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정의 제주형 대중교통우선차로제 시행 두고, 두 후보 설전
문대림 측 "법적 근거도 없이 제멋대로 시행, 실패한 정책" 비난
원희룡 측 "범법자? 확인이나 제대로... 도촉법 근거 있어" 반박

지난해 8월경, 제주특별자치도가 본격 시행한 '제주형 대중교통우선차로제(이하 우선차로제)'가 이번 지방선거 대결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대림 제주도지사 후보(더불어민주당) 측 홍진혁 대변인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원 도정이 시행한 우선차로제는 현행법을 무시하고 법적 근거 없이 제멋대로 추진해 도민을 기만한 정책"이라고 힐난을 쏟아부었다.

이에 원희룡 후보(무소속) 측 고경호 대변인은 곧바로 반박 논평을 내고 "우선차로제의 근거는 '제주특별법과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거해 시행할 수 있는 것"이라면고 반박했다.

제주도정의 우선차로제 시행 근거에 따른 논란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문대림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후보가 이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제주도정의 우선차로제 시행 근거에 따른 논란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문대림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후보가 이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 문대림 후보 측 주장 "법적 근거 없다"

홍진혁 대변인은 "제주도정은 올해부터 우선차로제 지정에 따른 단속을 시행하겠다고 했었으나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시행 예고'를 번복하면서 혼란을 일으켜 왔다"면서 "이는 우선차로제가 현행법과 정면 충돌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홍 대변인이 말한 '현행법'은 도로교통법을 말한다.

이에 대해 홍 대변인은 "(제주도정은)제주형 우선차로제에 택시와 전세버스까지 운행하도록 하고 있어, 도로교통법 상 전용차로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단속할 수 없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의 설명"이라고 근거를 제시했다.

홍 대변인은 "원 후보가 도로교통법이 아닌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근거해 시행할 수 있다면서 면피하려 했지만,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엔 우선차로제의 설치나 운영의 근거 규정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유관부처의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대변인은 "원 도정이 마치 도민들에게 큰 아량이라도 베푸는 양 단속 유예를 번복하면서 감시카메라를 달아 도민들을 범법자로 몰려했다"며 "원 후보의 '봐줬다' 식의 설명은 '도민 기만행위'에 다름없다"고 쏘아붙였다.

홍 대변인은 "법적 근거 없이 도민사회에 위화감만 조성한 우선차로제는 실패한 정책"이라며 "이에 이를 시인하고 도민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제주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른 중앙우선차로제가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한 뒤, 이에 따른 단속을 벌이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유예' 중이다. ⓒ뉴스제주
제주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른 중앙우선차로제가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한 뒤, 이에 따른 단속을 벌이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유예' 중이다. ⓒ뉴스제주

# 원희룡 후보 측 주장 "도로교통정비촉진법으로도 할 수 있다"

고경호 대변인은 "과태료는 행정적 처벌일 뿐 전과자가 되지 않기에 범법자로 몰렸다는 주장은 '소가 웃을 일'"이라면서 "기본 상식 먼저 제대로 확인하고 논평을 내라"고 반박했다.

고 대변인은 문 후보 측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제주특별법과 도시교통정비촉진법을 근거로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고 대변인은 "제주에서 도로교통법을 적용하지 않는 이유는 버스전용차로 설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이를 만회하고자 택시와 전세버스 등의 통행을 허용해 우선차로제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 대변인은 서울시 일부 지역에서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거해 시행 중인 우선차로제를 예로 들었다.

또한 국토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문 후보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고 대변인은 "제주의 우선차로제는 도로교통법이 아닌 도시교통정비촉진법을 적용한 거라 국토부와 협의가 필요치 않다"고 맞섰다.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한 우선차로제 시행은 제주특별법에 의해 제주도지사의 권한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시행 중인 우선차로제는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거하고 있다. 허나 시설물은 도로교통법에서 정한대로 설치되고 있다.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중앙차로 대중교통 전용' 도로엔 택시가 진입할 수 없다. 허나 우선차로제에선 이를 허용하고 있다. 모순되는 지점이다.
제주에서 시행 중인 우선차로제는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거하고 있다. 허나 시설물은 도로교통법에서 정한대로 설치되고 있다.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중앙차로 대중교통 전용' 도로엔 택시가 진입할 수 없다. 허나 우선차로제에선 이를 허용하고 있다. 모순되는 지점이다.

# 우선차로제, 문서 상 도시교통정비촉진법이지만 실제 시행은 도로교통법 '모순'

양측 주장 모두 맞는 말이나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지면 제주도정이 '우선차로제'를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거해 시행할 수는 있다.

허나 현재 제주의 우선차로제는 '문서' 상으로만 우선차로제일 뿐, 실제론 도로교통법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근거한 우선차로제에선 '버스전용차로'나 '전용차로'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으나 제주도정은 표지판에 이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 '(버스)전용차로'에선 대중교통(버스, 지하철)만 이동이 가능하며, 대중교통수단이 아닌 택시나 전세버스는 진입할 수 없다.

게다가 각종 표지판이나 신호등, 차선 등의 시설물도 도로교통법에 의거해 설치돼 있다. 이러한 기준이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없어서다. 두 법이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단속권한이다. 

시설물 설치 기준이 도로교통법을 따르고 있으니, 우선차로에 쓰이는 '도로에서의 규칙' 역시 명백히 도로교통법에 따라야 한다. 도로교통법에 의거해 교통단속을 벌어야 하는 경찰은 도시교통정비촉진법을 따를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단속권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 때문에 경찰청과 국토교통부는 법제처에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거해 단속할 수 있는지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이에 대해 법제처는 '도로교통법 상 다른 법령에 배치되는 내용은 시행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유권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며 반려 처리했다.

중앙차로 대중교통 전용이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이 말대로라면 택시는 이 도로에 진입할 수 없다. 허나 제주는 이 도로를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근거한 우선차로제로 시행하고 있다며 이를 허용하고 있다. 시설물은 그 반대의 내용을 말하고 있어 모순된다.
중앙차로 대중교통 전용이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이 말대로라면 택시는 이 도로에 진입할 수 없다. 허나 제주는 이 도로를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근거한 우선차로제로 시행하고 있다며 이를 허용하고 있다. 시설물은 그 반대의 내용을 말하고 있어 모순된다.

즉, 도로 상에서의 단속은 타 법령을 따라선 안 되며, 도로교통법에 준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단,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해서도 단속(엄밀히 말하면 자동차 운행 제한)을 할 수는 있다. 이는 이 법에 의해 정해진 일정 관할지역 안에서만 가능하다. 그것도 1회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서만 자동차의 운행을 제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정은 매월 1회 고시를 통해 우선차로제의 시행 근거를 연장시켜 왔다. 최근엔 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자동차관리법 제25조'의 권한을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받아와 매달 고시하지 않고 시행일을 임의대로 정할 수 있게 했다.

이에 제주도정은 우선차로제에서의 단속을 경찰이 아닌 자치경찰단에 맡겼다. 자치경찰단에 의한 단속은 '범칙금'이 아니라 '과태료'가 적용된다.

이러면 우선차로에 쓰이는 '도로'는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도로'로 봐선 안 되는 모순이 발생하며, 도로교통 위반 단속이 이원화되는 문제가 벌어진다.

제주도정은 당시(2월 말)법제처에 다시 유권해석을 의뢰해 이 혼란을 적극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그로부터 3개월이 넘도록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법제처의 유권해석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우선차로제에서의 단속이 아직도 '유예' 상태에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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