원이 “어떡해”를 연발하자 김남해가 폭소하기도 했다. 경기는 3분 가량 이어졌고, 3대3으로 끝났다. 마 위원장이 ‘공동 우승’을 선언하자 경기를 지켜본 국제탁구연맹 관계자들이 박수를 쏟아냈다.

경기 후 북한 김남해는 “아주 즐거웠다”는 소감을 밝혔다. “남북 단일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단일팀으로 나가게 되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같이 힘내서 꼭 1등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국 서효원은 “(북한 선수들과) 말이 통해서 다른 나라 선수들보단 편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한국과 북한은 3일 오후 5시 세계선수권 8강에서 맞붙는다.

이날 남북 연합 시범 경기는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국제탁구연맹에 제안해 벌어졌다. 이날 창립 기념회에서 재단 1호 앰배서더로 임명된 유 위원은 “남북이 함께 경기하는 모습이 ‘탁구를 통한 결속’이라는 재단 취지에 잘 맞는 것 같아 국제탁구연맹에 아이디어를 냈고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1호 앰배서더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남북을 포함해 전 세계에 탁구를 통해 꿈과 희망을 전파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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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원(왼쪽)과 북한의 김남해

행사장을 찾은 주정철 북한탁구협회 서기장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 탁구 단일팀 논의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아시안게임 단일팀은 현재 한국 탁구계의 최대 관심사다. 주 서기장은 "우리 탁구계는 긍정적이지만, 공식적으로 오간 얘기는 아직 없다. 위에서 어떻게 결정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대한탁구협회는 이미 엔트리 배분을 위한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수립한 상태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남북이 개인전은 각자 원래대로 출전하고, 단체전만 5명씩 합쳐 10명(3명 출전)으로 한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을 마친 상황”이라며 “엔트리가 축소되는 등 선수들에게 피해가 갈 경우에는 단일팀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부적으로 모았다”고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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