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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듀오 '페퍼톤스'. 2018.05.09. (사진 = 안테나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듀오 '페퍼톤스'는 변곡점을 겪었다. 2012년 정규 4집 '비기너스 럭(Beginner's Luck)'이 변화의 출발이었다.

카이스트 출신 신재평(37·기타)과 이장원(37·베이스)이 2000년대 초반 홍대 앞을 기반 삼아 출발한 페퍼톤스는 '우울증을 위한 뉴 테라피 2인조 밴드'를 표방했다.

빽빽하게 채워진 진보적인 사운드를 앞세워 특유의 밝고 건강한 음악을 선보였다.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재즈, 보사노바 등을 쌓아 올려 1990년대부터 큰 인기를 끈 일본 도쿄 시부야 지역의 '시부야케이' 스타일의 세련된 음악으로 지지를 얻었다.

'비기너스 럭'에서부터 밴드 사운드로 전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2014년 5집 '하이파이브(HIGH-FIVE)'에서는 1960년대 밴드 사운드를 지향했다.

예쁘고 완벽했던 음악은 나이를 먹고, 여유가 들어감에 따라 공감대를 더 형성할 여지를 줬다.

페퍼톤스가 5집을 내고 3년9개월 만인 9일 오후 6시 발표하는 정규 6집 '롱 웨이(long way)'는 균형 감각이 돋보인다. 초기의 진보적인 사운드와 밴드 사운드가 조화롭다. 먼 여정을 떠나는 심정을 대변하듯 광활하고도 빽빽하다.

이런 사운드 조합은 공백기가 길었던 데 정당성을 안긴다.

신재평은 "저희 음악을 아껴주시는 분들이 질리지 않고, 계속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음반을 만들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페퍼톤스의 긴 호흡이 돋보인다. 앨범 명도 '롱 웨이', 타이틀곡 제목도 '긴 여행의 끝'이다. 서사적 특성이 강하고 명확한 8개 트랙을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엮었다.

객관적인 시선도 갖췄다. 이전 앨범들 수록곡 화자가 주로 자신들이었다면 이번에는 화자가 모두 다르다. 국적도, 성별도, 심지어 인간인지 동물인지 외계인인지도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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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재평, 듀오 '페퍼톤스' 멤버. 2018.05.09. (사진 = 안테나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신재평은 "가상의 주인공이 길을 떠나 돌아오는 이야기도 있어요. 옴니버스식으로 곡마다 중첩되지 않게 각자 이야기하기를 바랐죠"라고 설명했다.
 
다만 8개 트랙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있다. "즐겁게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기약 없이 떠나는 분위기가 담긴 외롭고 쓸쓸한 정서가 묻어나기를 바랐다"는 얘기다.
 
신재평은 "이번 앨범에서는 여행의 고독하고, 외로운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라면서 "그간 경쾌하고 밝은 음악을 들려드렸다면 이번에는 여정에 비유되는 인생에서 서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측면을 다루고 싶었답니다"고 소개했다.

이런 분위기를 대변하는 건 금관악기 사운드다. 오래된 카메라 속 사진 한 장에 일순간 떠오른 기억들을 노래한 '카메라'의 트럼펫 사운드, 무리에서 낙오된 철새를 바라보는 시선을 그린 '새'의 플뤼겔호른 등이 그것이다.

정규 5집 발매 이후 콘서트 투어를 돌면서 금관악기가 포함된 브라스 밴드와 함께 공연한 것이 이번 앨범 사운드를 구성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신재평은 "꽉 찬 브라스 소리보다 한 명이 들려주는 트럼펫 소리가 이번 앨범 콘셉트에 잘 어울릴 것 같았다"고 봤다.

특히 신재평은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총합하면 이번 앨범을 통해 "적당한 선을 찾은 것"을 음악적 성취로 꼽았다. "초창기에는 한없이 팽창하는 느낌을 원했어요. 4집을 기점으로 변곡점을 겪었죠. 로킹하게 가면서 편곡도 간단해지고요. 5집은 극단적으로 간단하게 갔어요. 무대 위에서 사운드를 똑같이 재현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죠. 6집에서는 그 중간을 찾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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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장원, 듀오 '페퍼톤스' 멤버. 2018.05.09. (사진 = 안테나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이장원도 "1, 2, 3집 수록곡들은 공연에서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똑같은 사운드를 들려드릴 수 없었다"면서 "이후 밴드 사운드에 집중했고, 콘서트를 자주 하면서 우리의 소리를 찾았다"고 자평했다.
 
페퍼톤스는 2008년 안테나뮤직으로 옮겼다. 이곳 대표는 프로젝트 밴드 '토이'를 이끄는 프로듀서 겸 작곡가 유희열(47)이다. 유희열은 진보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페퍼톤스 팬이었다. 지금도 이들의 음악적 행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다.

어느덧 불혹에 가깝게 된 페퍼톤스 두 멤버는 이런 응원에 힘입어 초조한 것은 없다고 입을 모아 웃었다. 이번 앨범이 30대의 마지막 앨범이어도 개의치 않는다는 자세다.

"저희가 지금 만들고, 부르는 노래들이 젊을 때만 할 수 있는 음악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할아버지가 돼서도 부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노래죠.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당연히 좋겠지만, 대중적인 성공보다 할아버지가 돼서도 만족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길게 보고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말 그대로 '롱 웨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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