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붙잡힌 보육교사 살인사건 피의자 압송
제주경찰, 살해 동기 밤샘조사 후 구속 여부 결정

제주지방경찰청은 16일 오전 8시 20분경 경북 영주시에서 은신 중이던 피의자 박모씨(49)를 긴급 체포하고 이날 오후 5시 45분경 박 씨를 제주동부경찰서로 압송했다. 

'제주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을 재수사 중인 경찰이 사건 발생 9년 만에 피의자를 검거한 가운데 검거 당시 피의자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16일 오전 8시 20분경 경북 영주시에서 은신 중이던 피의자 박모씨(49)를 긴급 체포하고 이날 오후 5시 45분경 박 씨를 제주동부경찰서로 압송했다. 

검은색 모자를 착용한 피의자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 씨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불구하고 박 씨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경찰의 손에 이끌린 채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지난 2009년 발생했다. 보육교사였던 이모씨(당시 27세)는 2009년 2월 1일 새벽쯤 용담동에 거주하는 남자친구를 만나고 헤어진 뒤 택시를 이용해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 소재 집으로 향했고 이후 종적을 감췄다.

이 씨는 일주일 후인 그해 2월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의 한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택시기사였던 박 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으나 그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이후 경찰은 진범을 잡기 위해 수사본부를 꾸렸다.

하지만 수사본부가 구성된 지 3년이 지나도록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자 경찰은 결국 2012년 6월, 수사본부를 해체했다. 

경찰은 그로부터 4년 후인 2016년 2월, 미제 사건을 재수사하기 위해 미제사건팀을 신설했다. 경찰은 전국 경찰청의 프로파일러를 소집한 뒤 피해자의 사망시점을 명확히 추정하기 위해 합동분석에 들어갔다. 

검은색 모자를 착용한 피의자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 씨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최대한 당시 상황과 유사한 기후조건에서 동물실험을 진행했고, 실험 결과 피해자 사망 시점이 사체 발견 당시가 아닌 실종 당일 또는 이튿날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받았다.

피해자의 사망 시점이 달라지자 경찰은 당시 진술했던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를 다시 분석했다. 이후 경찰은 새롭게 확보된 증거들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려내기 시작했다.

경찰은 압축 끝에 당시 택시기사였던 박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고 법원으로부터 체포 영장을 발부 받은 뒤 본격적인 검거에 돌입했다. 

하지만 박 씨는 8년 전인 2010년, 이미 제주를 벗어난 상태였다. 경찰은 박 씨의 통화내역을 분석해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한 뒤 경북 영주시로 향했고, 영주시에서 3일 간의 잠복 끝에 박 씨를 붙잡았다. 특히 박 씨는 검거 당시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박 씨가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두 가지로 '살인'과 '사체유기'다. 경찰은 피의자 박 씨가 사건 당시 자신의 택시에 피해자를 태운 후 목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로 확보된 증거가 체포 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경찰은 "피의자를 유력한 용의자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있기 때문에 법원으로부터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피의자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심문도 하지 않은 상태다. 밤샘 조사를 벌여 살해 동기 등에 대해 파악할 계획"이라며 "조사 이후 구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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